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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 9일째
6월 3일 날씨 맑음
남경에서 북경으로
남경록구공항으로 가기위해 유스텔에서 길을 건너지 않은 채 바로 앞에서 공항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기사에게 어제 유스텔의 직원 아가씨가 쓴 中华门长途汽车站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말로 굳이 풀이하자면 중화문 장거리 주차장쯤 될 것입니다. 또 인터넷에서 소개된 것도 가지고 있던 中华门长途客运站至机场이라고 써도 될 것입니다. 중국말는 못하지만 한자(간체자)를 보고 짐작하건데 중화문의 공항행 장거리여객운송역쯤 안되겠습니까?(택시요금 10위엔). 여행중에도 이런 식으로 중국어를 해석하면서 짧은 글로 필담을 나누었습니다.
택시 외에 지하철을 타도 됩니다. 지하철중화문역에서 나오면 바로 길건너편에 주차장이 있습니다.
중화문 주차장은 시내에서 마지막에 서는 주차장이며 공항버스 외에 일반 시외버스주차장과 함께 사용합니다. 굳이 설명할 필요성을 못느끼지만 더 보태면 우리네 시외버스주차장에서 검표하듯이 하는데 공항버스 검표를 하는 곳은 시외버스 검표를 하는 곳과 바로 옆에 붙어서 하되 시외버스승객과 구별지어 합니다. 공항버스 출발시간은 정시로부터 시작하여 30분마다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친절한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짐을 버스 짐칸에 실은 뒤 버스는 록구공항을 향했습니다. 록구공항까지는 시내의 첫 주차장부터 출발한다면 1시간은 족히 걸리겠으나 이곳 중화문은 마지막 주차장인 관계로 약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공항버스요금은 시내에서 무조건 일인당 20위엔).
록구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이 함께 있어 공항에서 처음 정차할 때 내리면 바로 국내선입구이고 국제선을 이용하려면 국내선쪽으로 들어가서 바로 옆으로 가면 됩니다. 공항실내는 예상 외로 규모가 부산의 김해공항보다도 작고 그렇게 번잡해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검표후 안으로 들어가서 탑승할 문의 숫자는 수 십군데가 넘을 정도로 상당히 큰 규모였습니다. 이 부분은 김해공항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항주의 화화공자님께 부탁하여 남경-북경간 항공권을 qunar.com에서 예시한 가격(일인당 470위엔 텍스 등 일체 포함가격)으로 예매를 하여 한국에서 미리 E티켓을 복사하여 가지고 왔습니다. 8회에도 좀 언급하였지만 이 루트는 제가 조사한 바로는 상해지역에서 북경으로 가는 가장 싼 방법입니다. 상해발 북경도착 항공가격은 배 이상이었습니다.
qunar.com에 들어가면 날짜별 시간별로 항공사별 가격이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고 싶은 날짜와 시간, 그리고 경제적인 항공기를 선택하여 화화공자님께 부탁하면 될 것입니다. 특정인을 광고하는 것 같아 좀 뭣하지만 중국에는 조선족이나 한국인이 구매대행을 해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분들을 통해 각종 물건을 구입하면 될 것입니다.
E티켓을 들고 공항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는데 안내가 잘 되어 있더군요. 한쪽에는 우리나라에서 열차표를 자동기계를 통해 뽑아내듯이 여권번호 등을 입력하여 자동으로 티켓팅하는 기계가 있더군요. 흥미있어 남따라 해보았더니 비행기표가 나오네요. 중국사람 다 되갑니다. 오히려 중국인을 가르쳐주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공항에 들어서서 10시 방향을 보면 안내판에 항공기번호에 따른 티켓팅시간과 티켓팅 카운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안내판옆에 자동항공권추출기가 있습니다. 시간이 될 때까지 별 볼 것은 없지만 공항내부 구경을 했습니다.
드디어 티켓팅시간이 되었습니다. 티켓은 이미 자동으로 끊어놓았으니까 짐을 부치기위해 카운터로 갔습니다.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카운터 여직원이 좀 더 신경을 써주는 것 같습니다. 짐을 부치고 이제 티켓을 들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 간단한 검색을 하는데 공항 여직원의 몸수색 정도가 조금 지나친 것같습니다. 이걸 좋다고해야 되나 싫다고해야되나 음... 그래서 살짝 알듯모를듯 미소를 지으며 당신 좀 심한 것 같은데 라는 식으로 쳐다보았더니 여직원도 모른 척하고 쳐다봅니다. 암튼....
탑승장을 찾아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탑승을 해야하는 게이트가 무려 28번입니다. 28번문을 찾아 안내표시를 따라 가는 중에 시간도 많이 남았고해서 구두를 닦았습니다. 가격은 10위엔인데 한국에서 구두닦는 것과 비교해도 10위엔어치를 결코 넘는 수준이 아닙니다. 차라리 한국에서 3천원주고 닦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어쨌든 광내고 다시 28번 게이트를 향해 층을 달리하여 내려가는 등 한참을 가서야 28번 게이트입구가 나왔습니다.
이륙 30분전부터 탑승이 시작되므로 아직은 조금 더 시간여유가 있어 미리 화장실로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안내방송하는 것을 들었는데 잘 들리지 않습니다. 나와보니 대기하던 승객들이 한 명도 안 보입니다. 어디갔느냐고 하니까 어머니가 기다리던 승객들이 앞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모두 가더라는 것입니다.
상황이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직감하고 공항직원을 찾아 비행기표를 보여주니 게이트가 6번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참나 어이가 없습니다. 바로 옆의 게이트도 아니고 6번이라니 시간은 이미 탑승하고 있는 시간이 되었고 비행기 탑승하는 곳은 바깥의 공항실내와는 달리 규모가 작지 않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습니다.
비록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 되지만 똑바로 가는 길도 아니고 거기다가 28번문으로 오는 안내는 있지만 28번문에서 거꾸로 6번문으로 가는 안내는 오면서 본 안내를 유추하여 가야하니 매끄럽게 연결이 되지 않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거기다가 시간은 이미 출발전 30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황당해서 공항직원에게 다시 가서 6번 게이트를 어떻게 가느냐고 물으니까 자기를 따라 오라는 시늉을 해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몇 번의 방향을 틀어서 오던 길로 되돌아 나갔습니다. 올 때 걸어왔던 길을 엘리베이터를 타고 되돌아가니까 몇 층에 내려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직원은 우리를 적당한 곳까지 배웅을 해주었습니다. 고맙기는 했지만 항공사에 대해서 욕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거의 마지막 승객이 되어 6번 게이트로 갔습니다. 이 와중에 우리보다 늦게 오는 사람도 있긴 있더군요.
비행기내부는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찼습니다. 약 180명정도를 타는 중형비행기로써 여행 중에 탔던 국제선비행기와 같은 정도의 크기였습니다.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하고 조금 있으니 기내음식이 나옵니다. 중국은 국내항공이라도 나라가 커서 시스템이 거의 국제항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부산에서 상해로 올 때도 기내식이 제공되었는데 그 때 우리가 가장 늦게 식사를 마쳐 조금 미안한 적이 있어 이 번에는 식사를 받자마자 조금 속도를 내어 먹었습니다.
여자승무원이든 남자승무원이든 당연한 것이지만 모두 중국인이었습니다. 기내방송은 중국어와 영어인데 중국식 영어발음이었습니다. 중국어설명이야 알아들을 길이 없지만 영어도 반쯤 알아듣고 반쯤 흘리는 식이었습니다. 하기야 중국식발음이 아니라도 더 잘 알아들을 재간도 없고 비상사태가 아닌 한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눈치로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약 두 시간의 비행 끝에 가뿐하게 북경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북경공항은 인천공항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실제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양쪽 공항이 거의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는 비행기좌석이 거의 끄트머리 꼬리 쪽이어서 제일 늦게 나왔습니다. 남따라 가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가지는 않고 출구안내를 계속 보면서 걸었습니다. 우리는 세 사람이라서 함께 움직이니 기동성이 없기도 하지만 제일 늦게 여권검사를 받고 나오니 승객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안내판을 찾았습니다. 근처 맞은 편을 살펴보니 비행기번호에 따른 짐찾는 터미널의 번호를 전광판으로 가르쳐주는 낮은 안내판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고 짐찾는 곳(baggage claim)으로 갔습니다.
동남아나 중국을 여행해 보면 영어발음이 영국식에 가깝습니다. 한국에서는 영국식으로 배우다가 최근에는 미국식 영어가 마치 표준영어발음인양 하여 미국식 발음을 하면 와! 발음좋다는 식이지만 실제 외국에 나가보면 아직도 전세계 사람들은 영국식 발음에 익숙하고 표기도 영국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럽권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요.
짐찾는 곳에는 이미 컨베어벨트가 돌아가면서 한창 짐가방들을 쏟아내고 있는 중이더군요.
드디어 짐을 찾고 가방을 살짝 열어보고 확인했습니다. 항공가방은 형태가 비슷한 것이 많아서 귀중품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용품은 되므로 짐이 바뀔가봐 약간은 염려되었기때문입니다. 이를 대비한다면 특히 검은 가방은 가방에다가 특별히 표시나는 것을 붙여놓아도 될 것입니다.
상해공항에서는 공항버스를 이용하여 시내로 이동하였습니다만 북경공항에서는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숙소를 동직문근처로 하였는데 동직문까지 직행지하철이 일인당 25위엔이라 3명이 75위엔이라는 것을 이미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택시로 가도 3명이 75위엔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므로 구태여 지하철이나 리무진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내려서 숙소를 다시 찾아야하는 번거로움만 생각해도 비슷한 요금이라면 택시가 훨씬 더 효율적이겠지요.
일주일 뒤에 한국으로 돌아갈 국제선의 위치를 슬쩍 한 번 보고 바로 택시정류장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앞에서 하던대로 hostels.com을 통해 예약한 숙소인 Haina hostel의 중국어이름과 주소를 기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중국어로 된 숙소의 이름과 주소는 hostels.com에서 예약확인을 승인하면서 보내주는 멜을 통해서 확인이 대체로 가능하지만 만약에 멜을 봐도 없으면 hostels.com에서 보내주는 숙소의 멜주소를 확인하여 숙소에 예약확인을 다시 하면서 중국어로 된 숙소이름과 주소를 요청하면 되겠습니다.
hostels.com의 예약확인으로도 되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하는 것이 좋으므로 너무 마음을 턱 놓지 말고 반드시 숙소에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동행이 여러 명이고 이 중에 외국여행을 혼자서는 거의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그 분에게 중국어 숙소주소를 적어주어 혹시라도 모를 여행중의 불상사를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리도 모르는 외국에서 핸드폰이 능사가 아닐 것입니다.
택시는 에어컨도 없었고 날씨는 예상과 달리 남방보다 훨씬 더웠습니다. 상해와 마찬가지로 차들은 작고 현대 엘란트라라는 이름의 영업용택시가 아주 많았지만 역시 상당히 노후화된 차량들이었습니다. 매연은 상해와 별반 차이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저 차들이 모두 폐차된 뒤에라야 도심공기가 좀 나아질 것입니다.
공항고속도로로 접어들어서 한참을 달리는데 과연 75위엔 밖에 안나올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길은 가까운 것같지 않았습니다만 택시는 숙소까지 거침없이 달려와 무사히 숙소앞에 세웠고 실제 지불한 요금은 65위엔을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신호대기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 고속도로비 10위엔을 포함했을 것인데도 요금이 꽤 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Haina hostel은 요금이 일인당 1박에 100위엔으로 지금까지 묵었던 숙소보다 조금 비쌌지만 거기에 맞추어 시설도 더 좋았습니다. 일반 호텔에 있는 커피숍 등 부대시설이 없다는 것이지 방만 따지면 거의 준호텔급이었습니다.
일부러 가격이 비싼 곳을 선택한 이유는 여행 막바지를 대비한 것입니다. 체력도 떨어지고 신경도 갈수록 날카로와질 수 있으므로 마지막 여행지는 될 수 있으면 시설이 좋은 편안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북경에서는 6박7일을 예정하고 있었고 마지막 1박은 공항에서 택시로 15분정도 걸리는 한국인이 많이 산다는 왕징의 중심호텔로 예정해 놓았습니다. 이유는 비행기출발시간이 아침 8시 40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Haina hostel은 3일밤만 예약하였고 남아있는 3일밤중 2일밤은 아예 예약자체가 없는 상황으로 해놓았습니다. 혹시 Haina hostel이 예상과 달리 나쁘면 다른 데로 옮기고, 좋으면 2일을 더 연장하리라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3명의 방은 숙소마다 흔한 것이 아니지만 투숙객도 3명이 함께 다니는 것은 그렇게 흔한 것도 아니고 시기적으로도 성수기라고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예약을 유동적 상태로 해 둔 것입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까 과히 나쁘지 않았고 위치 역시 고르고 고른 숙소이기도 했지만 교통이 꽤 좋았습니다. 지하철역에서 4-5분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북경의 어떤 유스텔보다 지하철접근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카운터에 가서 2일을 더 연장할 수 있느냐고 하니까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배낭여행객으로서 현지인과 어울리는 등 다양함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이런 독립군만 사는 호텔같은 숙소가 그리 좋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들 중에는 현지인과 어울릴만한 사람은 제 혼자뿐이었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의 숙소가 딱이었습니다. 자 이제 숙소걱정은 끝났고 북경을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북경여행은 왕부정, 자금성, 전문, 반가원, 수수가, 용경협, 만리장성, 명13릉, 이화원 순으로 정했습니다.
천단이나 그 외 관광지는 아예 빼버렸습니다.
천단이 대표적인 여행지라고는 하나 예전에 왔을 때 다리만 아팠고 지금까지 보았거나 앞으로 볼 것들에 비해 단순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빼버렸고
그 외 스차하이, 중화민족원 등이 있었으나 강남을 보고 온 상태라 스차하이는 중복된 감이 있고 중화민족원은 중국의 각 민족의 생활방식을 흉내낸 정도여서 별 감동이 없을 듯하여 빼버리고 오히려 전문, 반가원, 수수가, 홍교시장 등 시장순례를 첨가하였습니다. 나중에 홍교시장은 가지 않고 서단으로 장소를 변경했습니다.
5박6일을 머물러야 할 집이라 짐을 풀어서 대강 정리해놓고 또 그동안 1박만 하는 곳이 더러 있어서 세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세탁물은 체력관리상 숙소에 맡겼습니다. 세탁비는 1kg당 15위엔으로 세탁을 다하고 말린 상태의 무게로 계산합니다. 하룻만에 세탁물은 말려서 돌려줍니다.
이제 북경을 감상할 차례입니다. 예전에 와봤던 곳이라 잘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북경의 가장 번화가인 왕부정으로 향했습니다(택시 17위엔).
왕부정은 아련한 기억이 있던 곳입니다.
1999년 5월 중순경
이 해 초에 중국구경을 가자고 후배와 가볍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5월이 되자 후배가 “중국 안 갈래요?”라고 한다. 그래서 “그래 가자.” 이렇게 말이 나온 뒤 7, 8일 후 우리는 북경행 비행기를 타게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왕부정의 신동안시장(왕부정에서 가장 큰 백화점)내의 음료수판매점에 앉아서 음료수를 종류별로 시켜놓고 맛을 보고 있었습니다.
후배가 화장실에 간다고 잠시 자리를 비운 때였습니다.
옆좌석에서도 현지인인 어머니와 딸인듯한 아가씨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 아가씨가 자기 어머니를 부추겨서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서야 자세히 보게된 아가씨는 긴 생머리에 흰 피부를 가진 조금 큰 편의 둥근 눈을 가진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습니다.
수줍은 표정으로 관광객이냐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짧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였는데 대학생이냐고 물으니까 고등학생이랍니다.
이들이 먼저 가게를 나서는 상황에서도 미성년이라는 생각에 주소를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학생은 가면서 다시 뒤돌아보고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만.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도 후배는 그 여학생의 미모에 반하여 그 정도의 아가씨가 붙들어 상해를 가지말라고하면 그냥 북경에 눌러붙겠다고 했습니다.
또 이런 적도 있었습니다. 다음날 상해가는 기차표를 사러 북경역에 갔다가 다음 날의 표는 살 수 없고 적어도 3일 뒤의 열차표를 끊어야 한다고해서 할 수 없이 3일 뒤의 표를 끊고보니 갑자기 특별하게 갈 곳도 마땅찮아 할 일 없이 시내를 배회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토요일 저녁에 왕부정으로 나갔습니다.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어깨를 살짝 두드립니다. 아니? 중국에서 나를 아는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렸더니 눈앞에 선녀가 서 있었습니다. 커다란 눈망울에 역시 뽀얀 피부를 가진 한껏 차려입은 치마며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인이 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살다가 이런 미인을 보게 되다니 아직도 이만한 미모를 본 적이 없습니다.
난 정말 외국이 체질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어린 미인이 오늘은 선녀가 말을 걸다니. 이런 착각에 빠져있는데 상대방이 아주 짧은 영어로 “마사지”라는 단어를 입에 올립니다. 아~ 정말 하늘이 저를 놀리려고 작정을 하지 않은 이상 며칠만에 십년을 살아도 보기 힘든 엄청난 미인들을 둘이나 보내시면서 동시에 약만 올리는 꼴이니 너무한 것이 아닙니까! 요사이는 마사지하면 진짜로 발맛사지 등을 하는 곳도 있고 좀 난해한 곳도 있지만 당시만해도 마사지하면 거의 매춘부로 인식이 되었습니다.
이런 기억을 더듬으면서 들어선 왕부정은 중간의 길은 더 넓어진 느낌이었고 관광객은 더 많아진 것 같았으나 너무 넓은 길 때문에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인 맛은 없어진 느낌입니다.
배가 고파서 먼저 꼬치구이길로 들어섰는데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얼마나 몰렸는지 인산인해입니다.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보았습니다. 그림이나 실물을 보고 음식을 시켰는데도 중국여행중 가장 입에 맞지 않았던 음식이었습니다. 제 옆에서 상인이 양고치구이를 굽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고기 두께가 거짓말 좀 보태어 종이처럼 얇습니다. 저걸 돈으로 사먹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나라 길거리의 닭꼬치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게 양에 비해 훨씬 가격이 싼 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음식을 반정도 남기고 나와버렸습니다. 14위엔짜리와 16위엔짜리의 국수와 비빔밥종류였습니다.
이제 추억의 신동안시장으로 갔습니다.
위 사진의 뒷편 기와로 된 지붕으로 된 곳이 바로 신안동시장입니다.
10년 전에 갔었던 가게를 행여나 하고 찾아보았으나 백화점안의 가게배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 가게는 간 곳이 없고 한 층 위의 전혀 다른 분위기의 전혀 다른 인물의 젊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음료수가게가 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그 때의 여고생도 그 어머니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맞은 편 난간쪽에는 두 아가씨가 구경에 지쳤는지 음료수를 마신 뒤 엎드려 자고 있었습니다.
저도 피곤하기도 하고 아련한 추억 속에 잠겨 볼 요량으로 음료수를 시켜서 자리를 차지하고는 백화점 중앙의 텅 빈 공간 속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쉬었습니다(세 종류에 25위엔).
왕부정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택시를 탔는데 도중에 가는 길이 조금 이상합니다. 직감적으로 기사가 지리를 확실하게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처음에 왕부정에 도착할 때와 요금수준이 별차이가 없어서 다른 길도 있을 수 있어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금이 23위엔을 넘도록 숙소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드디어 열을 받아 중국어로 할 수 있는 서너 마디 중에 발음이 맞는지 안맞는지 모르지만 기사에게 “니 부즈다오.”라고 했습니다.
말은 통하지 않고 답답한데 지금의 위치가 숙소의 동쪽인지 서쪽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주위에 왔을 것 같은데 밤이 되니 낮에 한 번 슬쩍 본 경치와 연결이 되지를 않습니다. 택시가 다시 한참을 갔다가 제가 동직문지하철로 가자고 지도를 보여주며 바디랭귀지로 나무랐습니다. 동직문지하철만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기때문입니다.
적어도 근처는 가야할 것같아 최대한 비슷해 보이는 곳에 택시를 멈추게했습니다. 요금이 27위엔이 나왔습니다. 아직도 택시기사도 저도 숙소가 어디있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택시요금으로 20위엔을 주었습니다. 제가 웬만하면 외국까지 와서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했는데 택시기사의 바가지 비슷한 행위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택시기사가 미터기를 가르치며 더 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오지않고 돌아왔다는 표시로 좌석앞의 평평한 부분에 손가락을 대고 빙빙돌리며 니 부즈다오라고 하면서 전혀 더 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지가 싸워봤자 자기만 손해지. 택시야말로 시간이 돈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나라도 아니고 북경처럼 장사가 잘 되는 곳에서.
몇 번 재촉하더니 내 표정을 보고는 포기하고 빨리 내리라고 손으로 밀어냅니다. 그래서 내렸지요. 주위는 온통 음식점의 네온사인 불빛으로 울긋불긋합니다. 조금 더 내려가보니 어! 낮에 봤던 것과 비슷한 건물이 보입니다. 거 참 숙소 건너편에 내린 것입니다.
이렇게해서 북경의 첫날 신고식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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