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희 시집 『오래된 거미집』(모악, 2022. 11. 25)
■ 표4
이복희 시인은 남녀 간의 에로틱한 사랑의 감정, 생활상의 에피소드, 장터 풍경, 재미있었던 체험 등을 다룸으로써 아주 멋진 유머 감각과 날렵한 언어 센스를 보여준다. 유쾌한 풍자시와 에로틱한 사랑시, 친근한 일상시에 담겨 있는 유머러스한 눙침과 복스러운 재담은 이복희 시인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_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이복희의 시에는 아이의 목소리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이 둘은 서로 융합되어 밝으면서도 슬프고 힘차면서도 여린 감성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도 나이 들지 않는 어린이의 목소리는 시에 낙천적이고 천진난만한 에너지를 부여하고, 따뜻하고 촉촉한 어머니의 목소리는 연민과 공감으로 시에 잔잔한 울림을 준다. _김기택(시인, 경희사이버대 교수)
■ 목차
1부 바람집을 썰다
둥근 지붕 / 바람집을 썰다 / 오일 간의 거래 / 강 / 너거 집서 살란다 / 오래된 거미집 / 그날의 국수 / 아버지의 그늘 / 조기 굽는 저녁 / 어색한 화장 / 아닌 밤중에 봇물이
2부 술빛처럼 탁한 날
담쟁이의 예절 / 홍매화 열반 / 영혼충전소 / 출구 / 집들이 / 도루묵 / 자동세차기 / 지붕 위의 타이어 / 박카스 한 병 / 술빛처럼 탁한 날 / 나무아미타불
3부 꼬불꼬불 꽃 피우다
꼬불꼬불 꽃 피우다 / 변명을 훔치다 / 머리카락 해부학 / 바람론 / 달, 분양 / 장기 삽니다 / 흰 꽃 흩날리는 날 / 히아신스가 나를 작부라고 나무랄 때 / 이름값 / 둥지 / 구두의 뱡향
4부 연화지의 봄밤
쉬폰 치마 / 토마토 키스 / 문학동네에서 왔어요 / 놈 / 양말을 널다 / 어느 압사 / 단물, 그 이후 / 엿 파는 품바 / 연화지의 봄밤 / 술독, 들여앉혔나 / 시인의 값
해설 세상의 비극을 잊게 하는 유쾌한 유머 감각ㆍ이승하
■ 시집 속의 시 한 편
입 벌린 조기 한 마리
달궈진 불판 위에 올린다
가로로 칼을 맞고도
뒤집을 때마다
바다를 헤엄치던 습관으로
꼬리지느러미 파닥거린다
뜨거움을 번갈아 맛본 등짝
흐르는 대로 흘러가자는 잠행인지
온몸이 고요하다
고단한 몸이
유선형으로 굳어가는 골격을 이끌고
뉘엿뉘엿 집으로 돌아온다
식탁에 앉은 남자
덥석, 조기대가리부터 분지른다
심해를 유영하듯 움직이는 젓가락
남자의 쉰다섯 번째 미소가 비릿하다
바다를 속속들이 들여다본 남자와
바다를 순순히 내어준 조기 사이에서
여자는 꼬리에 남은 바다의 냄새를 맡는다
-「조기 굽는 저녁」 전문
■ 시인의 말
아주 오래 꿈을 꿨습니다
꿈속에는 나 아닌 내가
자주 나타났습니다
다른 나에게 다가가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그때마다 다른 나는
내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꿈속의 다른 내가 낯익어갔습니다
바로 '나'라는 확신에 찼습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나를 찾았습니다
갈대와 너머갈대사이에서
2022년 11월
이복희
■ 이복희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2010년 『문학시대』에 수필이 당선되고 2022년 계간 『시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었다. 『오래된 거미집』은 그의 첫 시집이다.
첫댓글 이복희 시인님의 첫 시집 『오래된 거미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회장님^^
허접한 저의 시집 소개를
살뜰히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미/이복희 시집 잘 받았습니다. 본문 확인해서 시 전문을 다시 올렸습니다.
이복희 시인의 첫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초심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