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녹초가 되어 9시에 간신히 일어났습니다.
이녀석이 한밤중에 도착하고 나서 만 이틀 동안 일하러 거래선 다녀오랴, 이녀석 심심치 않게 이리 저리 데리고 돌아 다니랴, 야행성인 이녀석의 요구에 맞퉈 Little India의 밤거리 돌아다니며 야간 쇼핑에 야식까지 대령하느라 방자 노릇 제대로 했습니다. ㅎㅎㅎ
이곳에 아들과 함께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현지인 친구가 꼭 저녁을 사주고 싶다 하여 그저께 저녁에는 싱가폴 서남부 지역에 있는 유명한 Sea Food Restaurant으로 저녁 초대를 받았지요.
중국계가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싱가포르 사회이고, 우리를 초대한 친구가 중국계인 덕분에 중국식 해물요리를 실컷 맛볼 수 이쓴 기회를 가졌숩니다.
언어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아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이녀석 생각보다 영어도 곧잘 하는 편이었습니다.
제 친구 가족들과 거의 부담 없이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지내는 것이 우리가 자랄 때와는 다른 학교 영어 교육의 효과를 현실감 있게 보았지요.
이 친구의 아들도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되는 젊은 친구이데 자기 아버지의 사무실에서 일하며 사업을 물려받을 준비를 하는 친구이지요.
이 젊은 친구와 아들녀석은 어느새 죽이 맞아 마치 오래된 형, 동생처럼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킮킬거리고 있었고, 식탁에서도 마치 동생처럼 이리 저리 음식을 덜어주며 지내는 것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의 가장 큰 결실이라면 제 아들에게도 국적, 인종이 다르지만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어제는 특별히 볼 일은 없고 이곳 공장의 작업 상황만 확인하면 되는지라 슬그머니 전화로 상황만 파악하고는 그대로 시내관광으로 돌입했습니다. (회사에는 잠수가 되겠지만요... ㅋㅋ)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지은 명물 건물인 Marina Bay Center의 전망대에 올라가 싱가포르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보며 즐기다가 바람 센 테라스 카페에서 음료를 한 잔씩 마시며 분위기도 잡고, 센토사 섬으로 곤돌라를 타고 들어가 정말로 오랫만에 부자 단 둘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어 호텔로 돌아와서는 그제야 저녁식사를 하려 했으나 그만 9시가 조금 지나면 문을 닫는 이곳의 식당 사정상 간단히 중국계 박화점 Food Court에서 국수로 때우고 들어오려 하는 찰나...
"아빠, 은근히 중독성이 있네?"
"뭐가?"
"어제 마신 Milk Tea 말야."
헐.. 이녀석 24시간 문을 여는 인디안 거리의 노천 카페에서 맛보여준 인도식 밀크티에 꽂혀서는 그 시간에 또 거기를 가자 하는 것입니다.
걸어서 5분거리밖에는 되지 않지만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가자니 아찔했지요.
그렇지만 어쩝니까? 누구 소원인데..
주문이고 뭐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하고 저는 그저 나중에 계산이나 하면 됩니다, 그려. 헐...
기세 좋게 그 커다란 덩치를 앞세워 왜소한 종업원들 제압하며 유세를 떨어가며 밀크티 한 잔을 비우더니 커리 범벅인 프라이드 치킨 5조각을 또 싸 달라고 주문해서 들고는 호텔 방에 들어와서 야식까지 하더군요.
완전히 현지 적응 끝난 녀석입니다. ㅎㅎㅎ
이제 나가야 하는데 2시간 정도 시간있다는 이야기 듣고는 그대로 아랫층 수영장으로 냅다 도망가 버렸네요.
힘도 좋지요. 에구...
이녀석과 함께 보낸 사진 몇 장 올립니다.
창이공항에서도 한글로 안내가 되네요.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는 원어로도 안내가 되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타고 오는 항공기가 예정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한다는 안내가 떴더군요.
우리를 초대한 현지인 가족과 함께 찍었습니다.
친구의 아들과 제 아들녀석, 두녀석은 벌써 죽이 맞아 머리를 맞대고 희희낙락입니다. ㅎㅎ
바나나껍질에 싸서 구운 생선요리입니다.
기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구운 중국식 생선구이입니다.
코코넛을 기반으로 한 빙수. 디저트로 그만이지요. 위에 얹은 것은 코코넛 밀크 아이스크림입니다.
코코넛 과육 샤벳입니다.
친구 가족입니다. 행복해보이는 가족이지요. 이 친구는 무역업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중국계 사업가가 가족 경영을 하듯이 이 세 식구 모두 이 친구 회사의 직원입니다. 부인은 3개월간 터키에 출장 가 있다가 바로 전잘 귀국했다 하더군요.
마리나베이센터 58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마리나베이입니다. 밑에 보이는 건물은 Sience Art Museum입니다.
사진찍느라 정신없던 녀석, Snap Shot으로 잡았더니 살짝 눈을 감았네요. ㅎㅎ
분주한 싱가포르항 외항입니다. 아시아에서 인도, 유럽으로 가ㅡㄴ 모든 화물선은 이곳을 통과하지 않고는 갈 수 없는 말래카 해협의 해상교통 요충지가 바로 싱가포르 항입니다.
58층 테라스에서 바로 아래로 내려다 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센토사 섬으로 가ㅡㄴ 케이블카 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녀석도 슬슬 지쳐가는 것이 보입니다.
센토사 섬 입구입니다.
센토사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 완전히 지쳐버린 녀석을 찍었습니다. 이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또 저를 끌고는 세 시간을 돌아다닌 강철 체력입니다. 요 때만 해도 도착하면 편히 쉴 수 있으리라 속았지요. ㅜ.ㅜ
첫댓글 우리는 에스플러네이드 노천 광장에서 공연보면서 쳐다보던 건물이군요. 설날을 맞아 열었던 등불 축제는 이미 철수하였군요. 리틀 인디아에서 우리 일행도 식사를 했었지요.
아들을 좋아할만 하군요. 민이님과 정말 판박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