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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산행
양양 남대천과 복룡산
별유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합실민박~합실골~복룡산~779.4봉~남대천~합실~합실민박 12.4km
팥밭무기. 지난해 여름, 법수치리에서 광불동계곡을 거쳐 응복산에 올랐다가 미천골로 내려왔던 적이 있다. 그때 마음을 송두리째 잡아글던 물길이 양양 남대천이다. 보석 같이 빛나던 자갈 위를 흐르는 물빛이 어찌나 맑고 곱던지... 한 해를 남몰래 기다리느라 애간장이 다 탔다. 그래 초여름을 맞아 미천골 임도산행에 동행했던 이들에게 연락해 일정을 잡았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던 남대천을 같이 걷자고.
팥밭이 많아 이름 붙었다는 팥밭무기로 들어서는 길은 어성전에서 56번 국도를 버리고 꼬부랑길을 따라 들어서서도 한참이다. 어성전을 벗어나서는 황어와 은어와 연어의 고향이라는, 저 싱싱한 어머니의 강 남대천이 도로와 나란히 흐른다. 변함없이 깨끗한 강물과 나지막하게 흐르는 그 여울들 풍경이 쿵쿵거리며 가슴으로 다가온다.
때 묻지 않은 비경이란 이런 것!
"우리집에서 200m 올라가면 응복산에서 흘러내린 계곡이 오른쪽에서 합수하는 '합실'인데 거기서 오른쪽의 합실골로 들어서면 됩니다. 계곡을 열두번쯤 건너다보면 왼쪽으로 능선이 나타날 겁니다. 그곳을 따라 오르면 복룡산으로 붙어요."
하룻밤 묵었던 합실민박의 주인장 김대기씨가 출발준비를 하는 일행에게 길을 일러준다. 덥수룩한 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김씨는 팥밭무기의 터줏대감이다. 35년 전에 이곳에 들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의 집인 합실민박은 양양에서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도로 끝집이다. 그리 넓지 않은 마당이지만 자신의 차량을 늘 마당 안쪽 깊숙한 곳에주차한다. 길을 모르고 무턱대고 차를 몰아 온 사람들이 돌려나갈 수 있게 마당 일부를 비워놓은 셈이다. 그의 마음 씀씀이가 모든 것이 한가하고 넉넉해 보이는 이곳 팥밭무기와 많이 닮아 있다.
합실민박에서 남대천을 따라 바로 산길이 이어진다. 희미하게나마 옛길이 남아 있다던 김대기씨의 말처럼 초입은 꽤 길이 반듯하다. 주변 숲은 온 몸을 초록으로 물들일 듯 빈틈없이 짙푸르고 백두대간에서부터 흘러온 합실골 맑은 물소리가 마음의 묵은 근심마저 씻어낼 듯 시원스럽다.
합실골은 아름아름 찾아오는 이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덜 알려진 비경이다. 길이 거의 없고 험할 뿐더러 계곡도 길다. 물소리와 바람소리만 드러나는 말 그대로 적막강산.
얼마 가지 않아 꽤 우렁차게 물줄기를 쏟아내는 첫번째 폭포를 만난다. 폭포 아래에 깊은 소도 보인다.
"이야, 신선도 여럿 살았겠네. ㅁ불 맑고 계곡 좋고, 숲도 울창하고. 최고야 최고!"
석재호(55세)씨가 달리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 듯, 엄지를 치켜들며 한마디 던진다. 다른 이들도 이미 모두 합실골의 비경에 넋을 잃은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계곡 바닥이 전부 암반으로 됐네요. 그래서 물이 더 맑은가 봐요."
흐름이 완만한 곳은 큰 바위와 호박만한 돌이 계곡바닥을 채웠고 약간 낙차가 있는 곳은 숫제 바윗덩이다. 최근 큰 비가 없었던 탓에 계곡을 넘나들기에는 수량이 적당하다. 어지간한 곳에서는 스틱만 이용해서 가로지를 수 있다.
첫번째 지계곡인 칡밭골 물이 합수하는 곳 부근에 이르자 길이 희미하다. 그러나 눈앞에서 길이 사라져도 크게 당황스럽지 않은 게, 적당히 방향을 잡고 계곡을 따라 오르면 되기 때문이다. 지형도를 펴보니 복룡산에서 뻗어내린 지능선으로 붙는 지점은 한참을 더 가야 한다. 이런 곳에서 진행 방향을 정할 때는 계곡 양쪽을 살펴 안전하다 싶은 곳으로 가는 게 상책이다. 그럴지라도 수시로 지형도를 펴서 현재 위치는 꼭 파악하면서 가야 한다. 보통은 산행시 30분마다 지형도를 펴서 살펴야 하지만 이런 계곡에서는 한 굽이를 돌 때마다 확인하는 게 현명하다.
합실골 집터에는 금낭화만 가득
칡밭골 갈림길을 지나 왼쪽 산자락을 돌아가는 곳에 집터가 보인다. 꽤 넓다. 숯을 만들어 팔던 사람이었을까, 손바닥만한 텃밭 만들 공간도 없어 보이는 이런 심심산골에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았을지, 말 못하고 가슴에만 묻어두었을 그 사연이 궁금하다.
집터 지나 계곡이 두번 꺾어지는 곳 정면으로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주변으로는 초여름의 숲이 눈이 부시도록 푸르다. 계곡을 환히 밝히려는 듯 탐스러운 새하얀 꽃을 활짝 피운 함박꽃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닥에 온통 하얀 꽃을 뿌려놓은 걸 보니 근처에 때죽나무나 쪽동백이 있나 보다. 신록에 취하고 명경지수에 취하고 꽃에 취해 걷는 길, 계곡이 깊어질수록 풍광도 깊어진다.
몇 굽이를 더 틀면서 깊어지던 합실골은 자꾸만 절경을 펼쳐놓는다. 오랜 세월 물길에 파인 바위들이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늘어선 계곡은 그대로 수석전시장이다. 계곡물에 말갛게 씻긴 돌들이 반짝반짝 모두 생기가 넘친다.
계곡을 몇 번쯤 오갔을까, 너덜지대를 지나 1km쯤 들어서자 아까보다 좀 더 너른 집터가 나온다. 서너 가족은 살았을 것 같은 모양새다. 이 깊은 첩첩산중에 어찌...
집터를 지나자 꽤 큰 폭포가 길을 막는다. 우렁찬 물소리만큼이나 시커먼 빛을 띄는 커다란 물웅덩이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폭포 주변은 바위절벽이라 딱히 길이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돌아나와 오른쪽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른다. 희미하던 길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 계곡을 가로지르며 눈대중으로 방향을 잡는다.
"합실골이 사람 살기에 좋았나 보네요. 여기도 꽤 너른 집터가 있는 걸 보니. 신기하네, 이런 오지에... 그러고 보면 옛날 사람들이 대단하죠."
폭포 위족에 다시 집터가 나타나자 김남규(57세)씨가 여기저기를 둘러본다. 대여섯 가구는 살았던 듯, 규모가 크다. 담벼락 같은 흔적만 희미한 터 곳곳에는 금낭화가 무리지어 자란다. 감자난초와 졸방제비꽃, 관중, 삿갓나물, 우산나물도 곳곳에서 자주 보인다.
잠시 후 오른쪽에서 합수하는 지계곡을 지나자 좁은 모래톱이 나타났다. 지형도에 따르면 이곳에서 왼쪽 지능선으로 붙어야 복룡산으로 이어진다. 바로 앞에 작은 폭포가 있고 계곡으로 가지를 뻗은 나무가 그늘도 만들어주니 더없이 좋은 곳이라서 모두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이연옥(51세)씨가 정성들여 싸온 갖가지 찬거리에 '산삼 썩은 물'로 끓인 라면이 진설되며 금세 진수성찬이 된다.
아뿔싸! 내일 오전까지 일정은 물 구경을 못하는 능선산행이라서 여기서 물을 담아야 하는데 누구도 수낭을 준비하지 못했다. 저마다 다른 사람이 하나쯤 챙겨올 것이라 여긴 것이다. 계획하며 서로 짐 분배를 했어야 하는데, '대충 알아서' 잘 해왔던 터라 '별 일이야 있을까...' 싶었던 생각이 오늘 딱 걸린 것이다. 그때 이연옥씨가 묘수를 생각해냈다.
"하는 수 없네요. 비닐 팩에 꽉꽉 눌러 담아서 터지지 않게 코펠에 넣어 갑시다."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 2.5리터는 족히 될 듯하다. 이연옥씨와 김남규씨의 배낭에 물을 담은 쿠킹세트를 넣는다. 5리터쯤 되니 아껴 사용하면 해결될 듯하다. 다른 이들도 개인 물통에 넘치도록 채워 담은 후 출발한다.
'짐승이 다닌 길이 있을 것' 이라던 김대기씨의 말처럼 정말 희미한 흔적이 산등성이를 따라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능선은 숫제 개척산행코스다. 무거운 배낭에 가파른 경사의 길 없는 능선을 치고 오르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쾌적한 날씨가 그나마 위안이다. 주변은 멀쩡한데 숯덩이가 된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들이 능선 곳곳에서 보인다. 오래 전에 난 산불 흔적 같다.
입에 단내 나는 복룡산 개척산행
2시간쯤 그렇게 오르니 고도계가 1000m를 가리킨다. 이즈음은 길이 더 사납다. 싸리나무가 많고 아직 꽃이 남아있는 철쭉도 극성이다. 팔뚝 여기저기에 생채기가 생겨난다.
"아따, 고거 참 힘들다. 길이 와 이러노? 완전히 사람 잡을라 카네."
선두에 가던 석재호씨가 약간 평탄한 곳에 배낭을 내려놓고는 털썩 주저앉는다. 뒤따라 온 일행들도 모두 파김치가 되기는 매한가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얼굴빛이 모두 붉다.
거의 완만해진 능선에 닿자 서북족으로 백두대간 응복산(1,360m)이 듬직하고 거대한 덩치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짙푸른 녹음에 뒤덮인 육산 특유의 근육질 몸매가 금방이라도 꿈틀거릴 듯 생동감이 넘친다. 지난해 여름 올랐던 이야기를 하며 길을 가늠해본다. 먼 숲속 어딘가에 검은등뻐꾹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5만분의 1 축척의 지형도에 적힌 복룡산 위치가 등산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것과 다르다. 지능선으로 올라 만난 주능선 바로 오른쪽에 1,033m의 지형도상의 복룡산이 있지만 길이 없고 올라가 보니 참나무와 산죽만 무성하다.
<사람과산> 2008년 5월호의 '알려지지 않은 산'을 통해 김은남씨가 소개했던 복룡산은 그후 사람들이 다녔는지 좁은 등산로가 보인다. 삼각점이 있는 복룡산은 1033봉에서 동쪽으로 400m쯤 떨어진 곳에 있다. 누군가 주변 나무들을 정리해서 남쪽으로 조망이 트인다. 응복산과 만월봉(1,281m)을 지나온 백두대간이 신배령을 지나 두로봉(1,422m), 동대산(1,433.5m), 노인봉(1,338m)으로 뻗어간 힘찬 산세가 훤히 잘 보인다. 역시 우리 땅의 근간을 이루는 백두대간답게 당차다.
갈 길이 먼 일행은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내려선다.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은 처음부터 가파르게 떨어져 내린다. 877봉에 이르기 전 능선에서 놀랍게도 허물어져 가는 봉분을 만난다. 이 험한 산골에 산 사람도 대단하지만 죽어서 이 높고 험한 무인지경의 능선에 묻힌 사람도 여간 아니다.
무덤을 지나자 금강송 군락이 나타난다. 복룡산 주변은 이러한 군락지가 여러 곳이다. 아름이 넘는 붉은 둥치의 금강소나무가 수십 그루씩 모여 숲을 이뤘다. 옛날 우리 당 대부분을 뒤덮고 있었을 소나무는 활엽수에 밀려 이제는 능선을 따라 듬성듬성 보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반갑다.
"이야, 정말 잘 빠졌네. 궁궐 짓기에도 부족함이 없겠어."
김성수(55세)씨의 말처럼 대궐 같은 한옥을 짓기에 충분할 정도로 굵고 잘 생겼다. 보기만 해도 이리 흐뭇하다.
금강송군락지를 지나 500m쯤 내려선 안부에서 희미한 길이 안부 좌우로 나있다. 지형도를 펼쳐보니 왼족은 소마니골로 떨어지고 오른쪽은 부연동으로 이어진다. 이후로도 금강송군락은 수차례 나타나며 눈길을 끈다.
이른 아침부터 산행을 시작했고 무거운 짐에 길도 없는 복룡산으로 붙는 가파른 산등성이를 치고 오르느라 일행들 모두 지친 기색이다. 그러나 길어진 해가 백두대간을 넘어가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지형도상 완만한 지대로 보이는 799봉까지 가기로 한다. 그러나 길이 멀다. 지친 걸음이라 더 멀게 느껴진다. 706봉 직전 안부에 너른 터가 보였지만 799봉이 더 나을 듯해 애써 외면한다.
거의 해거름에 도착한 799봉.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완만하지도, 터가 넓지도 않다. 굵은 소나무 몇 그루와 키 작은 나무들이 터를 잡은 사이에 텐트를 친다. 그나마 바닥이 기울어서 칠 곳이 마땅찮다.
"에헤이~ 우짜노 이거!"
텐트를 꺼내 배낭을 열던 김남규씨가 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짐들을 끄집어낸다. 비닐 팩에 담았던 물이 샌 모양이다.
"아이고, 야단났네. 중간에 쉴 때 배낭을 눕혀서 그런가 보네요? 내꺼는 멀쩡한데."
"남규형님, 그래도 형님껀 방수배낭이니까 물이 배낭 안에 그대로 있겠네요. 다시 쏟아서 담아요. 지고온 게 아까운데! 하하~"
모두 김남규씨의 모습이 재미있어 한마디씩 한다.
식사를 마쳤는데도 9시. 깜깜한 하늘에서 별빛마저 졸고 있는 심심산골 오지, 무척이나 긴 밤이다. 잠자리가 불편해서 더 긴 밤이 말똥말똥 지난다.
남대천, 그 꿈길 같은 물길
799봉에서 남대천으로 내려서는 능선은 길 없는 가파른 내리막이다. 강릉시에서 숲길 조사차 한번 다녀간 듯 빨간색 표지기가 길 안내를 하지만 그마저도 중간에 사라진다. 거의 2시간을 거미줄 걷어가며 내려섰을 즈음 남대천 계곡물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와우~ 저 물빛 좀 보세요. 옥수에요, 옥수!"
"정말 별천지네. 자갈이 아니라 보석이 깔렸어."
너른 모래톱에서 점심을 먹고 신발을 갈아 신는다. 저리도 맑고 멋진 남대천을 따라 걸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무엇보다 넓고 평탄한 계곡 바닥이 마음에 든다. 깊지 않게 흐르는 물 아래로 형형색색의 자갈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이탈리아 두오모의 스테인드글라스나 남태평양 산호섬의 바다빛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이다.
파란 하늘 아래 울창한 시신록의 숲, 그 사이를 헤집고 흐르는 투명한 낯빛의 남대천... 무엇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태고적 모습 그대로여서 좋다. 곧은 구간은 어김없이 완만한 자갈지대가 나오고 굽어도는 곳마다 깊은 소를 품은 폭포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이 아름다운 산천의 펄떡이는 숨소리인양 거침없이 쏟아져 내린다. 곳곳에 거센 물살의 폭포가 나타나지만 남대천은 위협적이지 않다. 모든 곳에서 계곡 양쪽 가장자리 부분으로 길을 이어갈 수 있다. 유속도 적당해서 계곡을 따라 걷기에 더없이 좋다. 바닥에 자갈이 깔려서 몇 명이 동시에 지나도 물색이 탁해지지 않는다.
남대천이 아름다운 건 고기들이 먼저 알았나 보다. 봄철에는 황어가, 여름에는 수박향 나는 은어가 올라오며, 늦가을에는 알래스카까지 갔던 연어가 돌아온다니 남대천이야말로 태평양 구석까지 소문난 별 다섯개짜리 특급 강인 셈이다.
무릎 깊이의 물이 100여m 이어지는 곳도 몇 군데나 된다. 물수제비를 뜨기에 딱 좋은 곳이다. 여울이 얕아 물소리가 정겹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붓이 지난 듯 아름다운 무늬를 간직한 바위들이 지천이다. 눈 가는 곳마다 절경이어서 딱히 어디가 좋다는 말은 말 그대로 '개인의 취향'일 뿐.
능선에서 내려선 후 합실민박 앞까지의남대천은 도상거리로 2.5km. 꿈길 같은 길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네. 정말 복 받은 날입니다. 이런 멋진 산행에 불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산행의 끝 지점인 합실을 지날 즈음 이연옥씨가 웃으며 건넨 말. 오히려 내가 하고픈 말이다. 남대천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고맙고 고마운 하루다.
*산행길잡이
팥밭무기 합실민박-(2시간)-화전민 집터-(40분)-능선 갈림길-(1시간40분)-1033봉-(20분)-복룡산-(30분)-갈림길-(1시간)-706봉-(1시간)-799봉-(1시간40분)-남대천-(2시간)-합실민박
태평양 구석까지 소문난 별 다섯개짜리 특급 강
태평양으로 갔던 연어가 돌아온다는 어머니의 강, 양양 남대천은 약 33km의 비교적 짧은 물줄기다. 그러나 청정하기로는 나라 안에서 둘째 가라면 서럽다. 어성전을 지나 차량으로 들어설 수 있는 끝인 합실민박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상류로 200m 오르면 오른쪽으로 합실골이 갈라지는데, 들어서면 그야말로 무인지경. 심산유곡의 비경을 오롯이 간직한 채 숨어 있는 합실골은 골을 넘나들며 길이 이어진다. 인적이 드물어 길이 대부분 희미하니 적당하게 양쪽을 오가며 거슬러 오르면 된다.
중간에 화전민 집터로 보이는 곳에 세 곳 나타나고, 너덜지대도 있다. 크고 작은 폭포는 수도 없다. 첫번재 칡밭골을 비롯해 눈에 띄는 합수점 다섯번을 지나서 왼족 능선에 붙으면 복룡산으로 이어진다. 합실민박에서 이곳까지는 도상거리 4km다.
복룡산 오르는 능선이 아주 곤혹스럽다.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상태도 좋지 않으며 가파르기까지 하다. 2시간쯤 올라 주능선을 만나서 왼족으로 20분 가면 삼각점이 있는 복룡산이다. 남쪽의 오대산쪽 조망이 시원스럽다.
복룡산에서 부연동 갈림길까지는 희미하나마 길이 있지만 그후로는 그야말로 개척산행이다. 지형도를 살피며 주된 능선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곳곳에 아름드리 금강송군락지가 나타나며 눈을 호강시킨다.
799봉을 지나 내려서는 길은 꽤 가파르다. 강릉시에서 숲길을 조사하면서 붙여둔 붉은색 표지기가 유일한 흔적이다. 그나마 중간에 사라지지만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남대천을 만난다. 이후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남대천을 따라 2.5km 내려서면 출발지인 합실이다.
합실골과 남대천은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딱히 위험한 곳이 없어서 비가 내린 바로 다음날이 아니면 로프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단, 합실골이 길고 골을 이룬 산줄기가 큰 덩치인데 반해 골짜기 폭이 그리 넓지 않아서 비가 내리면 갑자기 물이 불어나 위험하다. 합실골 산행 전에 일기예보 확인은 절대 필수조건이고, 비 예뵤가 있다면 아예 들어서지 않는 게 좋다.
*교통
서울에서 양양까지는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 27회(06:30~18:19) 버스가 출발한다. 2시간50분~3시간20분 걸리고 요금은 16,700원. 양양에서 팥밭무기로 가기가 어렵다.
양양버스터미널(033-671-4411)에서 출발해 어성전까지는 강원여객 버스가 하루 22회 다닌다. 어성전에서 팥밭무기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어성전에는 택시가 없다.
양양에서 택시를 이용해 팥밭무기까지 갈 경우 시간은 30여분, 요금은 40,000원쯤 나온다. 양양개인콜택시 033-671-3113.
승용차로는 양양까지 간 다음 59번 국도를 따라 어성전으로 가서 팥밭무기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남대천을 끼고 승용차가 들어갈 수 있는 길 끝까지 가면 김대기씨의 합실민박 마당이다.
*잘 데와 먹을 데
팥붙무기교를 건너 길 끝의 합실골 들머리에는 김대기씨가 부업삼아 운영하는 합실민박(033-673-2962)이 있다. 최근 통나무로 새로 지었다. 이외에 어성전에서 남대천 상류 팥밭무기로 들어서는 길에 많은 펜션과 민박집이 있다. 팥밭무기교 건너 김대기씨 집으로 들어서기 전에 원석천(673-1162)이 있고, 구라우골이 갈리는 곳에 배수경씨가 운영하는 펜션인 전망좋은 방(673-4515)이 있다. 구라우골 갈림길 하류로 남대천을 따라 법수치폭포(673-1188)와 네이처(673-1412), 숲속향기(672-6720), 초록 수채화(673-7575), 비단향 꽃무(070-7750-8800) 등 펜션이 줄지어 나타난다.
팥밭무기에서 어성전 사이에는 이렇다 할 음식점이 없다. 양양읍내로 나가서 이용하는 게 좋다. 양양은 송이의 주산지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수역을 자랑하는 남대천에는 봄 황어, 여름 은어, 가을 연어가 올라온다. 이를 이용한 특산물이나 음식점들이 여럿 있다. 동해안을 따라 싱싱한 횟감을 구비한 횟집들도 즐비하다.
*볼거리
낙산사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동해 바닷가 오봉산에 자리한 낙산사는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찰이다. 1300여년 전, 관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하고자 했던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래 전국의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국내 최고의 관음성지다. 동양 최대의 해수관음상과 천수관음상을 비롯해 숱한 성보문화재를 갖추고 있다.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한 장소로 알려진 홍련암은 법당 가운데쯤에 조그맣게 마루를 뚫어 놓아 그곳으로 출렁이는 바닷물을 실감나게 볼 수있도록 만든 것이 특이하다. 홍련암이나 의상대 등에서 바라보는 동해가 일품이다.
2005년 4월 발생한 대형 산불로 여러 건물이 소실되고 아름답던 경관에 큰 해를 입었지만 최근 활발한 복원불사가 진행 중이다. 가람 내 곳곳에 해당화를 심어 가꾸는데 꽃이 참 곱다.
낙산해수욕장 양양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동해안 지역에서도 경포대해수욕장과 더불어 자웅을 다투는 명소다. 울창한 소나무숲을 배경으로 4km의 백사장이 원을 그리며 펼쳐진다. 오대산에서 흘러내리는 대천이 하구에 큰 호수를 이뤄 담수도 풍부하다. 동해안의 다른 해수욕장과는 달리 50m 이상 들어가도 수심이 1.5m 정도여서 안전하며 관동팔경의 하나인 낙산사가 해수욕장 북쪽 끝에 있다.
글쓴이:이승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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