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나를 사랑하시어]제3장 행원의 노래-가슴 아픈 사연들 : 병은 왜 오는 것인가?
행원을 공부하는 도중 일어난 일들 가운데 내 주위 분들의 투병 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같은 의사는 수련 기간 중애도 삶과 죽음의 현장을 수없이 많이 본다. 의사라면 누구나 가슴 아픈 사연들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수련이 끝나면서 그런 일들을 잠시 잊었는데, 나이가 드는 탓인지 우리 주위에 하나 둘씩 떠나시는 분들을 적지 않게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26세의 젊은 나이에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난 환아의 외삼촌, 42세의 젊은 나이로 그 자신이 의사이자 유명 의대 교수였으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남겨 둔 채 기어이 떠나고 만 내 친한 도반 P교수의 처남, 친척 S형님이며 평상시 불교의 가르침에 심취해 수행을 거르지 않았던 아직 채 환갑도 되지 않았던 P거사님...
모두들 가실 때가 아니건만 불치의 병으로 떠나셨다. 위문도 가 보고 위로도 드려 보았지만 도무지 나의 힘으론 조금의 도움도 드리지 못했다.
노화이든 질병이든 죽음이 임박하면 사람은 대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반응 단계를 보인다고 한다.
첫째, 충격과 부정(Shock&Denial). 죽음이 통고되었을 때 환자는 충격을 받고 믿으려 하지 않는다. 혹 오진은 아닌가, 무엇이 잘못되었을 것이라고 부정한다는 것. 사람에 따라서는 끝까지 이 단계에 머문다고 한다.
둘째, 분노(Anger). 죽음이 사실임을 확인하면 분노하고 좌절한다. 하필 왜 내가? 하며 환자는 신과 운명을 저주하고 가족, 친구, 의사에 대해서도 화를 낸다.
셋째, 타협(Bargaing). 의사, 가족, 그리고 신과 타협하려 한다. 내가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까 하여 교회나 절에 헌금, 시주를 하거나 마음속으로 약속을 한다.
넷째, 우울(Depression). 환자는 결국 절망하고 우울해진다. 위축되고 자살도 고려한다.
다섯째, 받아들임(Acception). 환자는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이를 받아들인다. 용기 있게 죽음과 사후의 일에 대해 관계자와 솔직히 토론하고 대책을 세우며, 이 때 종교적 신앙이 도움이 된다.
이것이 내가 의대생일 때 정신과 강의에서 배운 내용이다. 마지막 5단계까지 가는 분도 있고 처음 몇 단계에서 좌절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나는 5단계까지 가는 분조차 그렇게 많이 본 것 같지는 않다. 대개는 병을 부정하고 어떻게든 살려고 몸부림치다 어느 날 갑자기 멀리 가 버린다. 의사가 보기엔 거의 종말인데도 끝까지 자신은 낫고 있다고 우기다가 유언 한 마디 못 남기고 가시는 분도 허다하다.
신앙이 없는 분은 물론이고 평소에 독실한 신앙생활을 하신 분조차 그러한 것을 보았다. 심지어 불교적 수행이 깊은 분마저 그러함을 보았으니, 도대체 평소의 수행과 극한 상황은 무슨 관계를 가지는 것일까. 불교라는 종교 자체가 그런 상황을 슬기롭게 승화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분의 수행이 그러기에는 너무 옅었던 것일까...
병이란 무엇이며 왜 오는 것일까. 의학만으로는 결코 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결론이 난 일인데, 그렇다면 정녕 그 병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아닐 텐데...부처님께서는 분명히 알려 놓으셨을 텐데...답답한 마음은 끝이 없었다.
-보현선생님의 ‘님은 나를 사랑하시어’에서, 불광출판사 刊
첫댓글 _()_ 보현님의 깊은 연민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_()_
해야 할 부처님 일이 많아서 죽었다가(?) 살아나신 분을 보았습니다. 오래 살고 싶으신 분들! 부처님 일 많이 원을 발하시면 허망하게 가시지는 않을 듯 합니다. 마하반야바라밀.....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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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마하반야바라밀..........._()_
고맙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_()()()_
고맙습니다..마하반야바라밀..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