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시즌오픈을 앞두고 연습경기를 치르던 아메리칸리그의
토론토 블루 제이스는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즈와
"내셔널리그 룰"에 따라 경기를 치르게 됐다.
다시 말해서 지명타자 없이 투수가 직접 타석에 들어가도록 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도미키니카 공화국 출신 토론토투수 호세 누네스는 프로물을 먹은 이래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가야 했다.
그가 마이너리그에서 수업을 받을 때도 지명타자를 썼기 때문이다.
누네스는 손바닥에 침을 퉤퉤 뱉으면서
배트깨나 휘둘러본 타자처럼 폼을 있는 대로 잡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데 데이브 팰론 심판은 그를 불러 세우더니
"너 점퍼를 그냥 입고 칠 거야?"하며 핀잔을 주었다.
아차 싶은 누네스는 덕아웃으로 들어가 점퍼를 벗고 나왔다.
그러자 팰론은 다시한번 누네스를 불러세웠다.
"야, 너 헬멧이 그게 뭐냐? 잘못됐잖아."
좌타석에 들어선 그는 우타자용 헬멧을 쓰는 바람에
귀가리개가 포수쪽에 붙어 있었다.
다시한번 덕아웃으로 갔다 오기가 싫었던 누네스는 묘수를 떠 올렸다.
요즘 X세대 아이들처럼 모자챙을 뒤로 해서 거꾸로 쓴 것.
그러자 귀가리개가 제대로 가릴 데를 가리게 됐다.
그런데도 팰론 심판은 봐주지 않았다.
"그래갖곤 안돼. 빨리 가서 좌타자용 헬멧으로 바꿔쓰고 나와!"
그러나 누네스는 번거롭게
다시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나올 의사가 없었다.
그는 모자를 바로 쓰더니 아예 우타석으로 옮겨가는 것이었다.
아무려면 어때 뭐, 어차피 못 칠텐데 뭐 씨….
이쯤 되자 양팀 벤치에 있던 사람들은 웃느라 배꼽이 빠질 지경이었다.
팰론 심판도, 상대팀 투수 케빈 그로스도, 포수 랜스 패리시도 데굴데굴 굴렀다.
모두들 정신을 차린 뒤 그로스가 포수 사인을 들여다보자
누네스도 투수쪽을 보는 대신 고개를 뒤로 돌려
포수의 사인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야 임마.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패리시가 따지자 누네스는 태연히
"히히 사인 좀 보려고요"하고 대꾸했다.
사람좋은 패리시는 네까짓게 치긴 뭘 치겠느냐 싶어
"그래, 어떤 공을 줄까?"하고 물었다.
"직구요."
패리시는 직구 사인을 냈고 그로스는 그에 따라 직구를 던졌고
누네스는 힘껏 쳤으나 파울이었다.
그리고나서 누네스는 패리스에게
"이번에는 체인지 업을 주세요." 하고 주문하는 것이었다.
팰론 심판은 하도 기가 막혀 스스로 타임을 걸고는
제자리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결국 네누스는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다음은 블루제이스 대변인이 한 말.
"호세 네누스가 배트를 거꾸로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사실 그가 그렇게 했다고 해도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첫댓글 헉. 진짜 재밌네요.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읽으니까 더 웃기네요. 크크...전에 기아의 필중이가 타석에 들어섰던 일이 있었는데...그냥 공만 멀뚱멀뚱하게 쳐다보다가 삼진 당하기도 했었는데...그런 모습과는 확실히 구별이 되는....크헉...엄청 재밌네요.
ㅋㅋㅋㅋ 진짜 웃긴다....본 것 중 젤 웃김.............아..오랜만에 맹장 터질 것 같다..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진짜 웃기다.. 메져리그에는 잼나는게 넘 많다..ㅋㅋㅋㅋ
^^ 귀차니즘의 신으로 임명해도 무방할듯 하네요.
정말 웃겨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