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2013년 봄호.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맹문재
1
내가 주동이 되어 우리 집 아이들과
처제네 조카들을 데리고
해수욕장에 갔다
아이들과 물장난을 치며
파도처럼 놀았다
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샤워실에서 몸을 씻기는데
서로 벗은 몸을 보며 깔깔거리고 난리였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의 시장터로 갔다
짜장면을 사줄 생각이었다
2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어제는 연구실에서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나도 변했나?
지난주에는 간과 담낭 재검이 필요하다고
건강검진을 받은 데서 연락이 와
큰 병원에서 요구하는 영상 자료를 받으러 갔다
네 시까지 오라고 했다
가는 길에 근처의 회사에서 일하는 선배와 저녁 약속을 했는데
자료를 받고 나니
두 시간이나 남았다
나는 놀 줄 몰라
헤매다가 찾은 사우나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이발까지 했다
3
아무래도 간밤의 꿈이 놀라는 것으로 해몽되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간 적 없이
나의 젊은 날은 지나갔다
무얼 하고 노나?
누구하고 노나?
나는 작업복 입은 사람들이 편한데……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맹문재
1991년 『문학정신』 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물고기에게 배우다』『책이 무거운 이유』『사과를 내밀다』등이 있음. 현재 안양대 국문과 교수.
첫댓글 아무 탈없이 잘 지나가시기를 바랍니다...늘 건강하세요...^^
선생님, 꿈 해몽가는 아니지만 감히 제 경험을 말씀드린다면,
목욕하는 꿈은 병 걱정에서 깨끗이 벗어날 수 있는 길몽이라 여겨집니다.
이번에 간단한 치료만 받으시면 예전처럼 건강을 되찾으실 겁니다. 부디 화이팅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