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11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국제대회
참가번호12913 힘내자! 이두영입니다.
힘내자! 입니다.
저는 힘내자 입니다.
그래서 저는 힘을 내야 했습니다.
가을의 전설 2011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 국제대회 준비로 일주일 전부터 당일 아침까지 부산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걷고 뛰고를 매일 반복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꼼꼼히 경기에 필요한 준비물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거의 25년만에 느껴보는 설레임 으로 잠을 뒤척이다 새벽1시나 되어서야 잠이 들었고 벨소리와 같이 함께 출전하는 동료들의 문자오는 소리에 바로 눈을 뜨고 다시 한 번 점검을 하고 갓난아기와 자고있던 아내가 깨어나 잘달리고 오라며 응원을 받고서야 상쾌한 새벽길을 나서며 그런 아내에게 저는 그때만큼은 비장하게 ”오늘KBS1TV에서 08시55분부터 생중계하니까 꼭 봐!” 지금 생각해 봐도 왜 그런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첫 출전 H조라서 제가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나올 확률은 거의 없는데 말입니다.
서둘러 갈매역에서 춘천행 첫차에 올라타니 지난해 춘천마라톤 옷을 걸쳐입은 몇몇사람들이
보입니다. 나와똑같이 지난밤잠을 설치고 모자란 잠을 자기위해 움크려 있는사람,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고있는 사람, 창밖만을 바라보면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는사람 처음보는 사람들이지만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가는 사람들이기에 낯설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더디기만 한 기차가도착한 춘천의 아침은 쌀쌀하지만 그 향기는 왠지 저를 설레이게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가을의 전설 춘천 땅에 도착이다! 외치며 스스로에게 동료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다시금 비장한 각오를 하며, 출발 대기 선에선 시끄런 폭죽소리와 함께 엘리트 선수들이 뛰어나갑니다.
저의 100미터 전력질주와 비슷한 속도로 말입니다.
분명 보통사람들은 아닐 거라 인조인간 일수도 있을 거라 혼 자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하며
입이 벌어진 채 감탄만하고 있습니다.
각 그룹이 출발 할 때마다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 가을의 영웅들이 소개가 될 때마다 존경과 시셈의 탄성이 나옵니다. 가을의 영웅까지 앞으로 아홉 번 남았다. 순서를 세는 동안 드디어 H조의 출발을 알리는 사회자의 구령에 힘차게 소리를 지르고 출발을 합니다.
오버페이스하지말자! 포기하지말자! 전설을 즐기자!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다짐을 하며
천천히 첫 발을 내딛습니다.
모두들 들뜬 마음에 활짝 웃으며 가을 속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친구끼리 왔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천천히 주위경관에 감탄하는 사람들, 이리저리 빠져나가며바삐 달려가는 사람들, 아직 5킬로미터도 되지 않았는데 걷는 사람들, 벌써 출발한 B그룹의 배번이 무슨 사연인지 뛰지 않고 돌아오는 사람, 혼자만의 사람 관찰 만으로도 10킬로미터를 즐겁게 달렸습니다.
10킬로미터를 넘어서면서 조금씩 페이스는 안정되고 이제부터는 나만의 여행를 시작합니다.
마치 여행자가 하나하나 자신이 본 세상과 경험을 가슴에 새겨 넣으며 또 다른 곳을 향해 여행을 계속 해 가듯 무리 속에서 한 명 한 명 헤쳐 나가며 나만의 여행을 계속합니다.
뒷모습 뿐 이지만 많은 사연의 여러 사람들이 보입니다.
등판에 김**수능대박 이라는 글을 달고 달리는 분을 보며 “ 김**수능대박 오케이!”를 크게 외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답에 저도 기운이 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일어나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기운을 드리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담은 글을 등판에 달고 달리는 중년 남자분의 뒷모습을 보며 갑자기 가슴이 찡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라도 하면 어머님이 일어 나실수 있을까 하는 소망이 담겨있는 달리기라는 생각에 저도 마음을 담아 “힘내세요”라고 외쳐드립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답에 왠지 코가 시큰거렸습니다.
또 다른 뒷모습엔 시각장애인과 같이 달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서로를 이어주는 빨간줄 하나에 의지해 힘차게 달리는 모습에 동반자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이**,박** 파이팅!”이라고 외쳐드립니다. 이렇게 외쳐드리면서 왠지 제가 더 힘들 받는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나같이 모든 선수들이 어떤 목적 하나씩은 가슴에 세기고 달리는 모습에 나는 왜 뛰고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마치 삶의 행복을 따지는 기준이 부의 축적이 되어버린 요즘. 돈과 각종 재화에만 혈안이 된 사람들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과 비뚤어진 인생관들이 넘쳐나고 오로지 돈 냄새만을 쫒아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허덕이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그저 막연히 분주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마치 지금 이전의 나처럼 말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분주함 끝에 맞이하게 될 미래입니다. 나는 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힘든 시간을 견디더라도 끝내 이루고자하는 목표가 확고한지? 이에 대한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지금의 나에게 42.195 킬로미터를 원하는 기록으로 완주한 후의 성공한 자신을 돌아보는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것 입니다. 돈은 성공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건강은 결코 돈으로 살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어느새 첫 번째 터널에 다달으며 많은 함성 속에 작고 부끄러운 목소리로 아주 크게 외쳐 봅니다. “완주! 335!” “완주! 3시간35분!”
마지막터널 지칠 만큼 지쳤지만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싶습니다. 아니 저에게 하는 격려였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가서 막걸리 마시자! 그러자 어떤 분이 바로 답을 합니다. 그러자!
저보다 많은 연배이신데 달리는그순간 그 한마디에 우리는 동지가 됩니다.
일본에서 온 락주회 분홍색의 그분에게도 파이팅을 외칩니다.
막판 스퍼트, 옆에 달리시는분과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맞추기 시작합니다.
많은 경험이 있는 듯 한 그분은 힘든 건 누구나 똑 같아요. 엘리트 선수건 서브3주자건
오늘 처음 풀코스에 도전하는 사람이건… 그 힘든 걸 누가 참고 견디냐 입니다.
참고 견디세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2.195킬로미터, 3시간35분23초라는 거리와 시간동안 마치 영화를 한편 찍은 듯 한 그런 착각에 빠졌습니다. 달리는 동안 달콤함만 있던 것도 아니고 흥분만 있던 것도 아니고 설레임만 있던 것도 아니고 분노만 있던 것도 아니고 고통만 있던 것도 아니고 자책만 있던 것도 아니고 감동만 있던 것도 아니고 눈물만 있던 것도 아니였습니다. 그저 한사람이 묵묵히 뛰어가면서 벌어지는 작은 전설속의 희로애락이, 한사람의 눈과 마음으로 본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진 모습이 나에게 전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번 마라톤을 통해 내 삶을 돌아 보며 짧은 철학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일상에서 쉽게 포기하고 양지만 찾아 다니며 돈 만 쫒던 평범한 직장인에서 무척이나 성숙한 나를 발견하면서 끈기 있게 천천히 라도 포기 하는 일 없이 다가올 미래를 건강하게 완주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진정 이것이 행복 이란 것을 말입니다.
그 행복을 이제 이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이어받으실 차례십니다.
2012년10월 춘천에서 당신만의 전설을 만드세요.
첫댓글 이글을 읽고 있다보니가 마치 내가 그자리에 있던 사람처럼 가슴이 뭉클 콧끝이 찡하다~
원하고 소망하는 모든게 이뤄지길 바랄뿐이다~힘내자 두영아~나도 힘내볼그야~^^
우리도 달리자 . 건강을 위하여
두영이 또 달리는 구나....!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두영아 달리다보면 하니도 볼수 있을까.....?
와...정독 했다....진한 감동이군...글로써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 준 두영이도 대단하고...
완주한 너도 그것도 4시간 훨씬 안에 들어온 것도 기적 같은데...서로들 가슴속에 염원하는 것을 향해 달리는 구나..난 왜 힘든 마라톤을 하나 했었거든~
뭐야? 다시보니 두영이 글 용길이가 만져 준거야? 그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