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소식 전합니다.
기장 목회자님들과 성도님들께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꾸벅.
오늘 오전 제주노회장 이정훈목사님, 제주노회 정평위원장 송영섭목사님, 전주고백교회 이강실목사님과 다른 교단목사님 4인, 장로님 1인, 신부님 몇 분이 구럼비 바위 발파를 막기 위해 제주해군기지예정부지의 담장을 뚫고 진입하던 중, 현장에서 체포되셨습니다.
정문을 막아선 마을주민과 평화활동가들에 막혀 연행이 지연되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해상으로 이들의 연행을 시도했으나, 썰물인 관계로 배를 대지 못해 취소하였고, 오후 5시경 서울에서 내려온 경찰병력이 버스와 함께 급히 다른 쪽 출입구를 막아서더니, 순식간에 이분들을 연행하였습니다. 제주노회 목회자들은 부리나케 달려가 저지하려 했지만, 어떤 힘으로도 이들을 막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현재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계시는 송영섭목사님이 3월 6일 쓰신 글을 대신하여 올립니다. 갈등과 불신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은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 하나님 지으신 중덕바닷가와 구럼비 바위의 생명들을 위해, 그리고 제주 땅의 참 평화를 위해 여러분의 간절한 기도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평화의 9부능선
- 우리의 4.3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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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신동엽의 시詩 한 자락을 읊조립니다.
그것도 자정을 5분 남겨둔 이 시간.
그렇습니다. 정말 자정을 5분 남겨둔 시점입니다.
우리의 양심이, 시대의 어둠이, 캄캄한 침묵이, 불의의 자정이 5분 남겨둔 시점.
내일 새벽,
드디어 제주를 ‘생명평화’의 희망의 땅에서,
‘군사기지’의 절망의 늪으로 몰아가는 어둠에 눈 먼 세력들이
“제/주/의 평/화/를 영/원/히 유/배/시/키/기 위/해”
40톤의 폭약을 싣고 강정마을로 들어옵니다.
그렇습니다. 제주는 영원한 유배의 땅.
일찍이 탐라국을 고려와 조선반도의 유배지로 지정한 이래,
이 땅은 이제껏 유배의 땅이었습니다.
양심이 유배되고, 정의가 유배되고, 생명이 유배되고, 진실이 유배되어온 땅.
중심에서 밀려난 변방의 새들이 모여들어 찢어진 깃발처럼 아우성으로 우지져온 땅.
그 변방의 섬 - 유배의 땅에서 다시금 움트던 생명평화의 씨종자가
다시금 짓뭉개지려는 ‘찰나의 5분’입니다.
그 5분을 남겨둔 지금은 ‘어둠의 한 밤중’입니다.
허나 이 ‘어둠의 한 밤중’은
제주가 생명평화의 섬으로 선언된 직후부터 본격으로 벌어진
이 “생명 대 탐욕”“진실 대 거짓”“폭력 대 비폭력”의 싸움이
마지막 9부능선을 넘어 고지를 바라보는 시점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평화의 9부능선이라 부릅니다.
마지막 힘을 다하여,
마지막 진실을 다하여,
마지막 생명을 다하여,
우리의 거짓을 씻고
우리의 비겁을 깨고
우리의 두려움을 찢으며
우리는 역사의 9부능선을 넘습니다.
4.3. 그 역사의 도화선이 불붙었던 3월의 밤.
4.3. 그 양심의 봉화불이 타오르던 4월의 새벽.
4.3. 그 미완의 광야길 64년을 넘어
지금 - 여기, 우리는 떨리는 가슴으로
역사의 심장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쿵· 쿵, 진실!
쿵· 쿵, 정의!
쿵· 쿵, 양심!
쿵· 쿵, 평화목마름!
새벽이 오고 있습니다.
역사의 자정을 넘어
저기 아스라한 새벽이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밤 한 복판에서
지금
역사의 여명을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9부능선입니다.
생명과 평화, 진실과 정의가 새벽을 밀어올리는
지금 - 여기, 역사의 9부능선.
그 새벽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4.3의 십자가가
평화의 부활로 동터오는
역사의 마지막 9부능선을
우리는 가슴 벅차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 금.
그 새벽의 한 달이 우리 앞에 달려오고 있습니다.
※벗들이여, 평화역사의 길벗들이시여!
구럼비의 ‘십자가와 부활’을 위해
님의 서계신 자리에서
기
도
의
봉
화
불
을
올
려
주
십
시
오!
당신만이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