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는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를 접하게 된 헤르베르트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쓰게 되었다. 바로 도망 말이다. 이전까지 제국에서 벌어진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쪽의 선택지는 자살하거나 사회질서유지국에 끌려가거나 아니면 위장된 타살을 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정신병 명목으로 감금되는 것으로 어느 쪽이든 패배한 쪽은 비참하였다. 헤르베르트 또한 정치적으로는 자멸한 것에 가깝지만 권력투쟁의 패배자라 볼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또다른 선택지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자유행성동맹으로의 망명, 자유행성동맹의 존재가 알려지고 다곤 성역 회전에서의 패전 소식이 들리자 제국 내의 반체제 인사들은 일거에 동맹으로의 망명을 꾀했고 그중에는 황족이나 귀족같은 고위층이 있었으며 이들은 주로 권력투쟁에서의 패자들이었다.
이들은 그래도 재산 같은 면에서는 남들보다 나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정계에서의 영향력을 완전히 잃어서 고민이었는데 동맹으로의 망명은 비록 제국에서의 재기는 아니라곤 하나 어쨌건 재기를 꿈꿀 수 있는 기회였기에 주저없이 동맹으로 망명하곤 했으며 특히 후세의 표현에 이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건사고가 일어난 검붉은 6년에 이르자 패배자들은 속출하였고 이들은 혼란스러운 제국의 상황을 이용해 너나없이 동맹으로 망명하였다. 그리고 헤르베르트 또한 이 흐름에 타고자 하였다.
동맹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그가 동맹으로의 망명을 괴한다는 것은 역사의 희곡일 일이나 이 때에 이르자 헤르베르트는 아무리 자비를 받는다고 해도 목숨 빼고 죄다 잃을 판인지라 찌질해보일 정도로 자기 목숨만은 구하고자 했기에 그런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주변의 측근들 역시도 황제 시해 미수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3대가 처형될 위기인데다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가 헤르베르트에게 자비를 베푼다면 자신들은 헤르베르트 대신에 책임이 덮어씌워져 죽을 판이었기에 더더욱 목숨만은 구하고자 어떻게든 동맹으로의 망명을 꾀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이들은 아직 신분은 남아있었기에 아무리 권력싸움의 패자라고 해도 일개 평민들 따위와는 격이 달랐기에 오딘의 우주공항은 수많은 우주선들을 제쳐두고 이들의 이륙을 먼저 허가하였고 제국 또한 미처 이들의 이륙을 막지 못했기에 우주공항을 임시로 폐쇄하라는 명이 하달되었을 때는 이들은 이미 오딘을 떠난 뒤였다.
그러나 이들은 동맹령에 닿지 못했다. 이는 제국에게는 이미 또다른 카드가 있었기 때문으로 루돌프 시절부터 제국에는 반대파 탄압용으로 활용중인 사회질서유지국이 있었다. 사회질서유지국은 시대분위기에 따라 부서의 분위기가 살짝 풀어지기도 살짝 조여지기도 했는데 이 같은 사회분위기 속에서 사회질서유지국의 분위기는 바짝 조여져야 했지만 그럴수는 없으니 수많은 이탈자를 낳았으나 그래도 매우 위험한 이들은 철저히 마크하고 있었으며 그중 하나가 헤르베르트였다.
비록 이들이 헤르베르트의 행위를 조기에 막지 못했다고는 하나 이전부터 주시해온 것을 계기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시 손을 쓸 준비는 해놓았고 고틀리프의 밀고를 계기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때문에 헤르베르트도 그를 버리고 혹은 함께 떠난 측근들도 차마 자신의 우주선에 사회질서유지국의 끄나풀이 있을 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한편 그 시각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는 엘리자베타를 찾아갔다. 이미 사건의 배후에는 헤르베르트가 있음이 확실했다. 그래도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는 차마 자기 멋대로 헤르베르트를 처단할 수 없었다. 서자라 입지가 취약한 자신의 즉위에 정통성을 부여해줄 사람은 자신을 지명한 이복형 구스타프 외에도 프리드리히 3세의 황후였던 엘리자베타였고 권력투쟁의 결과 어쨌거나 황실의 큰어른인 만큼 막시밀리안 요제프라도 엘리자베타를 무시할 순 없었다.
그러나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는 순순히 엘리자베타로부터 헤르베트르의 '처분'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엘리자베타 또한 이 때쯤에는 헤르베르트의 음모가 확실하다 여기게 되었고 나름대로 많은 지지를 받는 막시밀리안 요제프, 반란군에게 진 패배자에 반란을 일으켰다 진 패배자인 헤르베르트, 특별한 점이 없는 리하르트의 상황에세 엘리자베타는 누구 편에 서고 누굴 취하며 누굴 버려야 할 지 확실하게 정했다.
그래서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와 엘리자베타는 엘리자베타의 3남인 리하르트와 그 주변인의 신변은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헤르베르트의 처분은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에게 맡긴다는 암묵적인 밀약을 맺고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는 헤르베르트의 처분권을 손에 넣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는 헤르베르트를 확실하게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이복형인 구스타프가 죽은데 이어 헤르베르트가 죽는다면 자신에게 좋지않은 말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으로 그래서 그는 사회질서유지국에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장은 잠입해 있던 요원들에게 명령했다.
"반역자 헤르베르트는 사고사를 위장해 생포하고 나머지는 모두 사고사를 위장하여 처분하라"
그 명령에 따라 헤르베르트 휘하의 우주선에 위장해 있던 사회질서유지국의 요원들은 일제히 명령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헤르베르트 일당의 우주선들이 '정채불명의 이유'로 기능을 정지하며 헤르베르트가 탄 우주선을 제외하고 폭발하였고 그 폭발한 우주선에서 살아남은건 사회질서유지국 소속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일제히 헤르베르트의 우주선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모두 헤르베르트를 노렸으며 잠시간 헤르베르트의 주변인물들과 충돌이 있었지만 손쉽게 제압한 후 헤르베르트까지 납치했다. 납치된 헤르베르트는 이전보다 더욱 엄중한 감시하여 이번에는 정말 주변인물 하나 없는 창살없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처분이 끝나자 제국정부는 반역자 헤르베르트가 반란군으로 도주하던 도중 타고 있던 우주선이 폭발하였다고 발표하여 사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