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vel Point - 영화, 드라마, CF의 단골 촬영지 |
담양은 빼어난 풍경 덕에 일찍부터 영화와 드라마 CF의 촬영지로 선호돼 왔다. 드라마 <다모>에서 하지원과 김민준의 첫 회 격투 장면은 삼인산 대나무밭에서 찍었고, <여름향기>에서 송승헌과 손예진이 대나무에 쓰인 낙서를 웃으며 읽는 장면은 대나무골테마공원에서, 영화 <스캔들>의 조선 상류 사회 장면을 연출하는 데는 소쇄원이 배경이 됐다. 이밖에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 김희선이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지나는 장면, <청풍명월>에서 최민수와 조재현이 맞닥뜨리는 장면도 담양의 대숲이 배경. |
1 대나무골테마공원을 만든 신복진 씨 2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3 담양호 너머로 멀리 추월산이 보인다. |
담양은 예술의 도시다. 전문 예술인뿐 아니라 담양 사람은 대부분 구성진 소리 한 자락씩은 할 줄 알고 남도풍의 글을 쓰거나 흙을 빚어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그들의 직업은 차 재배자, 농사꾼, 카페 주인, 문화해설사 등 다양하다.
분청사기의 고장 광주와 이어지는 고서면 지역에는 도예 공방이 몰려 있어 손을 꼼지락거리고 싶다면 얼마든지 흙을 만져볼 수 있다.
대덕면에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이곳에서 벌꿀 밀랍 초를 만드는 독일인 빈도림 씨가 있고, 논 흙으로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토우(土偶)를 만드는 농사꾼 예술가 송일근 씨도 있다.
집 한쪽에 마련된 작업실과 전시실에서 그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담양은 정자(亭子)의 도시다. 면앙정, 송강정, 식영정, 소쇄원 등 몇백 년 동안 한 자리에 서서 담양의 경치를 즐겨온 20여 개의 빼어난 정자가 남아 있다. 정자는 옛 선비가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시 한 수 읊으며 은근한 멋을 즐기던 장소. 때문에 정자가 있다는 것은 곧 훌륭한 풍광이 있다는 뜻이다.
담양 여행을 할 때 여행자가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이 '정자 구경'이다. 사람들은 정자 그 자체에 목적을 두고 찾아간다. 하지만 밖에서 바라보기만 해서는 진정한 정자의 의미도, 멋도 느낄 수 없다. 신발을 벗고 정자에 올라 안에서 밖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맑은 하늘에 해 질 무렵, 면앙정에 신을 벗고 오르면 알게 된다. 곱게 눈 덮인 삼인산 자락과 그 아래 강쟁 뜰을 물들이는 와인 빛 저녁 노을의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Day 2] 담양에서 예술가 되다조금은 특별한 체험을 해본다. 대덕면 문학리 옥천골에 참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 남자 빈도림 씨, 한국 여자 이영희 씨 부부다.
독일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던 빈도림 씨 내외는 2년 전 이곳으로 내려와 산골짜기에 예쁜 집을 지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벌꿀 밀랍 초를 만든다.
본래 초는 벌이 지은 집인 밀랍으로 만들어야 진짜다. 토종꿀 업자에게 받아온 밀랍을 여러 차례 정제해 맑은 엿기름처럼 만들고 대나무통에 부어 굳히면 대나무벌꿀초가, 추를 단 실을 밀랍통에 수십 차례 넣었다 뺐다 하면 막대처럼 생긴 고드름초가 탄생한다.
천연 재료를 쓰고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값은 좀 비싸지만 그 독특함에 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담양군 특산물 리스트에도 올랐다.
흥미로운 벌꿀초 만들기는 체험도 가능하다. 다섯 명 정도가 막대초 두 자루와 대나무초 하나씩을 만드는 데 15만원 정도. 또는 1만원짜리 세트를 사 가지고 집에 가서 해볼 수도 있다.
벌꿀 냄새 은은한 초 만들기를 해본 다음엔 '허허공방'을 찾는다. 달이 뜨면 그 마을 산자락이 달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형세가 된다고 해서 무월리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에 송일근 씨가 산다.
자칭 농부라고 말하는 그를 사람들은 도예가라고, 토우 작가라고 부른다. 옛날 외가처럼 정감 있게 지어진 흙집은 그가 직접 만든 작품. 집 뒤에는 너와집 모양의 전시 공간도 있다. 세상사 그저 웃으며 살자는 뜻에서 이름도 허허공방이다.
길과 대문, 집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그 집에는 유독 입이 찢어져라 헤벌쭉 웃고 있는 토우가 많다. 논 흙으로 만든 거칠고 투박한 녀석들이지만 그 얼굴을 보면 웃지 않고 배길 수가 없다.
본채 앞에 둥글게 생긴 흙집은 7년째 짓는 중. 앞으로 찻집으로 만들 예정인데 언제 완성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농사하는 틈틈이, 토우 만드는 틈틈이 짓기 때문이다. 세월아, 내월아~
오후의 드라이브는 포도로 유명한 고서면에서 시작한다. 8km에 이르는 배롱나무길이다. 배롱나무는 아직 더 커야 하지만 뒤틀린 몸체와 그 너머로 펼쳐진 눈 덮인 들녘을 구경하면 가는 길이 재미있다. 887번 지방도를 따라 식영정과 가사문학관, 소쇄원을 둘러본 후 약이 되는 차 메뉴가 가득한 카페촌에 들러 따끈한 차와 함께 겨울 담양의 낭만을 즐겨본다.
:: Travel Point - 광주호-가사문학관 887번 지방도 카페촌 |
고서면에서 광주 방면 887번 지방도를 따라 담양 카페촌의 눈 내리는 겨울밤의 낭만을 즐겨본다. 광주호를 중심으로 20여 개의 카페가 모여 있다. 가사문학관 입구 한옥 지붕의 카페 '보리와 이삭'(061-381-9333)에서는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누룩과 보리밥을 삭힌 후 차게 마시는 새콤달콤한 단술을 꼭 맛볼 것. 뒤편에 이웃한 '물소리 바람소리'(061-381-3340)는 몸에 좋은 약차를 내놓는다. 박하차, 연잎차, 금귤차, 애기사과차 등 서울에서 맛보기 힘든 차가 많다. 설탕이나 꿀 대신 계피나 감초로 단맛을 낸 것이 특징. 광주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해바라기'(061-381-6667)에서는 웰빙 꽃새싹밥을 맛볼 수 있다. |
1 고드름 초를 만들고 있는 빈도림, 이영희 씨 부부 2 빈도림 꿀초의 대나무통초 3 가사문학관 앞 전통찻집 <물소리 바람소리> |
담양은 차(茶)의 도시다. 댓잎차와 죽로차는 담양에서만 그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대나무 아래서 댓잎에 맺힌 이슬을 먹고 자란 찻잎이 바로 죽로차다. 그 맛이 달고 향기롭다.
은은한 향 속에 대나무 냄새가 난다. 초겨울까지 피는 하얀 차 꽃을 따다 냉동시키고, 연둣빛 거품이 풍성한 말차 위에 띄워 먹는 맛은 오로지 담양에서밖에 경험할 수 없다.
간단한 다기 세트를 보자기에 묶어 들고 마을마다 하나쯤 있는 정자 위에 올라본다. 눈이라도 올라치면 신선이 따로 없다.
담양은 맛의 도시다. 최고의 맛으로 치는 남도 음식 중 그 중심지가 바로 담양이다. 마음이 더욱 흐뭇한 것은 소문난 음식점 중에는 2대, 3대를 이어 내려오는 곳이 많다는 점이다.
담양에서는 꼭 떡갈비와 대나무요리를 먹어봐야 한다.
부드러운 육질에 감칠맛 나는 양념을 정성껏 해서 숯불에 구운 떡갈비와 식당 앞 대숲에서 금방 잘라 온 대나무통에 고슬고슬 밥을 지은 대통밥, 죽림에서 자란 닭으로 요리한 죽계찜까지.
웬만한 미식가는 혀를 내두른다. 음식점 외관의 허름함을 보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로지 맛만으로 몇십 년을 버텨온 식당들이니까. 담양의 소문난 맛집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곧 장인의 철학을 먹는 것과 같다.
[Day 3] 담양의 맛에 함빡 빠지다이른 아침, 민박집 큰 창 너머로 보이는 삼인산 해돋이를 보고 따끈한 온천탕으로 향한다. 역시 겨울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이 제격이다.
금성산성 아래 자리한 담양온천리조트가 주로 여행자가 찾는 곳이라면, 지난해 문을 연 읍내 대나무온천탕은 담양 주민이 즐겨 가는 곳이다. 이곳은 오로지 대나무로만 만든 국내 최초의 대나무 테마 온천탕.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진한 대나무 목초액 냄새가 풍긴다. 댓잎 향, 차 향 은은히 풍기는 죽엽죽로탕에서 커다란 대나무 통발에 대나무 숯 가득 넣어 띄워놓은 대나무숯탕,
무좀·아토피·중풍·비듬 제거에 효과가 있다는 죽초맥탕, 대나무산소찜질방까지 그야말로 온천탕에서 죽림욕을 하는 셈이다. 위층에는 역시 대나무를 테마로 한 다양한 찜질방 시설이 마련돼 있어 제대로 대나무의 기운을 받을 수 있다.
시원하게 온천욕을 즐기고 나면 출출해진 배를 채울 차례. 기쁘게도 담양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 굳이 꼽으라면 떡갈비와 대나무통밥, 암뽕, 한정식 등. 부드러운 1등급 한우 갈빗살에 양념이 잘 배도록 칼집을 넣어 갖은 양념에 재워 여섯 시간쯤 숙성시킨 후 숯불에 구워낸 것이 떡갈비.
달착지근한 양념에 애써 씹지 않아도 입에서 살살 녹으니 그 맛이 기막히다. 떡갈비를 먹고 난 후에는 한우 뼈를 우려낸 담백한 육수에 미꾸라지를 넣어 한소끔 끓여낸 죽순추어탕으로 마무리한다.
갈비와 추어탕, 어찌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음식이 얼마나 궁합이 척 들어맞는지는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대통밥은 갓 잘라내 대나무 향 고스란히 간직한 대나무통에 오곡과 은행, 밤, 대추, 숯 한 조각 등을 넣어 압력솥에 쪄낸다.
대통밥을 먹을 땐 일단 향긋하고 구수한 냄새를 즐긴 후, 고슬고슬 윤기 나는 밥에 토하젓 한 젓가락 얹어 먹어야 딱 제 맛이다. 여기에 죽림에서 뛰놀던 실한 토종닭을
인삼, 숯, 대추, 황기, 당귀 등 갖가지 한약재와 함께 커다란 대나무통에 넣어 쪄낸 대나무통토종닭은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기특한 보신 요리다. 오랫동안 숙성시킨 대통술 한 잔 곁들이는 것도 잊지 말 것.
이밖에 굵은 소금으로 여러 번 문질러 누린내를 제거한 돼지 창자에 피, 생강, 마늘, 대파 등을 넣어 삶아낸 전통 순대, 암뽕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정갈하고 깊은 맛의 한정식도 담양 여행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
:: Travel Point - 대나무요리 |
담양의 이름난 요리에는 대나무가 빠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카페인이 없다는 댓잎차가 인기 있고, 도시 여기저기에 대통밥집이 생기고 있다. 대나무는 하나도 버릴 게 없다. 새순은 맛난 요리에, 잎은 차로, 줄기는 죽제품을 만들거나 대통밥, 대통술을 만들 때 쓴다. 뿌리는 푹 우려내 차로 마시면 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대나무는 주독을 포함해 음식의 유해한 독을 중화시키는 강력한 해독 성분을 가진다. 해열, 진토, 기침, 황달, 입덧에도 효과가 있다. 대나무 향을 집으로 가져오고 싶다면 댓잎차나 죽로차가 제격이다. ㅇ 담양군 죽로차 작목회 019-370-6015 |
1 3년 동안 숙성시킨 대통술 2 대나무 향 가득한 죽림원의 대통밥 3 담양 최고의 요리 덕인관 떡갈비 |
맛집 | ||
2대에 걸쳐 내려오는 떡갈비의 맛, [덕인관] 남도음식축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면서 그 이름을 알렸고, 지금은 장남 박귀완 씨가 물려받아 운영한다. 1등급 담양 한우만을 사용하고, 떡갈비의 짝꿍 죽순추어탕도 맛있다. 대통밥떡갈비정식을 주문하면 담양의 3대 음식으로 꼽히는 떡갈비와 추어탕, 대통밥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서울 신림동 신림성당 앞에 분점이 있다. ㅇ 061-381-3991 | 11:00∼22:00 | 떡갈비 (200g) 1만7000원, 추어탕+대통밥 9000원, 대통밥떡갈비정식 2만6000원 | 담양읍사무소 옆 죽림 속 대통밥 전문점, [죽림원] 3년 동안 숙성시킨 대통주의 향도 기가 막히고 보약으로 먹는 대통찜토종닭도 맛있다. 대통밥이나 찜닭은 주문 즉시 만들기 때문에 40분쯤 걸린다. 미리 전화를 걸어 예약하는 게 좋다. ㅇ 061-383-1292 | 10:00∼23:00 | 대통밥 8000원, 대통찜토종닭 3만5000원, 우렁죽순회 2만5000원 | 월산면 월산초교 옆 |
숙박 | ||
소리와 놀이가 있는 민박집, [명가혜] 주인 국근섭 씨는 차 재배자이자 소리꾼, 그의 아내 김정숙 씨는 담양 가사 문화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손님에게 내주는 두 개의 방은 다실(茶室). 낡은 툇마루를 떼어다 만든 상에는 항상 다기 세트가 준비돼 있어 부부가 정성껏 재배한 댓잎차, 죽로차 등 10여 가지 차를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옹기와 항아리 뚜껑에 물배추, 국화꽃이 띄워져 있고 방 안 가득 허브 향이 퍼져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침에는 정갈한 담양식 식사를 준비해 주고 밤이면 국씨의 구성진 소리나 김씨의 담양 문화 이야기를 듣는다. 미리 부탁하면 반나절 정도 김씨의 가이드로 담양의 정자 문화 투어도 떠날 수 있다. '찻잎처럼 스스로 맑고 싶다'는 이들 부부의 소박한 삶이 묻어나 더욱 정겨운 민박집. 추월산 자락에 동그랗게 떠오르는 달을 방 안의 커다란 창을 통해 움켜쥘 수 있는 곳이다. ㅇ 061-383-6015, 010-2633-6015 | 1박 5만원, 아침식사 4000원 | www.cafe.daum.net/sososun |
Travel Info | ||
[담양 죽물시장과 국밥집 전시회 ] 1월 12일부터 한 달간 장이 서는데, 날마다 장터 아래쪽의 국밥집에서는 이색 문화 행사가 열린다. 국밥집에서는 그림 전시회가, 앞마당에서는 공연이 펼쳐지는 것. 한국화가 이화자, 박문종 씨를 비롯해 시골장에서 오가다 만난 지역 예술인이 만드는 행사로, 특히 오는 22일에는 풍물과
태껸, 소리마당 등의 흥겨운 놀이판이 열린다. [대나무골테마공원 ] [대나무온천탕] |
How to Go | ||
첫째 날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IC로 나와 담양 방면 1번 국도와 15번 국도를 차례로 바꿔 타고 담양 읍내까지 들어온다. 887번 도로변에 대나무박물관이 있고 24번 도로를 타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과 대나무골테마공원에 닿는다. 공원에서 나와 대성리를 거쳐 29번 국도를 타면 담양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둘째 날 읍내에서 고서 방면 29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고서 사거리에서 대덕 방면으로 좌회전해 826번 지방도를 타고 화순온천 방면으로 향한다. 문재 넘는 길에 법주사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하면 좁은 산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2km쯤 들어가면 빈도림 씨 집이 나온다. 허허공방은 이곳에서 60번 곡성·담양 방면 도로를 타고 가다 성곡교 지나 좌회전해 무월리를 찾아가면 된다. 길이 공사 중이어 마을 입구를 찾기 쉽지 않다. 무월리에서 마을의 정자나무를 끼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흙집이 보인다. 다시 60번 도로를 타고 고서 방면으로 나와 887번 광주 방향 지방도롤 바꿔 타면 광주호, 소쇄원, 카페촌으로 갈 수 있다. 셋째 날 대나무박물관 근처에 대나무건강랜드가 있고 이 안에 온천탕이 있다. 덕인관은 담양읍사무소 바로 옆에 붙어 있고 죽림원은 백양사 방면 월산면 월산초등학교를 200m 지나 좌회전하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