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작가 ; 찰스 디킨스
누구나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환경속에서 지위와 재산을 갖고 자신이 좀 더 떳떳해지길 바라는 것은 우리에게 내재된 본능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 핍 또한 신사의 삶을 동경하며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몰두하는 인물이다.
(즐거리)
'위대한 유산'은 서두부터 탈옥수로부터 위협받는 주인공이 등장하며 긴박하고 흥미진진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핍은 탈옥수에게 약간의 먹을거리를 강요당하고, 집에 돌아와 골몰히 어떻게 누나의 눈을 피해 먹을거리를 집 밖으로 가지고 갈 수 있을 지 생각에 잠긴다. 탈옥수의 괴상한 거짓말에 속아 전전긍긍하는 순진한 핍은 난생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핍의 매부는 대장장이이다. 영국에서 대장장이는 가장 흔하고 멸시받는 직업 가운데 하나였는데 매부의 밑에서 핍은 견습공이 되어 매부와 마찬가지로 대장장이가 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노파가 아릿다운 소녀를 데리고 찾아왔다. 핍은 에스텔러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뻬앗겼다. 에스텔러는 핍과 다르게 교육도 받았고 좋은 가문 재산을 소유하였다. 핍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핍은 에스텔러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신을 천히 여기는 그녀로 인하여 자괴감에 빠지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핍은 막대한 재산을 가진 누군가가 자신에게 그 모든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예기치 못한 전언을 변호사 제이거스씨에게 듣는다. 핍은 사고로 부상당한 누나와 자신의 스승이자 누나의 간병인인 비디와 정중한 작별을 고한다. 또 정겨운 매부이자 자신의 유일한 벗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모든 현실을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찾아 집을 나선다.
유산을 온전히 상속받기 위해 핍이 만족시켜야 하는 단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바로 신사가 되는 점이였는데 핍은 적극적으로 신사수업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핍이 신사가 되려는 이유는 막대한 유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단지 에스텔러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서인지는 아리송하다. 둘 다 일 것이다. 핍은 에스텔러의 사랑을 재산보다는 중요시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신사가 되려는 핍에게 유산은 에스텔러에게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유산을 경시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신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기 위해선 그만한 돈이 필요할 뿐더러 에스텔러의 걸맞는 남자가 되기 위해선 신사도 되어야 하고, 재산 또한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하였다.
핍이 되고 싶어하는 신사의 기준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해답은 책의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니면 신사라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핍과 핍에게 유산을 주려는 사람이 고려하는 신사란 자신의 열등한 모습에 부과한 허상이 아니었을까? 핍은 신사가 되기 위한 열심히 노력하였다. 친구가 된 허버트와 웨믹이 조언을 하였고, 핍도 부지런히 수행한다.
시간이 점점 흘러, 어리숙하였던 꼬마가 성장하여 어느 덧 23살이 되었다. 하지만 유산을 약속한 사람에게서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늘어가는 빚과 근심은 핍을 지치게 하였다. 어찌 보면 핍의 상황은 굉장히 큰 도박이다. 어떠한 정보도 전혀 알 수 없는 A씨와 그 협력자 제이거스씨의 말만 믿고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의지한 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였다. 만약 A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 자칫 그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된다면 주인공이 보낸 지난 세월과 빚들은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핍은 단지 재산 때문에 신사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물질적인 가치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에스텔러의 사랑을 간절히 열망하고 있었다.
드디어 핍은 A씨와 대면한다. A씨는 도대체 누구일까. 바로 핍이 어렸을 적 먹을거리를 가져다준 바로 그 탈옥수다. 이 얼마나 기막힌 우연인가. 그 탈옥수는 자신이 아사로 사경을 헤맸을 당시 자신에게 다시 심장을 불어넣어준 소중한 은인을 기억하고 있었다. 탈옥수는 비천했던 자신의 행로를 증오하며 자신의 후계자는 꼭 문명의 교육을 받게끔 하고 싶었다.
핍은 자신의 후원자가 종신형이 선고된 탈옥수란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기대했던 정반대의 후원자의 모습에 망연자실한 그는 매부와 가족들을 부끄럽게 여기고 외면했던 지난날의 잘못을 후회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에스텔러가 아주 보잘것 없고 우둔하고 어리석은 상대와 결혼을 결심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과 한탄에 빠진다. 핍은 에스텔러에게 절실한 자신의 사랑을 보이며 결혼을 파기하라며 회유해보지만 에스텔러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에스텔러가 도대체 왜 대책 없이 결혼을 선택한 것일까. 핍을 불행하게 하려는 노파의 강요이었던가. 결국 핍은 에스텔러의 행복을 진심으로 빈 채 마지막 안녕을 고한다. 진정한 사랑은 비록 이별했을 지라도 상대방의 행복을 빌어줘야 했다. 핍은 신사가 되어 있었다. 에스텔러를 향한 핍의 애틋한 연모는 정말 신사였다.
노파와 말과 조언자 웨릭씨의 말을 종합하고 여러 정황을 면밀히 추측한 끝에 핍은 에스텔러의 아버지가 자신의 후원자라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점점 시련을 딛고 성숙해져가는 핍의 모습은 자신의 후원자의 앙상한 손을 잡으며 감격적인 내면의 외침을 울부짖을 때 절실히 드러났다. 후원자의 해외도피를 계획하였지만 결국 경찰에게 붙잡혀 후원자는 사형선고만을 기다리게 된다. 핍은 자신의 모든 정성을 다해 후원자를 간호하였지만 운명은 거스를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핍은 자신의 후원자에 대한 증오의 감정이 새롭게 바뀔 수 있었을까. 증오는 연민으로, 의심은 고마움으로 바뀌면서 그를 보호해야겠다는 책임감이 핍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것일까. 혹시 후원자가 에스텔러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핍의 감정에 큰 영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핍은 후원자가 죽고 세상 모든 것을 단념한 듯, 몇날 며칠을 앓아누웠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을 때 핍은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자신의 온 몸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손길을 바로 자신의 매부였다. 핍은 눈물을 흘리며 매부를 부끄러워했던 지난 날을 참회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위대한 유산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핍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려준 사람은 핍이 늪지대에서 도와주었던 죄수 매그위치(A)였다.
그는 자신이 핍을 신사로 만들었음을 자랑하지만 핍은 그에 대해 혐오감을 품는다. 매그위치는 탈옥에 실패하고 사형 집행 직전에 숨을 거두게 되어서 그의 중죄때문에 핍에게 물려주기로 했던 전재산이 국가에 몰수당하고 핍은 오히려 빚더미 위에 올라앉는다. 그는 갈 곳이 없자 혐오하고, 싫어하였더 매부룰 찾아간다.
매부를 찾아가서 진정한 신사는 메부였음을 알았다. 그는 핍을 위한 대가를 제이거슨이 지불하려 했을 때 당당히 거절하였으며, 핍이 런던에서 죄수와 에스텔러로 인해 고생할 때 핍을 보살폈다. 그제야 돈이 많고 신사교육을 받는다고 신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중요하는 것을 알았다. 핍은 매부에게 위대하고 진실된 참인간임을 알고서, 자신이 위대한 유산을 물려받았음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작가들은 ‘허구적인 자서전’을 선호하였다. 이 작품은 자기 자신을 허구적 캐릭터로 창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핍은 회한에 사로잡혀 자신의 과거를 종이 위에 털어놓았다.
어쩌면 이상적인 자서전이란 재발견인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기억과 글쓰기에 대한 탐험이다. 자신의 불안한 정체성에 대한 불안한 묘사이다. 위대한 유산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소설이다.
첫댓글 간접독서의 기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