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파의 등용
하루노리는 재정 재건을 위한 번정개혁을 혼자서는 할 수 없어 협력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번을 통틀어서 그런 사람이 몇이나 있으며,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사람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생각에 잠겨 인물탐사에 열중하기 시작한 하루노리는 돌연 ‘그렇구나!’하고 무릎을 쳤다. 번 내의 다수파, 즉 금붕어 무리가 아니라, 좁은 연못 속을 협소하다고 느끼면서 헤엄치는 소수파의 물고기들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노리는 시동 사토를 불렀다.
“자네도 알다시피 요네자와 번은 번정을 반환할 것인가, 자멸할 것인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지금 번정개혁을 실행해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그러나 그 협력자는 어떤 일에 관해서도 요네자와 본국에 있는 중신들의 눈치를 살펴서도 안 되고 옛날 것을 고수하는 데 급급해서도 안 되지. 그래서 나는 이 에도 번저 내에서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에게 눈을 돌리려 한다. 이 에도 번저에서 소외되어 있는 자들의 이름을 써서 제출해 주게. 즉 주위 사람들과 사이가 나쁜 사람들의 이름말이야. 그리고 그 사람들이 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기 바란다.”
하찮은 말이나 비위맞추는 말은 하지 않는 무골청년인 사토는 하루노리의 간곡한 말에 충분히 수긍이 갔다.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사토는 명단을 하루노리 앞으로 가져왔다. 그 일람표에는 다케마타 마사쓰나, 노조키 요시마사, 기무라 다카히로, 와라시나 쇼하쿠라는 네 사람의 이름이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그들이 소외된 이유를 살펴보면서 하루노리는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들의 특징을 정리해 본다면 번을 좀먹는 사회악에 분노를 품고 있고, 그런 것을 깨닫는 즉시 상대방에게 직언을 하며, 그런 태도가 주변에, 특히 중신들에게 반감을 사서 한직으로 밀려난 것이었다. 그러나 제각기 학문, 민정, 농정 방면에 훌륭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하루노리는 이들 찬밥파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나는 과감하게 번정개혁을 실행하려 한다. 그리고 그 실험을 우선 에도 번저에서 행할 것이다. 그것이 성공하면 그 안을 가지고 요네가와에 갈 것이다. 그 개혁에 동참해 줄 것을 명한다. 다케마타를 중심으로 노조키, 기무라는 계획을 작성하라. 와라시나는 조언을 하고, 이로베는 전체를 감독하라.” 하루노리는 이 자리에 이로베도 참석하게 했다. 이로베는 시간이 흐르면 이들과 확연히 갈라설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동석시키지 않는다면 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동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빠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증인으로 동석시켜 놓는 것이 좋을 듯 했던 것이다.
하루노리는 특별작업반을 발족시키면서 다시 한 번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나는 자네들 각자의 마음속에 번의 현 상황에 대한 노여움이나 서글픔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네. 그런 노여움이나 서글픔이 결코 사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 그래서 자네들에게 명하네만 자네들만으로 재정 재건을 위한 번정개혁안을 만들어보게. 그대들의 노여움이나 서글픔을 개혁안에 쏟아넣고 하나하나의 안을 철저하게 검토하게나.
그리고 조건이 있네. 사실대로 말하자면 요네자와 본국의 사람들은 전부 색안경을 끼고 자네들을 보고 있어. 지금 상태로는 자네들이 아무리 훌륭한 안을 만들더라도 요네자와 본국의 사람들은 외면하고 말 걸세. 그대들의 행동도 고쳐주길 바라네. 물론 자네들에게만 변해달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야. 나도 어제까지의 내 자신을 바꾸어 갈 걸세. 현재의 자기변혁은 번의 개혁을 위해 우선적으로 성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두의 의무인 것이야. 그리고 자네들 중에는 나쁜 사람은 전부 본국 사람이며 우선 개혁해야 할 사람들도 본국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네. 그러나 그런 것들에 집착하게 되면 아무것도 추진할 수 없게 되지. 사소한 감정싸움에만 매달리는 것은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네. 그러기에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바라는 우리들이 먼저 자신부터 변화시켜서 본국까지 여세를 몰고 가자는 거지.”
하루노리의 말을 듣고 있다가 심중에 의표를 찔린 기무라는 순간 찔끔했다. 찬밥파들은 예상도 하지 못했던 것을 명령받아 그저 놀라울 지경이었다.
에도 가로(家老: 중신의 우두머리)인 이로베는 하루노리의 말을 듣고 있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시 재고해 주십시오. 이 개혁은 먼저 번저의 중신들과 요네자와 본국의 중신들이 잘 상의하여 중지를 모아 추진시키지 않으면 어렵다고 사료됩니다. 그것도 여기에 있는 찬밥파 일파에게 그 개혁을 담당시키셨다가는 그들은 물론이고 번주님에 대한 비판이 높아져 개혁은 일보도 추진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로베의 말에 하루노리는 미소만 지을 따름이었다. “나를 위해 걱정해 주는 말은 정말 고맙지만…. 자네가 한 말은 여태까지의 낡은 방식이었어. 지금 요네자와번은 오늘 죽을지도 모르는 중병에 걸려 있어. 수술이 필요하네. 그것도 과감한 대수술이.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처럼 절차를 밟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방법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네.”
월요일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