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방송에서 제일 듣기 거북하고 어려운 코너는 아이러니하게도 목회자의 설교이다. 설교라고는 하나 실은 자기철학을 이야기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때문이다. 물론 말씀의 올바른 선포로 하나님의 바른 뜻을 드러내는 목회자가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니다. 대체적인 흐름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본문의 본의에 따라 잘 해석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하나의 성경본문을 놓고도 그 본의보다는 목회자 본인의 목적론적 생각을 이야기하려고 성경구절을 취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견의 옳음이 성경을 해석할 때도 틀림없는 옮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작정하고 듣지 않는 한 수 많은 설교코너는 그다지 구미가 당겨지지 않는다.
어제는 우연히 극동방송을 틀었는데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이야기식으로 연재되는 코너를 들었다. 드라마식으로 천로역정을 들으니 나름 너무 감동적이고 재미있었다. 마치 그 옛날 주일학교 시절 교회 선생님들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들었던 것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신선하였다.
성경 다음으로 전 세계 기독교인들로부터 많이 읽혀진다는 "천로역정"이 요즘은 만화식로나 소설식으로도 재각색되어 나오고 친절하게 "천로역정 해설집"도 덧붙여 나오고 있다는 것은 너무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다. 더군다나 기독교방송 매체에서 쓸데없다 못해 쓰레기에 처 넣어야 할 무익한 코너들에 비해 기독교고전이나 경건서적이 소개되어 나오는 일은 매우 축소되어진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천로역정과 같은 대작이 어떤 식으로든 방송에서 한 코너를 차지하고 애청자들에게 신선한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반갑고도 반가운 일이다. 대한민국 기독인들이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이미 검증된 유명 기독교고전을 하나씩이라도 취하여 이성이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바로 세워져서 감성적이고 외적인 무늬만으로 기독교의 모양을 취하려는 거짓되고 위선된 자아를 진지하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