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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길 금강에 무슨 짓을 저지르나? | ||||||||||||||||||
[기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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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금강을 돌아보면서 4대강사업이 금강에서 얼마만큼 진척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에서 주최하게 될 4대강저지 사업의 행사장소나 순례길을 먼저 답사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올해 새로 대전교구 정평위 환경분과위원장으로 위촉되신 박봉석님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물론 녹색연합 박정현 처장님, 환경운동연합
김경호 부장님, 금강환경회의 유찬수 사무처장님을 비롯한 환경단체 실무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다음은 연기로 넘어갔습니다. 비가 흩뿌려지기 시작한 가운데 작년 금강정비기공식을 했던 자리, 곧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지점인 합강리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 금남보가 현장에서는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엄청나게 넓은 규모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비는 곧 그쳤지만 물안개가 자욱하고 벌써 공사장으로 변해 버린 그 넓은 강변에는 수많은 덤프트럭만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한쪽에서는 대규모 유물조사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강과 함께 이어온 수 천 년 역사가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간략하게 이루어진 채로 무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합강리의 그 수려한 자연경관은 이제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물이 적을 때는 둠벙이 생겨나고
물이 많을 때는 그대로 강이 이루어져 흘러내렸던 천혜의 생태환경 지역, 물고기와 새들의 아름다운 서식지의 모습은 이젠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공사장의 오폐수를 막기 위한 펜스가 지금처럼 비가 자주 올 때 얼마나 쓸모 있는 역할을 할지 환경단체의 조사로는
상당히 미흡하다고 합니다. 새들도 오지 않고, 물고기의 길도 갇혀버리고, 사람의 길도 막혀버린 채 준설된 모래더미가 앞을
가로막고, 덤프트럭의 길들이 이를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오는 4월 19일 금강보가 내다보이는 공주 곰나루에서, 전국에서 모인 천주교 사제, 신자들의
4대강저지 행사가 대규모로 있을 예정입니다. 곰나루에는 슬픈 전설이 있음을 녹색연합 양흥모국장이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곰나루에서
금강 건너에 있는 연미산에 처녀곰이 살고 있었답니다. 그 처녀곰은 나무하러 온 총각을 사랑해 붙잡아 놓고선 부부로 살았답니다.
아들곰 낳고 딸곰 낳고 살았는데 그만 남자는 강건너 인간세상으로 도망쳐버렸고, 곰은 강을 건너 남자를 찾으러 나갔다가 아들곰과
딸곰과 함께 강에 빠져 죽고 말았답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 살던 옛이야기 원형은, 우리 조상들의 애환이
담긴 문화와 삶의 자취는, 이제 보와 인공으로 만든 강둑 속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또한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여기서 4대강사업 저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기꺼이 이를
위해 노력하는 후보들을 지지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적인 고려 때문이 아니라 우리와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일들을 벌여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번 명동성당에서 있은 사제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나서 알지 못하는 분들에게서도 문자가
옵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닌데 서명에 참여하고 싶다. 서명용지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라고 하면서요. 4대강 정비가 아니라 4대강
파괴라는 말이 백번 맞는 말임을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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