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 보고 올라간 망산(望山) 울고 싶어라,
-경남 거제시 일운면 망산 을 다녀와서-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카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 겨
먼저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셔야지” (신 경림의 가을 비 中)
그렇다,
지금껏 바뿐 일상에서 무심코 잊고 지냈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적한 교외
카페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날이다,
가을비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떨어지는 낙숫물에 사랑과 인생과 어설픈
삶과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하련만,
백로(白露)가 지난지도 이틀이나 되었다.
백로는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에 있는 절기로 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밤 동안 기온이 크게 떨어지며, 대기 중의 수증기가 엉겨서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하여 백로라 한다.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선선하고 차가운 기운이 돌며, 추석 무렵으로 만곡이
무르익는 시기이다.
장마도 걷히고 맑고 깨끗한 날씨가 계속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따금 태풍으로 인해 벼 포기가 쓰러지거나 해안지방에서는 해일로 인해 농작물이
해를 입기도 한다.
일조량이 많아서 곡식이 여무는데 좋은 철로 옛 부터 내려오는 대표적인 제철식품으로
포도가 있다.
세시에서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제비가 돌아가며, 뭇 새들이 먹이를 저장한다고 하였다.
“백로에 비가 오면 오곡이 겉여물고 백과에 단물이 빠진다.”는
말은 일조량이 많아 곡식이나 과일이 여무는 데 더없이 좋다는 것이다.
이른바 “포도 순절”(葡萄旬節)'이라 하여 백로에서 추석까지의 기간을 일컫는데,
이 무렵에 포도가 풍성한 것을 비유해 멋스럽게 표현한 것이라 한다.
올해는 열대성고기압의 위세에 눌려 지독하게 무덥고 습한 긴긴 여름을 보냈다.
태풍 “고마스”가 한반도를 관통하면서 전국적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태풍 “말로”는 말 그대로, 말로만 그쳤지만,
아직도 가을이 한창인 계절의 중간에서도 철없는 한낮의 무더위는 기승을 부린다.
요즘은 소나기도 제멋대로다.
내 어릴 적 정서적으로 느껴졌던 소나기는 요즘에는 볼 수가 없다.
내렸다하면 집중호우로 물벼락을 때리는 것도 이상기후에 하나 인 것만 같다.
이번 주 금요산행도 비가 내릴 거라는 기상청 일기예보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는데,
산행버스가 광주역광장에 도착했지만 회원들의 참여가 부진했다.
우리야 우등고속을 타는 기분이어서 좋겠지만 회장님 마음속은 말씀이 아니겠지!
지난주에 불참했던 산행이사님이 반가운 얼굴로 맞아 주었지만 오늘은 총무가 건강
때문에 불참했다는데 가난한 산악회살림 꾸리느라고 과로한 것은 아닌지?
그래도 산행버스 뒤쪽 양동매씨들의 세력이 오늘도 건재하다는 것이 마음 든든하다.
여성회원들이 떡을 해오고 포도를 몇 상자 가져와서 푸짐한 간식거리가 되었다.
오늘은
경남 거제시 일운면에 있는 망山(305m)을 산행하기로 했다.
일운면은 거제도 남부에 위치하며 구릉성 산지인 옥녀봉(555m)과 망산等 산각(山脚)이
완만하게 남해에 몰입하여 크고 작은 곶과 포구가 많다.
구조라 해수욕장(舊助羅海水浴場)을 비롯한 백사장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구라치 끝 등대(燈臺)일대는 풍경이 아름다워 여름철에 관광객이 많다.
수산업을 주로 하며 가자미, 도미 등의 연안어업과 굴, 미역 등의 양식이 활발하다.
“차창 밖 세상
가을햇살이 너무나 고운데
금빛 들판엔 벼 익는 소리
에어컨바람 안개처럼 쏟아지는
산행버스 뮤직 박스에선
애절한 사랑노래 들린다.
갈 길 잃은 길 위에서
혼자서 돌아보니
가을 같은 내 마음 나도 모르겠네.” (쓸 대없는 낙상)
산행버스는 남해고속도를 달리면서 주암 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고성고인돌휴게소에서
마지막 쉰 뒤 통영-진주間 고속국도를 따라 거제대교를 건넜다.
가파른 섬 산간도로를 이리저리 달리면서, 섬과 바다와 풍요로운 어촌마을의 풍광을
보여주더니 오전 11시40분에 명사 해수욕장이 보이는 저구港 입구 산길에다 우리를
내려주었다.
오늘산행은 저구港 입구 산길에서출발,
내봉산- 망산-명사초교로 내려오는 8km(4시간소요)의 거리란다.
원거리지역 산행은 도착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따로 주어지지 못하고
각자 알아서 해결하는 강행군을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한다.
우리는 300m급의 낮은 산행이라는데 다소 실망도 했고 만만하게 생각하며 산행 길로
접어들었다.
산행은 처음 시작부터 더위와 체력과의 고된 싸움이었다.
숲길로 들어서자 눅눅한 습기가 안개처럼 쏟아져 내리고 땀은 비 오듯 내 몸에
샤워를 시켜주었다.
그래도 낮은 봉우리라도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이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불어주었다.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어촌마을과 바다와 섬,
연안에는 초파일 연등처럼 수백 미터나 이어지고, 바닷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하게 나열 된 양식용 홍, 백색 스치러 품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공단부근에는 수십 개의 거대한 크레인이 바다城처럼 위용을 자랑하면서 조선강국의
미래를 지켜주고 있었다.
거제 계룡산이 보이고, 장지도, 가왕도, 매물도가 보인다.
거제의 섬들은 내, 외해(內 外海) 을 구분하지 않고 크고 작은 섬들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섬들의 향연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무성한 숲과 바위벽으로 된 섬들은 마치 짙은 크레파스그림처럼 선명하면서도 육중한
무게를 느끼게 하면서 푸른 바닷물 위에 둥실 떠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중간지점인 내봉산을 올라가면서 이미 기진맥진해 버렸다.
모든 산행이 시작 후 30분이 고비라 하는데, 그러려니 해도 이것은 아닌가싶었다.
모든 섬 山이 내륙의 山과는 달리 해발 제로(0)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고,
여름처럼 무덥고 습한 오늘 날씨에 대해서도 의식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오늘산행이 다른 산과는 달리 능선의 이어짐이 완만하지 못하고 바닥까지
내려가서 다시 시작된다는 특이한 지형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해 과소평가를 했었다.
점심을 내봉산에서 먹었는데 너무 지치고 땀을 많이 흘려 밥맛을 잃어버렸다.
점심후 망山을 향해 출발했으나
몇 개의 봉우리 모두가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위와 돌로 된 암석지대였다.
해무가 바람을 타고 산 쪽으로 몰려와 잠시 구름 산을 만들어주었다.
하산 길 옆 봉우리에는 초록색산불감시초소가 있었고, 정상에는 망산(305m)표지석이
낮게 앉아서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얕보고 올라간 망山이여, 울고 싶어라.
우리는 망山에 서서 어디를,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요즘 우리사회의 중요한 화두(話頭)로 “公正”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명박대통령이 집권후반기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정치권과 관가를
비롯해 우리사회의 전반에 지진과 해일 같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공정한 사회라는 원칙이 확고히 준수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8. 15경축 기념사)
“(공정한 사회는) 사회 지도자급, 특히 기득권자에게 지켜져야 할 기준이며 아마도
기득권자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9월 5일 장차관 워크숍).
이 문제가 기존의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時代의 화두로 급부상한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사회전반에서 일반화 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압축 성장을 하면서 불공정이 횡행하는데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웠다.
먹고 사는 게 급했던 탓이다.
최근 국회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고위공직자후부들의 도덕적 해이에 실망한
민심은 공정한 사회라는 새로운 어젠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명박대통령이 후반기 국정과제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미국의
루스벨트 전 대통령(1901-1909년 집권)의 정치적 신념이었던 “공정한 거래”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예전과 같은 불공정을 이젠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적공감대가 형성된 것일까?
40대 젊은 총리후보자와 두 명의 장관후보자가 국회인사 청문으로 낙마했다.
청문회공포증으로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총리후보자가 없다는 보도가 나왔다.
“법은 지키는 사람만 손해다,”
“정부시책은 따르는 사람만 망 한다.”
“권력과 결탁하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힘들다.”
우리는 해방과 더불어 독재와 권위주의시대,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공정하지 못한 사회적 일탈들을 지금 것 너무나 많이 보고 들어왔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법위에 존재하는
세상은 유전무죄요, 무전유죄란 말을 만들어냈다.
지금 富를 누리고 있는, 성공한 위치에 있는 기득권세력의 자발적인 노력이 없다면
공정한사회란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다.
명사초교로 내려오니 양동매씨들이 하산酒로 오리 탕을 끓이고 있었다.
너무나 고맙고 미안한 일이다,
가까운 계곡으로 달려가 찬물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지금 우리 나이가 몇 살일까?
최근 몇 주간 우리는 더위와 싸우는 힘겨운 산행을 슬기롭게 잘 이겨낸 것 같다.
화이 팅! 금광 화이 팅!
다음 불 로그:- kims1102@
(2010년 9월 10일)
첫댓글 팡팡님 잘 읽었습니다. 화이팅
사랑의 배달사는 어디로 가고 한사랑으로 태어났을까?
금광을 큰 사랑으로 보둠고 계속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