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분 물주기 요령
“다소 습하게 관리하세요.”
“다소 건조하게 관리하세요.”
“흙이 마르면 흠뻑 주세요.”
“물 싫어해요.”
“물 좋아해요.”
뭐가 이렇게 요구 사항도 제각각인 걸까요.
식물, 대체 너 님들은
자연에서 어떻게 생존하는 거니?
자연 상태에서는 랜덤하게 덥고, 춥고,
건조하고, 비오고 하는데 말입니다.
또 식빵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모든 요구 사항들의 교집합은 식빵인 것입니다.
식빵으로 대동단결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마트던전에서 식빵을 구해 오라는 말입니다.
오늘 저녁은 강제로 토스트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제가 만들었어요
먹기 전에 온전한 식빵 하나를 집어서 안쪽을 만져보세요.
절단면이 보송보송, 촉촉하죠?
근데 물기는 손에 안 묻죠?
바로 그것입니다.
흙을 딱 그런 상태로 유지하면 됩니다.
촉촉하고, 보슬보슬하고, 공기층이 많고,
손으로 만져도 물기가 묻어나지 않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식빵같은 상태.
건조하게 관리하라는 식물도
습하게 관리하라는 식물도
사실은 식빵 같은 흙 상태를 유지하라는 뜻입니다.
건조한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도,
진흙탕 논에서 자라는 벼도,
심지어 물에서 자라는 연꽃도…
걔들이 거기 살고 싶어서 살았겠습니까.
하필이면 처음 뿌리 내린 곳이 그런 곳이니
적응하며 살아가는 겁니다.
그러니 선인장, 벼, 연꽃 구분할 것 없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다육이도!
스투키도! 이끼도! 버섯도! 산삼도!
가릴 것 없이 그냥 이런 식빵!
같은 흙에 심어 놓으면 다 잘 자랍니다.
해봤습니다. 산삼도요.
단지 어떤 식물은 물을 더 빨리 빨아들이고
어떤 식물은 천천히 빨아들이고의 차이밖에 없습니다.
물을 많이 먹고 수시로 증산작용을 하는 녀석은
흙이 금방 마르니 물을 더 자주 주어야겠지요.
이조차 그냥 식빵 같은 흙을 유지 해주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어느 포스팅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 물을 주는 주기는
식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화분 크기를 기준으로 해야 해요.“
- 절 믿으세요. 야매 드루이드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늘 일정하게
식빵 같은 흙 상태를 유지해주는 것입니다.
물을 줘서 아주 잠깐 과습되거나
물 주는 시기를 놓쳐서
잠깐 메마른 것 정도는 식물도 이해해줍니다.
그러니 그냥 우리는 이런! 식빵!
아시겠죠?
참고로 제가 주력으로 기르는 망고스틴은
5개월째 물을 안 주고 있습니다.
왕겨를 두껍게 덮어 놨더니 흙이 마르지 않네요.
전 굳이 흙을 들춰보지 않습니다.
화분을 들어보고. 음. 이 정도 무게면 안 줘도 돼.
이러고 있습니다.
들어보니 2개월은 더 안 줘도 되겠어요. 7개월 실화냐
제가 틀렸다면 녀석이 물을 달라고 시들해질 겁니다.
그때 줘도 됩니다.
미리 판단해서 물을 과하게 주는 것보다는
그편이 더 건강하게 잘 자라요.
정말입니다.
☎ Q&A
Q. 물을 잘 주는데도 잎이 말라요.
잎이 마르면 물을 안 줘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반대예요.
뿌리쪽 흙이 과습되면 잎이 말라서 죽습니다.
사실 물을 안 줘서 식물을 죽이는 경우는 드뭅니다.
보통은 물을 많이 줘서 죽이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화분을 생각보다 더 건조하게 관리해 보세요.
오히려 더 잘 자라게 될 거예요.
그리고 잎사귀도 수명이 있습니다.
식물마다 제각각이지만
자연적으로 수명을 다하면 마르거나 시들어 떨어집니다.
Q. 맨 윗부분의 흙이 마르면 물을 줍니다. 잘못된 건가요?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물주기를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주로 권하는 방식입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가장 무난한 물 주기 방법입니다.
하지만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되겠습니다.
◇ 겉흙이 알맞게 촉촉해 보임 = 흙 속은 과습
◇ 겉흙이 살짝 말라 있음 = 흙 속은 좋음
Q. 화분 크기도 제 각각이고, 식물의 성향도 제 각각인데.
물, 어떻게 줘야 하나요?
1. 물 주는 양 정하기
?화분의 흙은 물을 고루 빨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고
빨아드린 물이 아래로 배수되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걸 감안해서 물을 천천히, 조금씩 계속 줘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화분 밑 배수구를 통해서 물이 쪼르륵 흘러나옵니다.
이 순간을 기준으로 내가 준 물의 양을 기억합니다.
다음부터는 그 양의 절반만큼만 주면 됩니다.
2. 물 주는 주기 정하기
물 준 날을 기준으로
식물의 잎이 시들시들 아래로 쳐질 때까지 기다려 보세요.
흙이 메말라도 물을 주지 말고, 꾹 참고 기다려 주세요.
한 번쯤은 이러한 과정을 겪어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식물은 물이 없어서 시들해진다고 해서 곧바로 죽지 않습니다.
며칠 내 물을 주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요.
시들어 죽을 위기를 겪은 식물은 더 튼튼하게 자랍니다.
뿌리도 더 잘 발달 됩니다.
식물의 잎이 아래로 축 처지기 시작하면
물 준 날로부터 며칠이 지났는지 계산합니다.
그런 다음 물을 주세요. 몇 시간 만에 잎이 생생하게 살아날 겁니다.
이제 해당 화분의 물 주는 주기를 알 수 있습니다.
물 주는 주기 = 식물의 잎이 처질 때까지 걸린 날 ? 7일
예를 들어 물을 준 후 식물의 잎이 처질 때까지 30일이 걸렸다면
30 - 7 = 23
23일이 적정 주기입니다.
정확하게 지킬 필요는 없습니다.
대략 23일 전후로 물을 주면 됩니다.
* 주의 : 이 계산 법은 3L 이상 화분에서만 적용됩니다.
Q. 저면관수가 더 좋다던데.
화분 위로 물을 주면
흙이 단단해지고 물이 흐르는 통로가 생겨서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저면관수를 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면관수는 깊고 큰 화분
혹은 화분의 옆에 구멍이 난 통기분일 경우에 권장됩니다. (ex. 난초)
작고 얕은 화분(10L 이하)의 저면관수는
위에다 물 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면관수 후 화분을 들어내면 물이 빠지는 것도 똑같고요.
게다가 작은 화분을 통째로 물에 담가놓으면
흙 속의 유기질 양분이 물에 희석되어 빠져나갑니다.
작은 화분을 저면관수 하려면
화분이 물을 중간부 높이까지 빨아올렸을 때 얼른 꺼내야 해요.
반면, 높고 큰 화분은 오래 두어도 일정량만 빨아들입니다.
물도 무게가 있어서 일정 높이 이상으로는 확 빨려 올라가지 않습니다.
물론 큰 화분을 아주 깊은 물에 담가놓으면 얘기는 달라지지만요.
가장 권장하는 방법은
물이 화분 밑으로 흘러나오지 않게
적당량만 위에다 주는 것입니다.
그럼 흙이 단단해지지도 않고, 통로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양분 유실도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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