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논평]
상명대학교 노선버스 폐지,
20년 동안 무엇을 노력하였는가
- 준공영제를 노선 단축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서울시와 운수업체를 규탄한다
학생들의 통학으로 한창 붐비는 시간대였던 지난 5월 10일 아침 08:50분,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으로 운행하던 7016번 시내버스가 언덕에서 뒤로 밀려 차량 10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한 달이 채 안 지난 6월 5일 역시 해당 구간을 지나가던 마을버스가 뒤로 미끄러져 승객 등 38명이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두 달 사이에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이미 4년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존재하여 서울시와 종로구는 연속되는 사고를 막겠다는 취지로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인근을 경유하는 7016번 및 마을버스 노선을 전면 단축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경사가 16도에 이르는 매우 가파른 구간에다 건강한 성인도 걸어서 올라가기 힘들 정도라 버스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 노약자와 교통약자들은 언덕을 지나려면 무조건 버스를 타야 하는데, 폐지가 실현되면 이동권 침해를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걸어서 이동하기 힘든 지역이라 단순 사고 때문에 노선을 폐지하지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과 대형 차량이 가파른 언덕을 주행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여 안전을 위해서라도 단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번 사안에 대해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건 부적절한 것이 사실이나, 단 몇 번의 사고만으로 노선을 폐지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인지와 노선버스가 투입된 2005년부터 약 20년 동안 아무런 대책이 없다가 이제야 폐지를 주장하는 서울시와 종로구의 책임이 없는가를 명확하게 따져야 한다.
20년 동안 운행을 책임진 7016번, 운수종사자의 판단 착오
먼저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부근의 노선버스가 처음 운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준공영제 시행 직후인 2005년 유성운수 소속 7016번 버스는 원래 수색~광화문 구간만을 운행하다가, 평창동을 지나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으로 연장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현재 7016번이 상명대 정문까지 운행될 수 있었던 부분에는 이용자와 시민들의 민원이 아닌 학생들의 노력이 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학생회는 7016번 노선을 유치하기 위해 서울시에 끊임없는 설득과 의견제시를 시도했고, 결국 광화문까지만 운행하던 노선을 상명대 정문으로 연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게다가 대학교 자체의 셔틀버스가 없었고, 입구까지 연결하는 노선은 많았어도 가파른 경사를 걸어서 올라가야 했기에 불편함이 컸다. 이런 배경으로 상명대 학생들은 입구로 지나가는 노선이 많더라도 정문까지 걸어서 올라가기가 쉽지 않아 오로지 7016번에만 집중되어 학기 중엔 늘 인산인해다.
연장 이후엔 지금처럼 저상버스 혹은 전기버스가 아닌 내연기관 차량이 대다수였음에도 문제가 없었다가 지난 2020년에 첫 사고가 발생했고, 올해 5월에 밀림 사고가 발생하여 단축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종사자들의 입장을 아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뿐더러 대형 차량으로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야 하는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년 전 사고와 달리 이번에는 기사의 판단 착오로 언덕은 무조건 1단 변속으로 출발해야 함에도 2단 변속 상태서 올라가다 뒤로 밀렸다는 사실과 사고 당시 차량은 2014년에 제작되어 곧 폐차를 앞둔 내연기관 차량이었다.
게다가 7016번 차량 중 비슷한 연식의 고상 차량이 4대나 있다. 담당 운수업체인 유성운수는 이미 대부분 노선에 저상버스와 전기버스 위주로 90% 이상 대차를 완료했으며, 애초 7016번 구형 차량을 다른 노선에 이동시킨 후 반대로 전기버스를 7016번에 배치하면 해결될 문제다. 즉 여태껏 아무런 조치 없다가 연속된 사고를 빌미로 20년 동안 유지한 상명대 구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조치일 뿐 아니라 준공영제를 시민 편의 위주가 아닌 노선 단축 혹은 폐지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서울시와 운수업체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언덕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의 문제는 없었는가
종로구 역시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 사고 지점 언덕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에 문제가 없었는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행 과속방지턱 설치 규정은 네 가지로 교차로 및 도로의 굴곡 지점으로부터, 도로 오목 종단 곡선부의 끝으로부터, 최대 경사 변화 지점으로부터 10% 이상 경사 시 모두 30m 이내로 규정하고 지자체 또는 자치구에서 기타 안전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점에 선택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예외가 존재한다.
여기서 사고 지점이 교차로고 어린이 보호구역이라 위반의 소지는 없으나,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버스는 멈출 때 과속방지턱 중간에 앞바퀴가 걸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혼잡한 노선 특성상 버스가 밀리는 건 애초부터 피하기 어려웠다. 더불어 지역마다 과속방지턱의 높이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교차로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멈춰야 하는 지점에다 굳이 올라가는 방향에도 방지턱을 설치할 필요가 있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최초의 밀림 사고가 4년 전에 발생한 사례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누적되니 이제야 노선을 단축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결정은 보행환경 개선작업 없이 자치구 스스로 주민들의 이동권과 발을 묶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직시해야 할 것이다.
노선 폐지 대상을 마을버스까지 확대? 원인 자체가 다르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7016번 시내버스와 마찬가지로 인근을 경유 하는 마을버스인 종로13번, 서대문08번 역시 단축 대상에 포함했다. 그 전에 상명대 정문까지 운행하는 노선들의 운행 시기를 알아보면, 종로13번 마을버스가 오래전부터 운행했으나 전철역을 연계하지 않기에 논외로 두고 앞서 언급한 7016번이 2005년. 출발지로 삼는 서대문08번 마을버스가 2014년에 연장되었다. 가장 늦게 투입된 노선이 올해 10년째라는 것은 종로구 역시 노선 확대의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방증이다.
더군다나 종로13번은 애초 시내버스 밀림 사고 이전에 구형 차량 폐차 후 새로 출고한 중국산 전기버스의 안전성 문제로 발생한 것이며, 국토교통부 역시 해당 전기버스의 품질 문제에 대한 조사를 준비하고 있기에 이번 상명대 사고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이미 같은 차종을 도입한 다른 마을버스에서도 똑같은 사유의 사고가 발생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사고 유형별 앞뒤 맥락을 따지지 않은 채 이번 상명대 사고만으로 노선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인과 관계를 아무리 살피더라도 연결짓기 매우 어렵다.
비슷한 노선들이 존재하더라도 7016번에 몰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코로나 상황과 운수종사자 인력 부족을 핑계로 두 마을버스 모두 공통으로 정해진 대수에 미달하거나, 감차에 따른 축소운행으로 대기 시간이 매우 길어졌으며 마을버스와 달리 7016번은 10분 간격 이내로 수시로 운행하여 집중되는 것은 필연이었다. 만약 마을버스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면 모르겠지만, 기회만 되면 늘 적자라고 하소연하는 마을버스 업계와 조합 집단의 논리 특성상 스스로 시민들의 외면을 부추기는 행위다.
가파른 경사를 운행하는 노선은 전부 다 폐지해야 하는가?
이번 사안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은 딱 한 가지다. 상명대 버스 사고를 시작으로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가파른 경사를 운행하는 노선은 전부 다 폐지해야 하냐는 것이다. 상명대 부근 말고도 고지대 지역은 상당히 많은데 대표적으로 금천구 금하로(시흥2동, 벽산아파트) 및 은평구 신사동 고개 구간이 고지대이며, 지방으로 넘어가면 부산시의 산복도로 등등 경사도가 높음에도 밀림 사고 없이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다. 게다가 버스가 다니지 않으면 면허증이 없는 시민들은 무작정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는 공통점도 존재한다.
즉, 대형 차량이 안전상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고지대와 언덕길을 운행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이동권 보장과 소외지역 배려 차원이고, 일차적으로 버스가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5월에 발생한 밀림 사고는 가파른 경사보다 당시 운행한 기사가 1단 출발이 아닌 2단으로 출발하려는 판단 착오에서 빚어졌으며, 종로구 역시 여러 차례 적지 않은 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도로 구조 및 보행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나 과속방지턱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 자체를 기울이지도 않았다. 이처럼 관의 책임이 뚜렷한 마당에 모두의 안전을 책임진답시고 오랜 시간 동안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던 버스를 없애겠단 결정은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점에 개탄스럽다.
따라서 이번 상명대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와 종로구는 노선버스를 단축하거나 폐지하기에 앞서 대체 구조물이라던가 가파른 경사를 안전하게 이동하는 방안과 더불어 무빙워크를 대안으로 제시하더라도 버스만큼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책을 먼저 수립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버스 업계를 지대추구의 온상으로 20년 동안 변질시킨 준공영제를 노선 단축과 폐지의 수단으로 이용하는데 급급한 서울시, 종로구와 7016번을 담당하는 유성운수에 심히 유감이라는 점을 덧붙인다.
공공교통네트워크 역시 이번 사안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고지대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생존과 이동권을 침해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절대로 묵과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끝)
2024년 7월 10일
공공교통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