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약국일을 끝내고
큰아버지 장례로 울산을 또 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고모와 고모부가 제일 반가웠습니다.
작은아버지 내외, 고모부내외, 저희부모님과 함께 잠을 자며
"언제 이렇게 또 이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코고는 소리가 시끄러워도 마냥 뿌듯한 밤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발인예배를 드리고
장지인 고향으로 갔습니다.
고향에 도착하니 중학교시절 이후 처음 뵌 분들도 있었는데
다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셔서도 날 알아보시고
손을 꼭 붙잡으며 반가워 하시는데...
대나무 숲 아래 있던 옛날 큰집 너머 언덕빼기를 따라
큰소나무 아래 양지바른 언덕
어릴적 돌아가신 큰어머님 산소에 도착하였습니다.
고인이 편히 계실 곳 늘 그리워하던 아내의 곁에 합장을...
30년대말에 태어나셔서
전후세대를 겪으시고, 군부시절과 경제대국을 이루는데 주역으로
사우디에도 다녀 오시고...
야곱의 인생여정처럼 험한 나그네 길을 마치시고
젊은 날 가슴 속 사랑으로 묻어야만 했던
아내와 고향의 품에 이제야 돌아와 편히 누울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위로와 감사가 되는 장례였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고향산천
그곳의 햇살과 공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너무나 따사롭고 맑고 포근하였는데...
사람들만 다 변하여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그들도 고향의 흙으로 돌아갈 날이 머찮아 보여서
짧은 인생길만 한없이 아쉬어서
흘러가는 세월을 부여잡아다가
고향산천가 가운데 변하지 않는 나무와 햇살 속에
꼭꼭 가두워 묶어 두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