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적봉[露積峯]
정의
이순신 장군이 바위를 짚으로 위장하여 군량미처럼 보이게 해 적군을 물리쳤다는 내용의 전설.
역사
전라남도 목포시 유달산과 해남시 옥매산에서 전승되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전설로, 임진왜란 뒤 널리 퍼졌다.
줄거리
전남 해남시 옥매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울둘목과 만호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장수들이 옥매산 정상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왜적이 만호 바다를 거슬러 쳐들어 왔다. 이순신 장군은 옥매산에 이엉(마름)을 둘러씌워 노적가리처럼 보이게 했다. 이른 본 왜적들이 군량미가 그렇게 많은 줄로 생각하고 서둘러 도망갔다. 또한 목포시 유달산에서 내려다보면 고하도와 앞바다가 보인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도 왜적을 많이 물리쳤다. 마침 왜적이 침입하자 유달산 능선에 있는 거석(巨石)을 짚과 섶으로 둘러싸서 군량미처럼 보이게 하였다. 또한 영산강에 백토와 횟가루를 풀어서 쌀뜨물이 떠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왜적들이 서남해를 거슬러 올라오다가 노적가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쌀뜨물이 바닷물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기겁하여 후퇴해 버렸다.
변이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노적봉전설>은 전남 목포시 유달산과 해남시 옥매산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나 인물을 달리하는 비슷한 전설은 전국에 분포한다. 흔히 그 생긴 모양이 볏가리를 쌓아둔 것 같다 하여 노적봉, 노적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명 수정리 비봉산의 노적봉 전설은 삼한시대의 소문국왕이 적에게 포위되어 식량이 떨어지자 짚으로 산봉우리를 덮어서 노적가리처럼 보이게 했다는 내용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 건너편의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변협(邊協)과 관련이 있고,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때의 권율과 관련이 있다. 경상북도 칠곡군 인동면 금전동 천생산성에 전하는 곽재우 일화도 이와 유사하다. 모두 전쟁 기간 동안 군량미로 위장하여 싸우지 않고 적군을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분석
전남 해남시 옥매산과 목포 유달산의 <노적봉전설>은 이순신 장군의 지략으로 싸우지 않고 왜군을 물리쳤다는 내용이다. 백토 혹은 횟가루를 영산강에 풀어 쌀뜨물로 보이게 한 것과 쌍벽을 이루는 이야기다. 명량대첩처럼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전한 기억을 바위 모양의 지역 특수성에 투사하여 미화시킨 전설이다.
특징
전국에 분포하는 노적봉, 노적산 지명 가운데 서남해 해전에서 승전을 거둔 이순신 장군과 관련하여 생성된 해전 관련 설화라는 특징이 있다.
의의
바위 모양을 소재로 한 경관의 특성이 이순신 장군의 지혜라는 이름으로 집단 투사되어 심리적으로 보상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왜적과 싸워 이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이기도 하지만, 지리와 생태 조건을 잘 활용해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뜻이 숨어 있다.
집필
이윤선(李允先)
참고문헌
노적봉전승고(김열규, 한국문화인류학회, 1970년)
수난의 역사를 이겨내고 부활하는 목포 삼학도(최성환, 플랫폼21, 인천문화재단, 2010년)
출처
목포의 땅이름(목포문화원, 2002)
유달산(유달산공원화추진위원회, 1990)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8) 6-5, 24.
노적봉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2023-11-15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