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은 신라 원효(元曉) 대사가 출가 수행자를 위해
지은 발심(發心)에 관한 글이다. 총 706자의 사언절구(四言絶句)인데,
서론⋅본론⋅유통분(流通分)의 순으로 구성돼있다.
내용의 개요는 ① 애욕을 끊고 고행(苦行)할 것, ② 참된 수행자가 될 것,
③ 늙은 몸은 닦을 수 없으니 부지런히 닦을 것 등,
수행인이 부처될 마음을 일으켜 거룩한 행을 닦는 요긴한 말을 적은 글이다.
즉, 모든 부처님의 열반(涅槃)의 적멸궁(寂滅宮)을 장엄한 것은
한량없는 세월 동안 욕망을 버리고 고행 정진을 쌓은 때문이고,
중생들이 고해(苦海)의 불집 속에 사는 것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이며,
입산수도(入山修道)한 모든 사람들이 큰 도(道)를 성취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애욕에 구속돼 실천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이 몸뚱이는 허망한 것이고, 곧 무너질 것이므로
아무리 아끼고 보호해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니,
세속에 대한 미련을 끊고 계행(戒行)을 철저히 지켜서
조사(祖師)가 되고 부처가 될 목표를 세워 정진하라고 했다.
만약 계행을 깨끗이 지키지 못하면 타인의 지도자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주의 공양과 예배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수행할 때는 계(戒)와 지혜를 쌍으로 닦을 것을 강조했으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대승행(大乘行)을 닦아 청정한 마음으로 행하면
하늘이 찬양할 뿐 아니라 마침내는 여래의 사자좌(獅子座)에 나아간다고 했다.
끝으로 세월의 덧없음을 절묘한 문장으로 환기해, 부서진 수레는 짐을 실을 수 없고
늙은 몸은 닦을 수 없는 것이니 발심수행이 급하고 급함을 간곡히 당부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불교 전문 강원의 사미과(沙彌科) 교과목 중 하나에 불교 입문서로서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이 있다.
이 책은 다음 세 가지 글로 이루어져 있다.
• 신라 원효(元曉) 대사의 <발심수행장>,
• 고려시대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 고려 후기 야운(野雲) 스님의 <야운자경서(野雲自警序)>,
이렇게 세 가지를 엮어 <초발심자경문>이라 했다.
바로 원효 대사의 <발심수행장>이 <초발심자경문>에 포함돼있다.
불교 전문 강원의 사미과(沙彌科)에서 처음 승려가 되기 위해 출가한 자들은
반드시 읽고 닦아야 할 입문서이다.
------------
<발심수행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제불제불 장엄적멸궁 어다겁해 사욕고행
(夫諸佛諸佛 莊嚴寂滅宮 於多劫海 捨欲苦行)
무릇 모든 부처님들께서 적멸궁(寂滅宮)을 장엄하신 것은 많은 겁해(劫海) 동안
탐욕을 버리고 고행을 하신 까닭이다,
※적멸궁(寂滅宮)은 열반의 궁전이라는 말이다. 적멸(寂滅, nirvāna)은
불이 꺼지듯 모든 번뇌가 남김없이 소멸해 평온하게 된 상태이다.
궁(宮)은 법왕인 부처님이 거주하는 궁전이라는 의미이다.
※겁(劫, kalpa)은 일반적인 시간의 단위로 잴 수 없을 만큼 매우 길고 긴 세월을 가리키는 말이다.
겁해(劫海)라고 해(海)를 붙인 것은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중생중생 윤회화댁문 어무량세 탐욕불사
(衆生衆生, 輪廻火宅門, 於無量世, 貪欲不捨).
일체의 모든 중생들이 불타는 집 속을 윤회하는 것은 한량없는 세월 동안 탐욕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택문(火宅門)은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다. 중생이 삼계(三界) 가운데 거주하면서
미혹의 괴로움을 받고 있으나 몸이 괴로움 가운데에 있는 줄
알지 못하는 것을 불타는 집 속에 있음에 비유했다.
무방천당 소왕지자 삼독번뇌 위자가재
(無防天堂 少往至者 三毒煩惱 爲自家財)
천당(天堂)에 이르는 길을 막아 놓음이 없는데도 이곳에 이르는 사람이
적은 것은 삼독(탐ㆍ진ㆍ치) 번뇌로써 자신의 집에 재물(재화)로 삼았기 때문이다.
무유악도 다왕입자 사사오욕 위망심보
(無誘惡道 多往入者 四蛇五欲 爲妄心寶)
[아무도] 유혹하지 않는 악도(惡道)에 드는 자가 많은 것은
네 가지 뱀과 오욕(五欲)으로 망녕되이 마음에 보배를 삼기 때문이다.
※사사(四蛇)는 네 마리의 뱀인데, 여기에서는 사대(四大)를 의미한다.
즉 물질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를 네 마리의 뱀에 비유한 것이다.
※오욕(五欲)은 중생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허망한 다섯 가지 욕심(財·色·食·名·睡)을 말한다.
또 오근(五根)의 대상이 되는 색(色)⋅성(聲)⋅향(香)⋅미(味)⋅촉(觸)의 오경(五境)을 의미한다.
이 오경은 욕구의 대상이고 욕구 그 자체는 아니지만,
이 다섯 가지가 모든 욕망을 일으키는 원인이므로 오욕이라 한다.
인수불욕 귀산수도 이위불진 애욕소전
(人誰不欲 歸山修道 而爲不進 愛欲所纏)
[어느] 사람이 누가 산에 들어가서 도(道)를 닦고자 하지 않으랴마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애욕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연이불귀 산수수심 수자신력 불사선행
(然而不歸 山藪修心 隨自身力 不捨善行)
비록 산 숲속에 돌아가 마음을 닦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힘을 따라서
선행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자락능사 신경여성 난행능행 존중여불
(自樂能捨 信敬如聖 難行能行 尊重如佛)
자신의 쾌락을 기꺼이 버릴 수 있으면 성인과 같은 믿음과 공경을 받을 것이며,
하기 힘든 어려운 일도 능히 행할 수 있으면 부처님처럼 존중받을 것이다.
간탐어물 시마권속 자비보시 시법왕자
(慳貪於物 是魔眷屬 慈悲布施 是法王子)
물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바로 마구니 권속이요, 자비와 보시를 하는 자는 바로 법왕의 자식이다.
※법왕의 아들(法王子)은 동진(童眞) 보살이라고도 한다.
세간의 국왕에게 왕자가 있듯이, 법왕인 부처님에게는 보살이 있다.
이 보살은 미래에 부처님이 될 자리에 있으므로 법왕자라고 한다.
특히 문수보살이나 미륵보살을 가리켜 법왕자라고 하기도 한다.
고악아암 지인소거 벽송심곡 행자소서
(高岳峨巖 智人所居 碧松深谷 行者所棲)
높고 큰 산 봉우리의 바위는 지혜로운 사람이 거처하는 곳이고,
푸른 소나무의 깊은 계곡은 수행자가 사는 곳이다.
기찬목과 위기기장 갈음유수 식기갈정
(飢餐木果 慰其飢腸 渴飮流水 息其渴情)
배고프면 나무 열매를 먹고서 주린 배를 달래고,
목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시고 갈증 나는 마음을 쉬시라.
끽감애양 차신정괴 저유수호 명필유종
(喫甘愛養 此身定壞 著柔守護 命必有終)
좋은 것을 먹고 사랑으로 보양해도 몸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고,
부드럽게 지키고 보호해도 생명은 필연코 끝이 있다.
조향암혈 위념불당 애명압조 위환심우
(助響巖穴 爲念佛堂 哀鳴鴨鳥 爲歡心友)
소리 울리는 암굴을 불당으로 삼고, 애처롭게 우는 기러기 소리
기쁘게 마음 벗 삼으시라.
배슬여빙 무연화심 아장여절 무구식염
(拜膝如氷 無戀火心 餓腸如切 無求食念)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시리더라도 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없어야 하며,
주린 창자가 끊어질 것 같더라도 밥을 구하는 생각을 내지 마시라.
홀지백년 운하불학 일생기하 불수방일
(忽至百年 云何不學 一生幾何 不修放逸)
백년의 세월도 덧없이 지나는데 어찌 배우지 않겠으며,
일생이 얼마나 된다고 수행하지 않고 허송만 할 것인가.
… … …
파거불행 노인불수 와생해태 좌기난식
(破車不行 老人不修 臥生懈怠 坐起亂識)
수레가 부서지면 움직이지 못하고 늙은 사람은 수행할 수 없고,
누우면 게으름과 나태만 생기며 앉아 있으면 난잡한 생각만 일어난다.
기생불수 허과일야 기활공신 일생불수
(幾生不修 虛過日夜 幾活空身 一生不修)
몇 생을 수행하지 않고 헛되이 밤낮을 보냈으며,
이 빈 몸은 얼마를 살 줄 알고 일생을 수행을 하지 않겠는가.
신필유종 후신하호 막속급호 막속급호
(身必有終 後身何乎 莫速急乎 莫速急乎)
몸은 반드시 끝이 있는데 다음 생은 어찌 할꼬 다급하고도 다급하구나.
[출처] 블로그 아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