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입찰자가 다른 공동입찰자를 대리할 때 입찰표 대리인 란에 인적사항이 누락됐다면?
3월 말경, 오랫만에 들른 인천지방법원 입찰법정 모습이 예년과 다르게 조금은 썰렁하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방청석 만석에 법정내 양옆, 뒷공간도 부족해 복도에도 빼곡한 인파로 넘쳐났는데 이날은 방청석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고 듬성듬성 빈자리가 보였다.
물론 법정에 들어오지 않고 복도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최근의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냉각된 경매시장을 확연히 잘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날 진행 예정이었던 경매물건은 총 48건. 이 중 경매가 취하 또는 변경된 9건을 제외하고 경매가 진행된 39건 중에 낙찰은 10건으로 낙찰률(25.6%)이 채 30%가 안 됐다.
낙찰된 물건 중 입찰자 10명을 넘긴 물건은 총 3건으로, 2회 유찰된 인천 검암동 소재 다세대에 16명, 1회 유찰된 학익동 소재 아파트에 18명이 몰렸다. 마지막 한 건은 인천 부개동에 소재한 지하1층-지상4층 상가건물로 입찰자가 무려 24명이 몰렸다.
북으로는 인천지하철 철도, 남으로는 경인로, 서측으로는 군용철로로 인해 상권이 단절됐음에도 2회 유찰돼 반값(감정평가액 약 13억8259만원, 최저경매가 약 6억7747만원)까지 떨어졌고, 대지가 약 88평으로 제법 크며, 향후 재개발 가능성을 보고 많은 입찰자가 몰렸던 탓이다.
개찰 과정에서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24명의 입찰자 중 공동입찰이 다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의 공동입찰이 입찰표 대리인란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입찰이 무효로 처리됐다는 것이다.
그 공동입찰자는 A와 B, 이렇게 2명이 함께 입찰했는데, 경매법정에 참석한 입찰자는 A이고, 불참석한 B를 대신해 A가 대리입찰을 하는 형식이었다. A는 입찰표상의 본인 인적사항 란에는 A 자신의 성명 OOO 외 1인 이라고 적고 하단에 '공동입찰자목록 참조'라고 적었다.
대리인 란에는 본인 란에 A라고 적었기 때문에 대리인을 똑 같이 A라고 적을 수가 없어 '공동입찰자 목록 참조'라고 적고 입찰표를 제출했다. 물론 공동입찰자 목록, B가 A에게 입찰을 위임한다는 위임장과 B의 인감증명서도 함께 제출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개찰할 때 이 공동입찰이 무효라고 한다. 무효가 맞을까?
대리입찰의 경우 대리인 란에 대리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대리인 도장을 날인해야 하는 것은 입찰표 작성의 원칙이다. 다만 공동입찰의 경우 위처럼 A가 본인이고 A가 대리인인 경우 본인란과 대리인 란에 모두 A를 기재한다는 게 형식상 맞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공동입찰자 목록,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 첨부서류를 살펴본 후 입찰의 유·무효성을 따졌어야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다소 성급하고 아쉬운 결정이 아녔나 싶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공동입찰자가 최고가입찰자나 차순위입찰자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만약 최고가입찰자나 차순위입찰자로서 입찰이 무효로 처리됐다면 아마 억울해서라도 입찰무효에 대한 이의신청이 제기돼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한 사안이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