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평가
양계향
목도리 뜨개질에 열중하는 나를 보고
요즘엔 남학생도 뜨개질을 배우니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씀하신 아버지
학교에서 배우는 것 남녀가 따로 있나
이름난 요리사는 남자들이 더 많더군
부엌일 도와 주세요 어머니의 말대답
공부한 지식이나 손에 익힌 기능을 발휘해서 물건을 만들거나 보고서를 써내도록 하는 평가가 수행평가이지요. 남학생인 ‘내’가 뜨개질하는 것은 선생님이 목도리를 만들어오라는 수행평가를 내셨기 때문이고요. 나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열심히 뜨개질을 했어요.
내가 뜨개질하는 것을 본 아버지가 대견스럽다는 듯 ‘요즘엔 남학생도 뜨개질 하느냐’고 물으셨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남녀가 따로 있느냐고 되물으셨어요. 시대가 변했으니 여자 남자 가리지 말고 다 해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그러면서 어머니가 아버지께 ‘부엌일 도와주세요.’ 라고 말씀하셨어요. 마음 속으로 벼르고 별러서 하신 말씀이지요. 아버지는 부엌일을 도와주셨을까요? 안 도와주셨을까요?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양계향 시인은 199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였어요. 시조집 ‘백비 앞에서’, 동시조집 ‘나팔꽃 시간표’와 ‘산호빛 목도리’ 등을 펴냈고, 새싹시조문학상과 아름다운글문학상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