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여자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할 만큼,
여자들이 국부의 85퍼센트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이혼은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가 되었고
처리하기도 간단하고 쉽게 잊을 수 있다.
젊은 남자는 쥐처럼 적령기도 되기 전에 결혼을 하며
그들 다수는 서른여섯 살 무렵이면
적어도 두 명의 전처에게 위자료를 주며 살아간다.
그렇게 하기 위해 노예처럼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이혼이라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남자들이 일방적으로
여자들에게 당하는 억울한 사정을 언급하면서
남자의 입장을 편드는 작가의 관점이 반영되어 있고
이 부분이 어떤 이들에게는 반감이 들 수도 있겠다.
뒤통수를 치게 만드는 반전으로 결말을 맺는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 경향으로 볼 때
뭔가 심상치 않은 전개가 있으리라 짐작하며
이야기가 어찌 흘러가려나 자못 흥미롭다.
아니나 다를까..
이혼으로 여자들에게 한 방 당하며
쫄딱 망해버리는 딱한 남자들을 위해
소설로나마 대리만족을 얻게 해주려는 듯
작가는 통쾌한 복수극을 선보여 준다.
어쩜 이야기를 이렇게 술술 풀어가는지
로알드 달의 글솜씨가 현란하다.
스토리는 대강 이렇다.
닥터 빅스비 부부가 있다.
그들은 평균 정도의 의사 수입을 유지하며
그럭저럭 살고 있는 중년 부부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빅스비 부인은 한 달에 한 번
볼티모어에 간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이모를 만나러 간다는 것이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이모는 알리바이를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빅스비 부인은 오래전부터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상대는 부유한 대령이었다.
남편 빅스비는 함께 가주지 못할 상황에
편히 다녀오라며 선선히 인정을 해주었기에
빅스비 부인은 거칠 것 없이 불륜을 저질렀으나
어느덧 그 관계도 종말이 다가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기 직전의 만남으로
대령은 이별을 고하며 마지막을 장식할 선물로
고급진 밍크코트를 주었다.
여자의 입을 다물게 만들고 뒤탈이 없도록
비싼 밍크를 이별 선물로 주는 대령은
노련한 바람둥이인 것 같다.
빅스비 부인은 아주 입이 딱 벌어지는 동시에
고민도 깊어졌다.
이걸 어쩐다..
이모에게는 이런 코트를 사줄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남편에게 뭐라 둘러댈 것인가.
침착해, 침착해.
이런 일엔 머리가 꽤 잘 돌잖아? 그러니
잘 궁리를 해서 묘안을 내보자.
남편이 의심하지 않을 만큼 아주 자연스럽게
이 밍크코트를 집안으로 들일 신박한 방법을
쥐어짜내던 빅스비 부인에게
순간 딱! 떠오르는 게 있었다.
바로 전당포.
전당포에서 얼마 간의 돈을 받고서
밍크코트를 맡겨두는 거야.
남편에게는 전당표 표를 우연히 주웠다고 둘러대고
누군가 잃어버린 물건을 횡재한 듯 속이고
당당하게 들고 들어오면 되는 거지!
빅스비 부인은 이럴 때 쑥쑥 잘 돌아가는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기차에서 내려 집 근처, 전당포로 달려간 빅스비 부인.
밍크 코트를 맡기고 표에 이름이나 주소는 물론
심지어 밍크 코트라는 물품명조차 남기지 않고
빌린 금액만 적은 표를 들고 귀가를 했다.
전당포 주인이 나중에 딴짓을 하진 않겠지?
찝찝한 마음도 있었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택시 안에서 전당표 표를 주웠다고 하며
무슨 물건인지 정말 궁금한데
느낌 상 자신이 좋아할 만한 물건인 것 같다고
내일 찾으러 전당포에 가야겠다고 한다.
남편은 내일 그쪽으로 갈 일이 있으니
자기가 찾아오겠다고 한다.
속으로 애가 탔다.
맘 같아선 같이 가자 하고 싶지만
전당포 주인이 알아보면 안 될 일이니
그러라고 한다.
기쁨과 설레임으로 빅스비 부인은 짜릿했다.
종일 전화기 옆에서 남편의 연락만 기다린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고,
총알같이 뛰어가 받았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편의 한 마디.
"당신이 아주 좋아할 만한 물건이더군."
오호호 웃음이 절로 난다.
빅스비 부인은 한달음에 병원으로 뛰쳐갔다.
짜릿한 흥분감으로 남편이 내미는 물건을 받아본
빅스비 부인은 눈앞에 펼쳐진 물건을 보고
자기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웬일인가.
남편이 건네준 물건은
허접한 가짜 밍크 목도리였다.
머리가 띵해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전당포 주인이 바꿔치기 한 건가?
물품 명도 인적사항도 기재를 안 했으니
얼마든지 빼돌릴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물건이 아니라고
말할 입장도 안되고 보니
당장에 달려가 사기꾼 전당포 주인에게
따져야겠다고 생각하며 병원 문을 나서는데
점심을 먹으러 나가며 간호사 펄트니 양이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바로 그 밍크코트를 걸치고 말이다!
이런 경우를 일러 자승자박이라고 할까?
빅스비 부인은 결코 당당하게 밝힐 수 없다.
저 밍크코트는 내 것이다라고...
남편마저도 펄트니 양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건 덤이다.
유머러스한 반전으로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해주는 오 헨리,
냉소적인 반전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가식을 꼬집는 기 드 모파상과 달리
로알드 달의 반전 결말은 항상 뭔가 싸해서
읽고 나면 뒷덜미를 잡게 된다.
첫댓글 무비님
너무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오랜만에
무비님 감사해요^^*
오늘도 환하게 웃으시며
즐겁고 행복 가득한 하루 만들어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