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와 친해지기 #1 2013.06.05
인제와 친해지기
‘인제’ 라는 이름에선 퍽퍽한 흙냄새가 난다. 아마도 강원도 인제 하면 험악한 산과 군인들의 행렬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 거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친해지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악’과 ‘군인’이라는 색안경을 내려놓고 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진짜’ 인제는 편안하고 따스하며 푸근하다. 깨끗한 건 물론이요, 숭고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게다가 서울에서 1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으니, 부담보다 설레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글․사진 박은경
인제와 친해지기 #1 마음을 훔치는 시인의 흔적들
깊은 산 맑은 물이 어우러진 인제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될 법하다. 그 가운데 특히 인제와 인연이 깊은 문인으로는 박인환과 만해 한용운이 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문학관이 세워져 시인의 삶과 혼을 추억한다.
시인의 젊은 날을 엿보다, 박인환문학관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의 시인 박인환은 인제 출신이다. 1926년 인제군 인제면 상동리 159번지에서 태어나 열 살 무렵 서울로 옮겨 학교를 다녔고, 종로와 명동을 축으로 문학 활동을 펼치다 서른 나이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눈을 감았다.
그로부터 56년이 지난 2012년 10월, 그의 생가터에 박인환문학관이 세워졌다. 문학관은 시인의 연대기나 유작, 유품을 전시해 놓은 여느 문학관과 달리 박인환과 관련된 역사적 명소를 현장감 있게 재현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그가 아버지와 이모에게 5만원을 꾸어 차린 서점 ‘마리서사’와 동료들과 자주 드나들던 ‘모나리자 다방’ ‘동방싸롱’ ‘유명옥’, 그리고 외상값 대신 <세월이 가면>을 만들었다는 대폿집 ‘은성’ 등이 실물 크기에 가깝게 꾸며져 있다.
문학관 앞뜰에는 휘날리는 넥타이가 인상적인 박인환의 동상과 <목마와 숙녀>를 연상케 하는 커다란 목마가 놓여 있다. 품에 안기듯 동상 안으로 들어가 앉으면 그의 시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목마는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이다.
문학관 바로 옆에는 국내 최초의 산촌민속 전문 박물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1960년대 산촌 사람들의 세시풍속과 민속신앙, 음식 등에 대한 자료들을 엿볼 수 있다.
주소 강원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56번길(상동리 415-1) 관람시간: 박인환문학관 9시~18시 인제산촌민속박물관: 9시30분~18시(17시30분까지 입장 가능)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1일, 설날 및 추석, 공휴일 다음날
입장료: 박인환문학관 무료, 인제산촌민속박물관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 문의: 박인환문학관 033-462-2086 인제산촌민속박물관 033-460-2085 www.inje.go.kr/home/museum
만해를 닮은 만해마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백담사 입구에 위치한 만해마을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며 승려였던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만해는 충남 홍성 출신이지만, 백담사와의 인연은 누구보다 각별하다. 선생은 26세인 1905년 백담사로 출가해 승려가 되었고, 3·1운동으로 3년간의 옥고를 치른 뒤 다시 백담사에 들어와 <님의 침묵>을 탈고했다. 즉 홍성이 육신의 탄생지라면 백담사는 정신의 고향인 셈이다.
만해마을은 한용운 선생이 출가한 지 98년 만인 2003년, 내린천 상류인 북천과 설악산 자락인 안산이 병풍처럼 둘린 자리에 조성됐다. 안에는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낸 회색 건물들이 서로 널찍하게 거리를 두고 서 있는데, 마치 속세를 떠난 승려처럼 초연한 모습이다.
건물은 서원보전(만해사)이라는 이름의 사찰을 중심으로 문인의 집(숙박 및 문인집필 시설), 만해학교(단체숙박 및 교육 시설), 심우장(문인·묵객 토론의 장), 만해문학박물관 등 한용운 선생을 기리는 시설로 꾸며졌다. 그중 만해문학박물관은 백담사에 오르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코스다. <님의 침묵> 초간본을 포함한 저서와 친필 서예작품, 유품 등이 연대와 주제별로 전시돼 있어 만해의 발자취를 한눈에 살펴보기에 좋다.
또 전시관 안팎에 숨겨진 전시물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1층 전시실 유리벽 밖에는 만해의 동상이, 통로와 계단에는 시인들의 작품과 명사들의 글귀가 배치되어 눈길을 끈다.
마을 입구에 조성된 ‘평화의 시벽’도 놓치기 아쉽다. 만해마을의 정문이기도 한 이곳에는 세계 각국 시인들의 자국어 친필 시 300여 편이 동판에 새겨져 벽에 걸렸다.
한편 만해마을은 지난 4월부터 동국대학교가 새롭게 운영을 맡아 변신 중이다. 이르면 6월 중 달라진 만해마을을 만날 수 있다.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만해로 91(용대리 1136-5) 문의: 033-462-2303~4 www.manhae.net
만해문학박물관 관람시간 9시30분~18시(동절기 9시30분~17시),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700원(만 6세 이하 무료) *6월 이후 운영방식에 변화가 있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반드시 전화로 문의
만해마을 인근 맛집 송희식당
인제 하면 황태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만해마을이 위치한 북면 용대리는 전국 황태 생산량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황태의 고향이다. 용대리는 국내 최대 덕장이 있는 고을답게 황태요리 전문식당이 즐비하다. 어디를 골라 들어가도 용대리의 바람이 말린 명품 황태를 맛볼 수 있다.
만해마을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송희식당은 황태와 나물을 한 상에서 즐기는 황태정식으로 소문이 났다. 고추장에 재놓았다 구워내는 황태구이와 8가지 안팎의 나물무침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황태 해장국이 끝내준다. 황태를 아끼지 않고 듬뿍 넣어 오래 끓인 탓에 국물이 뽀얗고 진하다. 또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넣어 단맛이 난다.
용대리 백담사 인근에서 영업하다 도로가 확장되면서 지금의 원통 시내로 자리를 옮겼다.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원통7리 1686-6(원통중·고등학교 정문 앞) 영업시간: 8시30분~19시30분(둘째·넷째 월요일 휴무) 메뉴: 황태정식 1인 1만2000원(1인 주문 가능) 전화: 033-462-7522, 7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