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원도 횡성 쪽을 알아 볼 일이 있어 지도 검색을 하다가 '섬강'을 발견하였습니다. 횡성호에서 시작되어 원주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남한강에 합류하는 한강의 지류입니다.
언제였던가, 우연하게 동네 책방에서 '섬강에서 하늘까지'라는 소설을 집어 들고 그 속으로 빨려들어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20년 전쯤 되었을까....
'실화소설'이라고 되어 있어 저의 감정은 더욱 사무쳤던 것 같습니다. 빗길 버스 추락 사고, 한 남자가 부인과 아이를 잃고 결국은 그 자신도 투신함으로써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입니다. 공주사대의 절친 선후배 간이었던 부부는 후에 서로 임지가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고, 주말에만 왕래하였던 모양입니다. 그 날은 원래 남편이 아내에게 갔어야 하는데, 무슨 일인가로 부인이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타고 오다가, '섬강교' 다리에서 그만 버스가 강물로 추락하여 버렸던 것입니다....
남편은 아마 학창 시절 학생 운동에 헌신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졸업도 제 때 못하고, 아니 졸업하고 나서도 오랜 동안 운동권으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인과 아이에게 마음의 빚이 많았겠지요.... 마침내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그만 두고, 교단과 가정으로 돌아왔는데, 아, 부인과 아이가 그렇게도 빨리 세상을 뜨고 만 것입니다.
부인과 아이의 시신을 어렵게 찾고는, 남편도 마침내 그들과 함께 할 것을 결심합니다....
"지금까지는 세상을 잡으려고 아내와 아이를 떠나 있었지만, 이제는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 세상을 버리렵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유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