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쓴 아래의 편지는 사망 직후 그의 방에서 발견되었다. 편지는 줄리에타 귀치아르디, 베티나 브렌타노, 아말리에 세발트 세 사람 중 한 사람에게 보낸 것이 아닐까 추측만 될 뿐, 확실한 것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편지의 번역자는 서울대 음대 교수였던 서우석 님이다. 편지가 '불멸의 연인에게'로 시작되기 때문에 베토벤의 러브스토리를 기둥줄거리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 영화의 제목을 '불멸의 연인'으로 붙였다.
불멸의 연인에게
1806년 7월 6일 데플리츠에서
나의 천사, 나의 모든 것, 바로 내 목숨이여! 오늘은 단지 몇 마디만, 그것도 당신의 연필로 쓰고 있습니다. 내일이 되어야만 하숙집이 분명히 결정될 것 같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시간 낭비군요. 모든 것을 희생하지 않고는 모든 것은 지속될 수 없을까요? 이 필연성을 말하는 깊은 슬픔은 무엇 때문일까요? 당신이 완전히 나의 것이 아니고 내가 완전히 당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바꾸어질 수 없는 것일까요?
오, 하느님! 자연의 아름다움을 깊이 들여다보시고 존재해야만 하는 모든 것들에게서 위안을 받으십시오—사랑은 모든 것을 요구하며 그것은 당연합니다. ‘당신에 관한 한, 당신이 나의 곁에 있는 한 사람은 나와 함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완전히 결합된다면 당신은 그 고통을 저와 마찬가지로 조금밖에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무서운 여행이었습니다. 어제 아침 4시에야 겨우 이곳에 도착했는데 말이 부족하여 우편마차가 다른 길을 택했었습니다. —그러나 지독한 길이었습니다! 마지막 둘째 번 역에서 밤에는 마차를 몰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습니다. 숲이 무섭긴 했으나 그 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제 잘못이었습니다. 지독한 길, 한없는 진흙탕 길에서 말들이 주저앉아버린 것입니다. 마부가 기지 있는 사람이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길 한복판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에스테르하치는 보통 길로 이곳에 왔는데 말이 여덟 마리나—우리 마차는 네 마리—있었지만 똑같은 꼴을 당했답니다. 곤란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뒤에는 언제나 그렇지만, 그 날도 거기에서 상당한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이제 외부적인 일에서 내적인 일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틀림없이 우리는 곧 만나게 되겠지요. 더구나 지난 며칠 동안 나의 인생에 관계되는 몇 가지 관찰을 당신에게 전할 수가 없군요. 만일 우리의 마음이 언제나 가까이 있다면 그런 일은 다시는 하지 않을 겁니다. 나의 가슴은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로 가득 차 있는데— 결국 말이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나의 진정한 보물이, 내가 당신의 것인 것처럼 나의 모든 것이 되어 주십시오. 신들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안식을 보내줄 것입니다.
당신의 충실한
루드비히
사랑하는 사람
7월 6일(월) 저녁
당신은 지금 괴로워하고 있습니다—지금에야 비로소 편지는 아주 이른 아침에 부쳐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월요일과 목요일만 우편마차가 여기에서 칼스바트까지 운행합니다.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아! 내가 어디에 있건 당신은 그곳에 있습니다. 당신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우리 사이의 문제를 조정하겠습니다. 당신이—모든 훌륭한 남자들이 찾아 헤매는, 그러나 나는 별 노력 없이 획득했던— 없는 인생이란? 인간에 대한 인간의 겸손, 그것은 나를 고통스럽게 합니다. 우주와 관련시켜 내 자신을 생각해보면 나는 무엇이고 우리가 가장 위대한 자라고 부르는 사람은 무엇인지…….
그렇지만 바로 거기에 인간의 신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토요일 이전에는 당신이 나의 첫 소식을 듣지 못할 것을 생각하니 울고 싶습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욱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나에게 숨기지 마십시오. 안녕, 목욕을 했으니 곧 잠을 자야겠습니다. 오, 하느님! 저희들은 그렇게 가까우면서도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저희들의 사랑은 참으로 천하의 집이 아닐까요? 하늘의 궁전처럼 견고한.
7월 7일 아침
아직 침대에 누워 있지만, 나의 불멸의 연인이여! 생각은 당신에게로 날아갑니다.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서글픈 마음으로 운명의 신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것인가를 기다리며……. 당신과 함께 살든가 아니면 이 세상을 그만 두든가 둘 중의 하나입니다.
당신의 품속으로 날아가서 바로 거기가 나의 집이라고 말하고 당신의 품에 안길 나의 영혼을 정신의 나라로 보낼 수 있을 때까지, 당신으로부터 그리도 멀리 떨어져 방황하리라 결심합니다. 그렇습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성실성을 알고 있는 까닭에 당신은 더욱 마음을 굳게 가져야 합니다. 다른 어떠한 사람도 나의 마음을 또다시 소유할 수 없습니다. 오, 하느님! 그다지도 사랑하는 사람과 왜 헤어져야만 하나요? 빈에서의 생활은 비참합니다.
당신의 사랑만이 나를 가장 행복한 사나이로, 또 가장 불행한 사나이로 만듭니다. 이 나이에는 안정되고 조용한 생활이 필요합니다. 현재와 같은 조건 하에서 그것이 가능할까요?
나의 천사여, 우편마차는 매일 운행한다는 이야기를 방금 들었습니다. 당신이 조금이라도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이제 그만 써야겠습니다. 조용히 기다리고, 우리의 삶을 고요히 응시함으로써 함께 살려는 우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조용히 기다립시다.
내 사랑, 어제와 오늘은 얼마나 애타게 당신을, 당신을, 당신을 그리워했는지 모릅니다. 나의 생명, 나의 모든 것, 안녕! 아, 변치 말고 사랑해 주십시오. 당신의 사랑하는 루드비히의 진정한 마음을 오해하지 말아요.
영원히 당신의 것
영원히 나의 것
영원히 서로를 위하여
첫댓글 세여인이 거론되는걸보면 베토벤도 바람둥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