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 도전할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8일 아침 서울 남산 순환도로에서 훈련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둘째가 2시간 40분의 완주 기록을 갖고 있는 남궁만영씨. [최승식 기자]
그는 요즘 늘 웃는다. 서울 마포에 사는 개인택시 운전기사 남궁만영(35)씨. 길이 막혀도, 손님이 없어도, 취객이 주정을 해도 즐겁기만 하다. 보스턴 마라톤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참가비와 여행경비로 한달 수입보다 많은 거금 300만원을 알선여행사에 냈다. 택시도 보름 가까이 세워둬야 한다. 하지만 아깝지가 않다. 7년째 매일 한시간반씩 한강둔치나 남산순환도로를 달리면서 그는 국내 각종 마라톤대회에서 42번이나 완주한 튼튼한 다리의 사나이다.
"건강을 위해 뛰었다가 중독이 됐지요. 달리는 행복감과 기록을 단축하는 재미는 겪어보면 알게 돼요."
8일 이른 아침 그는 보스턴에 함께 갈 몇몇 사람과 남산순환도로를 달렸다. 이들은 "보스턴 마라톤 참가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이라며 "그 꿈을 이루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즐거워했다.
108년 전통의 보스턴 마라톤대회. 오는 19일 열리는 그 대회에 한국에서 사상 최대규모인 162명이 출전한다. 모두 아마추어다. 54개 출전국 중 미국.캐나다 다음으로 많다. 마라톤 여행 전문여행사인 여행춘추가 1999년 처음 이 상품을 개발했을 때 참가자는 4명이었다. 여행춘추 대표 정동창씨는 "달리기 붐이 폭발적이다. 마라톤 선진국 일본을 올해 추월했다"고 기뻐했다.
정경안(47.해운중개업).이숙경(45)씨 부부는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보스턴을 골랐다. 부인인 이씨가 먼저 대회 출전자격 기록(여성 40대 초반 3시간50분)을 통과한 뒤 남편에게 "혼자라도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그러자 남편 정씨도 기준 기록(남자 40대 후반 3시간30분)을 통과했다. 보스턴 마라톤 출전자격은 '젊은(18~34세) 남성 3시간10분' 등 성별과 나이에 따라 기준기록이 있다.
5년 전 감전사고로 양손이 절단된 김영갑(31)씨도 간다. 직장에서 산재를 당한 뒤 아직 직업이 없는 그지만 연금을 아껴 경비를 만들었다. "나의 건재를 확인하고 싶다"면서 그는 "마라토너에게 보스턴은 성지순례 성격"이라고 말했다.
역시 대회에 출전하는 런너스클럽 대표 선주성씨는 "42.195㎞를 뛰기 위해 1만2000㎞를 날아가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건 한국이 그만큼 건강해지고 선진사회가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보스턴마라톤은
1897년 시작된 전통의 마라톤대회. 전년에 열린 첫 근대올림픽(아테네 올림픽)에 다녀온 미국 보스턴 지역 체육인들이 올림픽 정신을 기념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미국 애국자의 날(4월 19일)에 개최하다가 69년부터 매년 4월 셋째주 월요일에 연다. 신청 선착순으로 2만명까지만 출전이 허용된다.
한국 선수로는 47년(51회) 서윤복 선수의 세계기록 우승(2시간25분39초)에 이어 50년 함길용.송길윤.최윤칠 선수가 1, 2, 3위를 휩쓸었고 2001년에는 이봉주 선수가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