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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519수] '패륜녀'사건이 알려 주는 것
서울의 번듯한 대학에서 여학생이 환경미화원 아주머니에게 폭언을 퍼부은 일로 파장이 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연초 이른바 '루저' 발언으로 인한 소동 이후, 이번엔 '패륜녀'에 대한 네티즌들의 격한 개탄과 분노가 인터넷 공간을 온통 뒤덮고 있다. 전개양상은 유사하다. 장본인의 개인정보를 들춰내는 소위 '신상 털기'에 들어간 네티즌들의 추적이 집요하고 해당 학생과 학교를 비난ㆍ조롱하는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지나친 '마녀사냥'을 우려하는 양상도 마찬가지다.
해당 학생의 행태는 추호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학생임을 의심케 하는 저급하고 추잡한 언행, 상대를 대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는 인격모독적 태도가 수준 미달의 품성을 적나라하게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루저 파문 때도 그러했듯 이들 사건을 특정인의 돌출행위로만 보고 비난하는 것은 일과성 화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사회적 논란이 가치를 갖는다.
두 사건의 공통된 바탕은 자기 이외의 주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결여다. 이는 공동체 인식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고, 그렇게 해서 우리 공동체가 이미 일각에서부터 해체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문제가 된 두 당사자가 모두 주요 대학의 재학생이라는 점은 이런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좁게는 가정과 교육이 그 가장 중요한 기능을 포기하거나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이며, 크게는 주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가치가 별로 득이 되지 않는 각각의 독자생존 구조로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네티즌들이 격분하고 있지만 정작 평소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적개심과 조롱, 경멸의 언어들로 서로 상처를 입히고 입는 인터넷문화 역시 이런 사회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이들 사건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사회적 경고사인을 읽는 것이다. "요즘 것들은…" 식의 상투적이고 부질없는 개탄 대신 당장 범 사회적으로 공동체 인식과 문화를 복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이 시급하다. 경제성장이나 일자리 만들기보다 결코 덜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519수] 5·18 기념사에서 ‘거리의 정치’ 질타한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예고했던 대로 어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30돌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운찬 총리를 대신 보내 기념사를 읽도록 했을 뿐이다. 기념사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의례적 찬사도 있었지만, ‘중도실용주의가 5·18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식의 아전인수식 발언이 주를 이뤘다. 이 대통령은 특히 “법을 무시한 거리의 정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기대는 일이 적지 않다”는 질책까지 했다.
이 대통령이 다른 곳도 아닌 5·18 기념식장에서 ‘거리의 정치’를 비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미 대선 후보 시절 ‘5·18 사태’라는 표현을 썼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시민의 힘’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생래적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다 촛불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깊어진 거부감이 이날 발언으로 표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30년 전 광주 금남로의 시민 물결과 이 시대 서울광장의 촛불 물결은 그 맥을 같이한다. 그것은 국민이 주인되는 사회를 위한 시민들의 순수한 열망의 표현이며, 권력의 폭압에 맞선 주권자의 정당한 저항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가치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권위주의가 종식되고 자유가 넘치는 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바로 엊그제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서울을 떠나면서 “한국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됐다”고 지적한 것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의 이런 왜곡된 시각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대통령의 태도가 이러하니 정부도 온갖 방식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푸대접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5월의 노래’로 자리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어이 추모곡에서 배제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여론의 비난에 밀려 결국 연주되지 않았지만 잔칫집에나 어울릴 경기민요 ‘방아타령’ 풍악을 5·18 기념식장에서 울리겠다는 천박한 발상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비가 내리는 5·18 기념식장에서 유족들이 경찰의 저지를 뚫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풍경, 이것이 바로 광주민주화운동 30돌을 맞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519수] 지금 우리 국민 890명을 개성공단에 계속 둬도 되는가
통일부는 17일 "지난 14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산림청 등 10여개 부처에 예산을 통한 대북 사업을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 11~12일 북한에서 모래 채취와 샘물 사업 등을 해 온 우리측 민간 업체들에 대해서도 제품 추가 생산과 신규 계약을 잠시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북한에서 되돌아왔다. 정부는 민·군(民·軍)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각종 대북(對北) 제재 조치를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도 개성공단에 대해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대한민국 국민 89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이 갖는 상징성이 워낙 크고, 일시적으로라도 남측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면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먼저 파탄 냈다'는 비난의 소재(素材)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북한 근로자 4만2000여명이 개성공단에서 숙식(宿食)하며 일하고 있고, 북한은 이를 통해 연간 4000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북한의 경제규모에선 4000만달러는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그렇기에 북한도 선뜻 개성공단을 건드리진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북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은 17일 "괴뢰군 함선(천안함) 침몰 사건을 우리(북)와 억지로 연결시키면서 정세를 대결의 최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남조선 괴뢰 패당의 대결과 전쟁 책동을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 군부도 16일 보낸 통지문에서 "남측이 계속해서 대북 전단(삐라) 살포 행위를 하면 우리 군대는 남측 인원들의 육로(陸路) 통행을 제한·차단하는 이상의 실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남측 민간단체들은 19일 서해 백령도에서 삐라 50만장을 북한으로 띄워 보낼 예정이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우리 국민 890여명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대북 제재를 본격화하면 남북관계의 긴장과 갈등이 어느 수준으로 치닫게 될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렵다. 북한은 작년 11월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선제공격했다가 패퇴(敗退)한 뒤 보복을 다짐했고, 3월 26일 우리의 1200t급 군함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폭침(爆沈)됐다. 우리는 북한이 그저 말로만 협박하는 게 아니라 언제든 그들의 폭언(暴言)을 행동으로 옮겨온 것을 목격했다. 미치광이처럼 행동해 상대를 겁먹게 하겠다는 일종의 광인(狂人) 전략이다. 정부는 북한의 공갈·협박을 흘려만 들을 게 아니라 모든 도발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519수] 깜깜이 교육감선거 내 자식 장래 걱정된다
6·2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감선거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하다. KBS를 비롯한 공중파방송 3사가 코리아리서치 등 여론조사기관에 의뢰, 실시한 조사는 교육감선거가 뒷전에 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누구를 지지할지 모르겠다는 무응답층이 절반이 넘은 곳이 16개 시·도 중 무려 8곳에 달한다. 서울만 해도 부동층이 60%에 이른다. 자치단체의 교육 인사·재정권을 좌우하는 교육감의 위상을 볼 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라면 후보의 얼굴과 성향도 파악하지 못한 채 한 표를 던지는 ‘묻지마 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감은 시·도의 교육정책은 물론 교원 인사와 학교 예산을 주무를 수 있는 자리이다. 올해 전국 시·도 교육감이 집행하는 예산만 해도 32조 5467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이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 교육계는 격랑에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공교육 활성화와 사교육 절감에 초점을 맞춘 교원평가제며 입학사정관제, 교장공모제, 고교선택제 같은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본격 시행되고 있다. 이런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교육감일진대 당연히 제대로 된 인사를 뽑아야 하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를 직선제로 바꾼 취지는 교육수요자들이 직접 인재를 뽑도록 하자는 데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미래교육을 앞당겨주고 교육 선진화를 이끌 백년대계의 큰일들을 해낼 적임자를 가려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선거는 답답하기만 하다. 정당공천을 배제하고도 후보들의 정치권 결탁과 세몰이가 빤히 보인다. 기호 없이 순번만으로 후보를 배열해 정당을 암시하는 듯한 1·2번 순위에 후보들이 목 매는 탓에 ‘로또 선거’란 말이 공공연하다.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보다 야합과 뒷거래가 번지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후보 개인의 성향과 정책을 더욱 촘촘히 따져봐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평균 경쟁률은 5.1대1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후보가 난립한 데다 광역·기초단체 후보들이 교육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을 앞다퉈 내놓아 정작 ‘교육 대통령’ 후보의 옥석 가리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치적 욕심에 함몰된 채 정책과 소신을 팽개친 철새들은 솎아내야 한다. 4년 뒤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지, 더 열악한 환경에 빠질지는 눈 밝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519수] 분수령 맞은 천안함 사태, 국론 분열 용납 안된다
내일로 예정된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정부 움직임이 긴박해지면서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 정세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정부는 어제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민 · 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발표문 초안을 회람한 데 이어 오늘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관련국에 브리핑을 할 계획이다. 또 25일 방한하는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후 29~30일 열리는 한 · 중 · 일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낸다는 구상이다. 그 전후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도 발표될 예정이다.
천안함 사건의 결론은 이미 내려졌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보고한 대로 천안함 절단면과 해저에서 수거한 금속파편 및 화약성분을 볼 때 북한의 어뢰 공격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북한이 정전협정과 유엔 헌장 2조4항(무력사용금지)을 위반한 것으로 규정짓고 안보리 회부와 함께 북한과의 각종 경제협력도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과 국제조사단의 조사 활동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을 무엇보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인식과 함께 우리의 대응방식에 대한 한 · 미간의 굳건한 공조의지와 동맹을 재확인한 것에 다름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결국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단호한 대응이 불가피해진 마당이고 보면,이제 최선의 제재방법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적인 과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의 위협에 대해 국민적 단합을 과시함으로써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대내외적으로도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북의 소행이 분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데도, 명백한 사실에 애써 눈감고 '관제조사 결과는 믿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미리 조사결과를 부정하고 나서는 야당의 행태는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천안함이 공격당함으로써 46용사가 희생된 사실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안보 현실 자체를 외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내부분열은 오히려 북의 무모한 도발을 부추기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519수] 의사·변호사 소득 30% 탈루 부끄럽지 않은가
국세청은 작년 9월부터 최근까지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성형외과의사를 비롯한 고소득 전문직과 음식ㆍ유흥업소를 비롯한 현금 수입업종 종사자 116명을 상대로 세무조사를 벌여 탈루 세금 323억원을 추징했다. 이들은 실제 소득 중 30.7%를 신고하지 않고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달 초에는 국외로 재산을 빼돌려 탈세한 42명에 323억원을 추징했다.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적발된 소득 탈루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의혹도 지울 수 없다. 국세청 조사 결과는 첨단 금융거래를 동원한 변칙적인 탈세도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과세 사각지대의 숨은 세원을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새로운 수법의 고의적 탈세에 대한 추적조사를 강화하는 것은 세수 확보는 물론 조세정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지난 3월 지하경제에 대한 세금만 제대로 거둬도 세율을 올리지 않고도 15년 만에 나랏빚을 다 갚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체 소득의 20~30%에 이르는 지하경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인 10% 안팎으로만 줄여도 한 해 20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고질적인 탈세를 뿌리뽑기 위한 세원 관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올해를 세원 양성화 원년으로 선포했다. 국세청은 5월 2009년 귀속 종합소득세 신고가 끝나는 대로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소득 탈루 여부에 대한 정밀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역외탈세 조사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세정개혁 차원에서 수십년 동안 되풀이되고 있는 탈세를 반드시 근절해야 할 것이다. 특히 세원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일부 고소득 전문직과 현금 수입이 많은 자영업자에 대한 정밀한 분석 시스템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해외계좌 신고제를 비롯해 역외탈세 추적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국회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동아광장/김인규(객원논설위원·한림대 교수·경제학)-20100519수] ‘스폰서 검사’를 없애려면
세상에는 법을 우습게 아는 교활한 악당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인간들을 볼 때면 나 자신 ‘정의의 검사’가 되어 그들을 응징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런데 현실의 일부 검사들은 정의의 검사는 고사하고 과연 악당을 단죄할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직 검사장 둘을 포함해 부산·경남 지역의 검찰청을 거쳐 간 검사 100여 명이 이른바 스폰서(후원자)로부터 길게는 20여년간 향응과 금품을 받고, 일부는 성(性)접대까지 받았다니 말이다.
‘스폰서 검사’는 우리나라 검찰의 고질적인 문제다. 작년 7월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도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2005년 ‘삼성 떡값 검사’ 리스트를 폭로했다. 그 리스트의 진실 여부는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 법무부장관 두 명을 포함한 검찰 고위직 이름이 줄줄이 적혀 있어 많은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뼈를 깎는 개혁을 약속했다. 그러나 검찰 역사상 향응이나 금품수수 혐의로 검사가 해임된 경우는 단 한 건 뿐이다. 검찰은 개혁 차원에서 내부감찰 사령탑인 대검 감찰부장 자리를 개방형 공모직으로 바꿨다. 하지만 외부 적임자가 없다며 문제의 스폰서 검사를 그 자리에 앉혔다.
* 검사 비리 코스트 커야 해결된다
스폰서 검사 문제 해결에는 “검사의 엄격한 자기검열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서울대 사회학과의 송호근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검사는 능히 자정능력을 갖춘 사람들이어야 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순진한 믿음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학생들에게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할 교사들조차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도덕적 행위도 마다않는다.
미 시카고대 경제학과 스티븐 레빗 교수는 베스트셀러 ‘괴짜경제학’에서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들이 1993~2000년 사이에 대규모로 성적을 조작했음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시카고 교육당국이 학생 성적이 나쁘면 담당 교사의 승진·연봉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자 많은 교사들이 담당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려고 답안지를 고쳤다. 레빗은 인센티브에 따른 이런 부정행위는 기본적인 경제행위이므로 교사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고 설명한다.
검사가 스폰서를 두는 행위 역시 시카고 교사들의 부정행위와 마찬가지로 경제행위다. 다시 말해, 스폰서를 둘 경우의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면 스폰서를 두는 것이 경제적이다. ‘삼성 떡값 검사’ 리스트가 폭로됐을 때 관련 검사들이 치른 비용은 현직에서 물러나거나 잠시 당황스러웠던 정도가 전부다. 그 후 그들은 삼성이 스폰서를 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난 변호사로 인정받아 오히려 사회적 명망과 더불어 큰돈을 벌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어느 검사인들 스폰서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있겠는가.
시카고 교육당국은 부정행위가 명백하게 밝혀진 12명의 교사를 해고했다. 이듬해 교사들의 부정행위는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부정행위 감소 인센티브로 작동한 것이다. 이번에 스폰서 검사 수사를 제대로 해 비리 검사들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해보라. 그러면 앞으로는 스폰서 검사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수사를 위해 검찰의 도움에 의존해야 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이런 일을 해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와 같은 독립기구가 필요한 것이다.
검사의 재량권이 공정하게만 행사된다면 검찰의 수사 및 기소독점주의는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현실의 검사는 정치적 외압에 휘둘리고 스폰서에게 조종당하기 쉽다. 왜냐하면 정치인이나 스폰서는 검사의 막강한 재량권 행사를 악용해 위법행위에 따르는 처벌의 위험을 피하고 싶어 하고, 검사들은 그들을 이용해 출세하고 싶은 인센티브가 강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 및 기소독점주의는 제도적으로 완화될 필요가 있다.
* 대통령이 검찰개혁 이뤄내야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검찰과 경찰 개혁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TF에서는 특별검사 상설화를 비롯해 기소심의제도 등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완화방안과 공수처 도입 등의 검찰 개혁방안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TF에서 실질적인 개혁안이 나와도 곧바로 제도화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검찰의 막강한 로비력과 검사출신 국회의원들의 친정 감싸기가 결합되면 개혁안의 국회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도 대통령의 의지만 강력하다면 극복이 가능하다.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 지지도가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높은 여론 지지를 바탕으로 검찰 개혁을 반드시 그리고 제대로 이뤄내길 바란다.
[중앙일보 칼럼-중앙시평:권영빈(경기문화재단 대표, 전 중앙일보 사장)-20100519수] 바람 바람, 미친 바람
‘김대업’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가. 나 자신도 이 이름 석 자를 기억해 내는 데 한참이 걸렸다. 2002년 대선 때 이른바 병풍(兵風)이라는 정치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이 김대업이다. 그보다 5년 전인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이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앞서 가던 이 후보의 지지도는 급전직하로 떨어졌고 끝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 후 5년이 지나 이회창 후보는 또 대선에 도전한다. 처음엔 잘나갔다. 누가 봐도 이번엔 정권교체라고 봤다. 이때 등장한 사람이 김대업이다. 이 후보의 부인이 아들의 병역 면제를 위해 청탁했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다고 그는 테이프를 흔들어대며 장담했다. 이미 5년 전에 세상을 뒤흔들었던 의혹을 또 들고 나오느냐 했지만 다시 불기 시작한 바람은 걷잡을 수 없는 광풍으로 번졌다. KBS 등 지상파 방송이 이 병역비리 의혹을 95일 동안 101건을 집중 보도함으로써 당시 이 후보 지지율이 11.8% 하락했다고 뒷날 한 보고서가 적고 있다. 이 대선이 끝나고 2년6개월이 지나서야 김대업은 무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무원 자격 사칭 등으로 1년10월의 징역을 살게 된다.
최근 한 신문이 촛불시위 2년을 되돌아보는 기획 기사를 냈다. 촛불 시위 당시 딸과 함께 단골로 시위에 참가했던 주부는 “그땐 왜 그랬는지 눈에 뭔가 씌었던 것 같다”고 실토했다. 사실 광우병 사태 초기엔 MBC 피디수첩에서 방영된 주저앉는 소를 보면서 어찌 저럴 수가 있나 하는 한탄이 저절로 나왔다. 다우너 소와 광우병 소가 다른 것임을 확실히 안 다음에도 한국인의 광우병 감염 확률이 94%라는 엉터리 기사에 귀를 기울였고, 미국에서 유통되는 쇠고기는 월령 24개월 미만이고 미국 소는 육골분을 먹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다는 등 재미 교포 주부의 엉터리 증언에 나라 전체가 들썩였다. 내란 수준의 격동기였다. 이 중 최대 걸작이 전직 농림 장관의 행태다. “미국에선 25만∼65만 명의 비공식 인간광우병 환자가 치매 환자로 위장돼 사망했다”고 당시 증언했던 그 전직 장관이 최근 미국 서부를 여행하다 햄버거 가게에서 미국 쇠고기를 네 번 먹었고 먹을 만했다고 전했다 한다.
병역비리 광풍과 광우병 광풍은 전혀 다른 사건 같지만 그 뿌리는 하나다. 우리 시대, 우리 자신들의 또 다른 초상화다. 너무나 감성에 흔들리는, 너무나 건망증 심한 우리 사회의 병폐다. 병역비리 의혹은 한 번으로 족했다. 대선 후보 아들이 하나도 아닌 둘이 모두 체중 미달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면 의혹은 제기할 만했다. 그러나 몇 달에 걸친 검증 결과 확실한 단서가 없었다면 그것으로 끝낼 줄 아는 사회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다. 여기에 낙선까지 했다면 한 번으로 족했다. 그런데 우리는 똑같은 사안을 두고 5년 단위로 속 보이는 숨바꼭질을 그렇게 재미있게, 그렇게 근엄하게 되풀이할 만큼 이상한 나라의 괴상한 사람들 아닌가.
광우병 의혹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더없이 높아진 세태다. 알려면 바로 알아야 했다. 연일 보도된 언론의 기사를 통해 광우병 공부는 충분히 학습했을 터다. 그런데도 이를 집단화하고 정치세력화하면서 감성을 충동질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광풍은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
천안함 함체는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침몰 원인은 아직 수면 아래 있다. 국제 민·군 전문가들이 침몰 원인을 분석 중이고 곧 결과를 발표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일부 세력은 진작부터 천안함 침몰 원인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갈 시도를 하고 있다. 이미 민주당 측에선 정부 발표는 관제 조사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 야당이 추천했다는 한 조사위원은, 천안함 사고는 다른 선체와 충돌한 것이 직접 원인이고 그게 미군 군함일 가능성이 높다느니, 천안함이 좌초되었을 때 후진하다 심한 충격이 발생해 사고를 당했다느니 여러 억측을 쏟아내고 있다. 침몰 원인이 북한 어뢰에 의한 격침 쪽으로 좁혀지는 마당에 일부 신문들이 대북 공포증 유발을 위해 소설을 쓰고 있다고 비난을 하니 이게 또 무슨 말인가.
누가 소설을 쓰고 있는가.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두고 소설을 쓰거나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새로운 광풍을 불러일으킬 세력이 있다면 이야말로 국민의 이름으로 매도해야 할 어두운 세력이다. 바람 바람, 미친 바람을 불러일으킬 세력이 도처에 잠복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한 발짝도 앞서 갈 수 없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519수] 방아타령
“에라디여 에헤이요 에헤이여라 방아흥아로다.” 자진방아타령의 흥겨운 후렴이다. 농본민족이었던 우리에게는 방아를 노래한 민요나 민담이 풍성하다. 방아타령만 해도 지방마다 가사와 곡조가 다른 여러 가지가 전해 내려온다. 곡식을 찧는 방아소리는 흥겹고 신명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아에 얽힌 이야기가 꼭 흥겨운 것만은 아니다. 신라 백결(百結)선생의 이야기도 그렇다.
거문고의 명인인 그는 몹시 가난해 옷을 100군데나 기워 입었다고 해서 백결선생이라고 불렸다. 어느 해 섣달그믐날 집집마다 떡방아를 찧는데, 그의 아내가 쌀이 떨어진 것을 한탄했다. 이에 선생은 거문고로 방아 찧는 소리를 내어 아내를 위로했다. 그 소리가 어찌나 방아소리와 똑같은지 동네사람들이 감탄했다고 한다. 방아 찧는 곡조야 신났겠지만 소리를 찧어 떡을 빚었을 리는 없으니, 결국엔 허전한 이야기다.
각 지방의 방아타령도 대체로 흥겹고 경쾌하다. 그 중에서 가장 널리 불리는 것은 경기민요다. “노자 좋구나 봄이 왔네”로 시작하는 가사는 “솔솔 부는 봄바람은/ 천지에 가득 차서/ 산과 들에 죽었던 풀은/ 새싹이 나와 파릇파릇”이라며 봄을 노래한다. 하지만 가사에서 보듯 경기민요 방아타령은 방아 찧는 일과는 무관하다. 후렴의 “에에 에헤야 에라 우여라 방아로구나”라는 대목에서 따와 방아타령이라는 제목이 붙었을 뿐이다. 방아타령이 방아노래가 아니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따지고 보면 노동요로서 방아타령을 부른 이들은 대부분 떡 한 번 실컷 먹어보지 못한 부류였다. 방아타령은 흥겹지만 정작 이를 부르는 민초들의 삶은 결코 흥겹지 못했다. “노자 좋구나 봄이 왔네”는 민요이지만, 민초와는 거리가 멀다.
방아타령이 5·18 기념식장에서 울려퍼질 뻔했다는 소식이다. 국가보훈처가 정운찬 총리의 퇴장 때 이 노래를 틀기로 결정했다가 비난이 일자 취소했다고 한다. 민주 영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흥겨운 방아타령이라니, 그 무신경에 기가 막힌다. 이런 정부이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막는 망발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리 흥분할 일도 아니다. 한 쪽에선 통곡하고 한 쪽에선 “좋구나 봄이 왔네” 하며 흥타령을 부르는 일이 이 정부에서 어디 한두 번인가.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김지아(문화레저부 기자)-20100519수] 한국영화 성장만큼 '성숙'의 길로
아니 왜 칸에만 좋은 영화를 출품하고 베니스에는 안 주는 겁니까?" 칸 영화제를 찾은 베니스 영화제 관계자들이 한국 영화 관계자들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이 '듣기 좋은' 불평은 입에 발린 소리로만 넘길 얘기는 아니다.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출품된 영화 '놈ㆍ놈ㆍ놈'은 베니스 영화제 측에서 출품만 하면 경쟁 부문에 올리겠다고 유혹했던 작품이다. 올해도 '달빛 길어 올리기' '포화 속으로' '악마를 보았다' 등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세 작품이 베니스 영화제 측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 이상 한국 영화의 선전은 '뉴 웨이브'가 아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두편의 영화가 말해주듯 한국 영화의 작품성ㆍ독창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단 몇몇 감독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매년 새롭게 발굴되는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장편 데뷔작으로 칸에 초청된 장철수 감독도 외신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훌륭한 작품의 잇따른 등장은 칸 필름 마켓에서도 좋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영화가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외국인들의 호기심 수준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투자 아이템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의 힘이 세계 시장에서 입증된 만큼 비즈니스의 성숙도도 수반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문이다. 칸 영화제 기간에 만난 한 외국인 바이어는 "한국 업체들은 신뢰를 구축할 줄 모른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해외에서 이름이 없던 우리나라의 한 감독의 영화를 수입해 배급했던 이 외국 업체는 우리나라 업체와 꾸준한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우리나라 업체는 기존 계약을 무시한 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타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물론 비즈니스 세계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과 계약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고 한 사례를 전체의 얘기로 확대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1조원을 넘는 규모로 성장한 한국 영화업계도 이제 충무로 스탠더드를 넘어선 글로벌 스탠더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콘텐츠는 그 자체로 발산하는 매력이 충분히 크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이라면 비즈니스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가 오는 2013년까지 세계 5대 콘텐츠 강국을 목표로 삼은 가운데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비즈니스 태도까지 갖춘다면 한국 영화산업이 더욱 빠르고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