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탁을 거실에 놓는 집이 늘고 있다. 좁고 답답한 주방을 벗어나 넓고 탁 트인 거실로 들어선 식탁 덕에 집안 분위기도 180°달라진다. 거실에 식탁을 두고 활용하는 독자집을 찾아 가구 배치 노하우와 더불어 달라진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들어본다.
Case 1 컬러 유리로 공간을 나눈 임지영 씨네 28평형 시공 김주연(인월디자인 02-514-2096 www.imwalldesign.com)
20평대 아파트가 그렇듯 이 집 역시 주방과 거실이 일자로 개방된 형태. 임지영 씨는 불필요한 공간을 확장해 실용적으로 쓰기로 결심한 후 개조 공사를 시작했다. 그중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다이닝 공간. 공간이 넓지 않아 식탁 위치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생각 끝에 주방과 거실을 이어주는 짧은 복도 형태의 공간을 다이닝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핫핑크 컬러 유리를 가벽처럼 세워 출입문과 다이닝 공간을 분리했다. 다이닝룸과 출입문을 분리한 것은 위생상의 문제도 있지만, 좁은 공간을 독립적으로 나누면 훨씬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 컬러유리는 쉽게 질리지 않는 무난한 컬러 대신 과감하게 핫핑크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이곳을 유리와 아크릴 등 독특한 소재로 꾸민 이유는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작업도 함께 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거실에 식탁을 놓는 배치는 20평대 공간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주방과 식탁까지의 동선이 짧아 불편함을 느낄 수 없거든요. 저에게 이 공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이기보다는 다목적 공간에 가까워요. 어느 때는 밥 먹는 공간이었다가도 DIY 작업대가 되기도 하고, 손님이 오면 와플과 커피를 즐기는 카페 공간이 되곤 하죠. 예쁜 컬러의 가벽 하나로 공간을 분리하면 독립된 다이닝룸을 만들 수 있어요.”
Case 2 책상과 식탁을 함께 배치한 김은주 씨네 27평형 시공 A3디자인(www.a3design.co.kr)
27평의 아파트는 공간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주방과 거실이 일자형, 개방형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공간에 비해 주방이 좁아 주부가 활동하기 불편하고 식탁을 둘 자리가 없기도 하다. 목동 아파트에 사는 김은주 주부 역시 그러한 불편함을 느껴 개조 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아일랜드 식탁과 일반 식탁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일반 식탁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단다. 아일랜드 식탁이 실용적이긴 하지만 두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할 때 좁고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그 이후 덩치 큰 4인용 식탁은 확장한 베란다로 자리를 옮겼다. 두 아이의 방과 부부 침실 외에 가족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았는데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거실을 넓게 쓰기도 하고, 식탁과 컴퓨터 책상을 옮겨 가족 모두를 위한 실용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한 것. “식탁이 거실 베란다 쪽으로 옮겨지니 좁다고 생각했던 주방이 한결 넓어지고 편리해졌어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창밖을 보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즐거움도 생겼지요. 무엇보다 좋은 점은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이에요. 베란다 밖 야경을 보면서 술 한잔,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 좁은 집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공간인데, 식탁을 옮기고 가능하게 되었죠.”
Case 3 베란다 공간에 식탁 배치한 이정민 씨네 31평형 시공 한성아이디(02-430-4200 www.hansungid.com)
이정민 씨는 이곳으로 이사하기 전부터 거실을 다이닝 공간으로 사용할 생각에 8인용 익스텐션 식탁을 먼저 구입했다. 거실에 앉아 TV만 멍하니 바라보다 생각해낸 것. 고민 끝에 베란다 확장 공간에 식탁을 놓는, 남들과는 다른 가구 배치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식탁을 배치하니 주방과 식탁 사이의 동선이 너무 길어 불편했단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베란다 확장 공간의 식탁 배치를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창 너머의 멋진 전망 때문. 게다가 식탁이 거실로 나온 이후 가족 모두와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으니 대만족이다. 널찍한 식탁은 사용하기 편해 아이들은 이곳에서 숙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부부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고. 식탁이 거실로 나오면서 TV가 안방으로 쫓겨(?)나서인지 아이들의 TV 시청 시간이 줄어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손님이 오면 베란다 창 앞의 식탁에서 식사를 해요. 이때 분위기 좋은 음악을 켜놓으면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공간이 완성되죠. 넓고 오픈된 공간과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멋진 전망, 친구들과 밥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의 행복한 대화시간, 이 모든 것이 거실에 식탁을 배치한 이 후의 변화랍니다.”
Case 4 책상 용도 겸한 원목식탁으로 가족실 꾸민 이명은 씨네 35평형
2년 전에 이곳 등촌동 부영아파트로 이사한 후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이명은 주부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집안에 TV를 두지 않기로 한 것.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두 아이를 위해 TV는 내다 버리고 수많은 책들로 집안을 꾸미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흔히 소파와 티테이블이 놓이고 맞은편 벽에 TV와 장식장이 있는 가구 배치에서 과감히 탈피, 소파와 책장을 마주 보게 놓고 거실 정중앙에 식탁을 배치하게 되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책을 읽을 책상이 필요했는데 식탁과 책상을 따로 놓기에는 주방과 거실의 공간이 마땅치 않았던 것. 그래서 식탁 겸 책상으로 활용이 가능한 커다란 원목 식탁과 소파를 두게 되었다고. “고정관념상으로는 식탁이 거실 쪽에 있다는 것이 조금 불편하게 여겨질 텐데요. 실제로 놓고 활용해보면 참 편리해요. 밥 먹을 때는 식탁으로, 책을 볼 때는 책상으로, 차를 마실 때는 티테이블로 다양하게 쓰일 수가 있거든요. 한 가지 더, 식사를 위해 상을 차릴 때 가족들이 다 같이 돕게 되죠. 주방에 식탁이 따로 있을 때는 밥을 다 차려야 겨우 나왔지만,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거실에 식탁이 있으니 함께 식사 준비를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더 많아진 것 같아요.”
TIP 어떤 구조의 집, 거실에 식탁을 두기 좋을까 거실에 식탁을 두고 쓰기 좋은 집은 주방과 거실이 통으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의 집이다. 주방과 거실이 너무 분리되어 있으면 식사시간에 동선이 너무 길어져 불편하기 때문. 또한 베란다가 넓거나 주방과 연결된 베란다 부분에 식탁을 두면 죽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좋기도 하다. 주방 싱크대와 붙어 있는 아일랜드 식탁을 쓰는 집이라면 거실 쪽에 작은 벤치와 테이블만 놓아도 또 다른 보조식탁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