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환은 뒤늦게..영심이 자기곁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게 될만큼 멀리 갔을때에야..비로소 그녀의 존재가 자기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게 됩니다..
남해에서 처음으로 영심을 안았을때..
지환은 정말 아무런 마음없이 영심을 안았을까요..?
단지 ..오로지 실수로?
아니라고 봅니다..
결백증 강한 지환이 그냥 외로운 상황이라고해서 아무나 안을 남자는 아니지요..
비록 영심을 자기 배필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겠지만..
지환은 영심의 무공해 순수에 아마 조금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단지..책임감..하나로 결혼을 감행했을겁니다..
난 이 여자때문에 내 인생을 말아먹었다란 생각을 하며..
하지만.. 정말로 영심이가 죽을만큼 싫었다면..
아무리 책임감이 철저한 지환이래도 결코 10년을 함께 살을 맞대고 아이를 둘씩이나 낳고 살순 없었을겁니다..
지환은 철저하게 자기자신을 도덕적 합리화 시키며...
영심의 낮은 레벨을 철저하게 무시하며..
결코 자신과는 같은 세계에 살수 없는 종족으로 10년동안 방치해두었습니다..
솔메이트란 이름의 첫사랑을 항상 곁에두고..
정신적인 허영을 채우며...
영심에게선 그 어떤것도 찾으려하지않고..
아마 억지로 영심에게 무관심하려고 자기를 세뇌시키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난.. 영심과는 다른 종류의 인간이야..
비록 내가 내 실수에 대한 책임은 졌지만..
그녀와 내가 같은 부류로 될수는 없어..라고...
하지만..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자기같은 부류의 사람이 가지지못한 그 무엇을 지환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우에게도..자기 아내는 너무 순진하니까.. 장난치지마라고 경고를 했겠지요..
다만.. 그녀가 가진 미덕이..자신같은 부류의 지적허영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왔기에..
항상 그녀를 창피스러워하고..
그녀의 존재를 일부러 더 무시해왔는지도 모릅니다..
장모가 와도..장모라고 인정하지않기에..
그는 10년동안이나 장모 한번 찾지 않고..
먼길을 달려온 장모를 얼굴한번 보여주지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환에게도 위기가 왔습니다.
자기보다 잘난것 없는 어린 사내에게..
절대무시를 해왔던 아내가 맘을 주는 용납할수 없는 사태가 일어난것입니다..
그렇게 무시해왔던 아내가..다른 남자에게 사랑을 받을수 있다란 사실에..아마 망치로 뒷통수를 맞은듯했겠지요..
그제서야.. 지환은 느낍니다..
그토록 무시해왔던 아내에 대한 자기의 솔직한 마음은..
바로 자기의 허영이었다는것을..
아내의 순수하고 이쁜 마음을.. 절대 모르지 않는 지환이었습니다..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었지요..
단지..
그 아내의 미덕이..자신이 가치를 두는 지적..사회적 가치에 비해 아주 하잘것 없는 것이라고..
여태 억지로라도 무시해온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자기곁에서 떠날리없다고 자만하며 내던져두었던 아내가 자기가 아닌 딴곳을 보자..
지환은 더 이상 숨길수가 없게 된것입니다..
자기 아내의 순수한 마음의 가치가..결코 자신이 신봉해오던 지적..사회적가치에 비해 모자른것이 아니란것을...
인정할수밖에 없게 된것이죠..
하지만..
그래도 지환은..여전히 자존심을 세우는군요..
영심이 쫒겨나서 정우와 함께 있는걸 들켜 집에 끌려왔을때도...
비록 감싸주긴했지만...
데리고 올라가는 태도를 보면... 아직 멀었더군요..
혼자 휭하니 가버리는게....
가방도 영심이가 끙끙 들고 올라가고..
참 괘씸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영심이가 이혼하자고 했을땐...
이미 정우의 진심과 아내의 진심을 다 알고 난후라...
자신의 사랑과 그들의 사랑을 비교해보고 많은걸 느껴서인지..
태도가 아주 달라진걸 알수 있습니다..
영심이 가방을 자기가 들고 들어가더군요..아예 짐까지 풀어버리고선..
그래도..마지막 자존심으로...
이혼을해도 자기가 한다고..
아이들 생각부터 하자고 하더군요..
그동안.. 나도 잘못한게 많았다..
이제 돌이켜보니.. 너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다..
사랑하니..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런말.. 절대 못하는 지환...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데..
지환은 그래가지고는 절대 영심이한테 빚 못갚습니다..
친정어머니가..사돈에게 그런 모욕을 당하고 있는데..
지환.. 어머니에게 그만하란 말한마디 안하더군요..
절대 자기 부모 앞에서 아내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하는 지환..
결국 답을 분가로 찾지만..
결혼이란.. 분가로 다 해결되는건 아닙니다..
가족은..분가하나 안하나..그대로 가족이기에..
이대로 지환이가 영심일 데리고 나간다고.. 영심이가 행복해질까요..
지환이는 민씨집안 가족입니다..
지환이를 사랑하는건 민씨집안을 함께 사랑하는거죠..
근데.. 결코 집안과의 화해나..문제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내려 노력않고,. 단지 도망치듯 분가하는거..
불씨를 그대로 안고 옆자리로 비켜앉는거밖에 안됩니다.
단 한번이라도 영심이 보는 앞에서 장모를 감싸주고.. 아내를 어머니앞에서 보호해주었더라면..얼마나 좋았을까요..
(보이지 않는곳에서 혼자 속깊은 행동은 했지만.. 여자는 자기 앞에서 자기편이 되어주는 남편이 가장 믿음직스럽고 의지가 되는법이지요..너무 자주 그런걸 바라는건 아니지만..결정적일때말입니다.)
하여튼..
신성우씨의 너무나 멋진 스타일에 ^^..그리고..지환의 노력하는 가상한 모습에.. 모든걸 용서해주고 싶지만.. ^^;;
냉정하게 생각하면..용서는 아직 이릅니다..
그가 진심으로 10년간 버려두었던 영심이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용서를 구하고.. (표현을 해야 합니다. 표현.. 표현하지 않는 마음은.. 멋스러운게 아니라.. 참 야속하지요..실제에선..)
사랑한다 말해줘야 합니다..
그리고..가족들..특히 시어머니와 시누에게서 영심을 떳떳할수있게 보호해줘야 합니다..
그냥 도망만 시켜서 될일이 아니지요..
지환이는 빨리..
영심이를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깨우쳐야할것 같습니다..
2. 다...용서하는 정우..
정우의 마음은 예전 처음으로 자신을 죽음을 선포받았을때와는 달리 아주 변화가 많아졌습니다..
두렵고 분노로 치닫던 그 마음은.. 어느듯..평화와 용서..그리고 죽음을 앞두고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걱정할만큼.. 여유로와 졌습니다..
지혜를 용서하고..남편과 잘 살라고 웃어줄수있을만큼..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돈을 아버지의 치료비로 챙기며 동생을 위로해줄수있을만큼..
마지막으로 맘에 담고 갈 사랑하는 영심이.. 제자리를 찾아 행복하길 바랄수 있을만큼..
저주스런 신을.. 더이상 미워하지 않을만큼..
그는 너그러워지고 평화스러워보입니다..
비록..
보이지 않는 저편의 가슴은 여전히 시리고 텅빈듯하겠지만...
"선생님 부인..함부로 행동하는 여자 아닙니다.. 모르시는것 같아서 알려드리려 왔습니다...."
영심이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영심의 마음의 연금까지 다 부도내어버리는 정우..
그게 영심을 위한 자신의 최선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이미 영심이에게 가장 중요한건..아무도 영심을 인간으로 대접않는 자리로 돌아가 거짓된 웃음을 웃으며 사는것보다 진실된 정우의 마음 한조각을 가슴에 안고 사는거란걸....
정우는 왜 몰랐을까요..
곧 영원히 떠날 자신이기에..
영심이를 영원히 지켜주지못하는게 너무나 미안하고 책임감 없이 느껴져서..그랬을까요..
아마 영심이가 그런 비인간적인 취급 당하며 사는걸 정우가 확실히 몰라서 그랬을것같습니다..
돌아가면 영심이 행복해질수도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죽을 사람의 진심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냐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진심..계속 살아갈 사람들의 진심이 더 중요하다고..
영심이 제발 버리지말고..따뜻하게 보듬어달라는 정우..
아내가 이런 진실된 사랑을 받고 있다란 사실을 지환이 알았을때...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요..
제 생각엔..질투와 분노보단... 내 아내도 타인에게 소중한 사람이구나..라는..생각이 들었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아내에게 더 함부로 할수 없는 아이러니..
차분히 죽음을 준비하는 정우를 보며..
못내 힘들게만 살아온 젊은 청년이..
마지막 사랑까지도 힘들게 버리고 가려는구나..싶어..
정말 가슴이 아렸습니다..
특히 김남진씨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
그 슬픔이 그렁그렁한 눈을 보면..
정우가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그저 정우의 그림자만 비쳐도....
통곡을 하게 되더군요.. 흑..
드라마를 보면서..
그냥 눈물 흘린적은 있지만..
이렇게 통곡을 하면서 봐야한적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이틀을 달아서 통곡하다보니.. 목소리가 다 가더군요.. ^^
정우가 마지막 남은 시간동안..
진정 원하는걸 얻고..
그가 마지막 사랑한 여인이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자기판단이 아닌.. 영심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그녀의 진정한 행복이 그가 생각하는것과는 정반대일수도 있으니까요..
정우와 영심이 생의 한가운데서 잠시라도 진정 행복한 시간을 가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 분노할수 있는 사랑이 참 사랑이다..
영심은 지환에게 성낸적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눈물로 호소하고,,,투정을 부리는 정도였지요..
아마 10년동안 한번도 지환에게 대어들거나.. 성질 부린적이 없었을겁니다.
언제나.. 그녀는 지환에게 미안한 존재이고.. 죄스런 물건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지환이가 가흔에게 새벽녁에 찾아가도.. 가지마라고 애원은 할망정 화를 내진 못합니다..
생일 약속을 저버리고 가흔과 있는 지환을 봐도.. 혼자서 눈물만 흘리지 결코 화내지 못합니다..
시댁 식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인간대접 못받고 하인처럼 부림을 당해도..
그런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죄인이 되어 10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오영심이 딱 한사람..
딱 한사람에게는 화를 내었습니다..
바로 박정우....
진심으로 마음을 주었기에..
정말로 자기 마음을 거짓없이 주었기에..
그리고.. 처음으로 인간으로서.. 한 여자로서 대우를 받았기에..
영심은 물건이 아닌..한 인간으로서..
그에게 화를 낼수 있는것이었습니다..
영심이 화를 내어 정우의 우산을 집어던져버리는 장면이 왜 그렇게 슬프지만.. 아름답게 보였을까요..
정우의 너무나 처연하고 안타까운 눈빛에 눈물도 났지만..
영심이가 처음으로 죄인이 아닌..물건이 아닌..
동등하게 사랑할수 있는 한 인간으로 태어나는 순간이기도 한것이었기에..
정우에게 화를 내는 영심이 너무나도 가슴 뻐근하게 와 닿았습니다.
영심이 지환이 아닌 정우에게 갈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요..
화를 낼수 있는 사랑..
내가 인간이란 동등한 존재로 사랑하고 화낼수 있는..바로 그것..
이렇게 화를 낼수있게 된 인간 오영심은..
친정 어머니가 눈앞에서 비참하게 모욕당하는걸 보았을때..드디어 또 한번 폭발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물건으로 살아온 오영심이..
인간으로서 분노하고.. 제목소리를 내게 된것이지요..
정말..
오영심의 새로운 제2의 탄생이라고 할까요..
분노할수 있게 된 영심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친정엄마와의 대화는 너무나 살냄새가 나서.. 작가님의 공력에 정말 혀를 내두르지 않을수 없더군요..
구수한 부산사투리로 친정엄마의 속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정혜선씨..
정말 잘하시더군요..
제가 부산이 고향이라 부산 사투리가 더 친숙하더군요..
친정엄마는 외손자보다... 딸이 더 중합니다.. 아무렴요..
사랑받지 못하고 사는 안쓰러운 딸..
바람난 년이라고 같이 부여잡고 때려도 주고 울기도 하지만..
그래도..
바람난 이유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집 호구 조사 다하고.. 장래는 있어보이냐구까지 물어봅니다..
주책 아닙니다.. 친정 엄마는 그렇습니다..
외손주는 시댁이 있으니..둘째 문제지요..
내 딸 사랑받고 행복하게 사는게 젤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너무너무 사실적인 묘사에..참 가슴이 찡했습니다..
작가님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이제 한주밖에 남지 않은 열대야..
마지막 결론은..
충분히 매력적일거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열대야로 봐서..
결코 만만한 결론으론 안나갈것 같은데요..
정말..
부탁드립니다..
파리의 연인같은.. 뒷통수치는.. 사람 바보 만드는 결론만 피하면..
배작가님의 마무리.. 아마 어떻게 결론을 짓더라도 수긍하며 감사히 볼것 같습니다..
셀러문님은 아무래도 <지환>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계신거 같아요..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 하시기도 하셨지만, 지환에대한 원망 분노 이런게 느껴지네요.. 애정의 또다른 분출이라고나 할까^^.. 저도 친정엄마와 모텔에서의 그 대화는 정말 배작가의 내공이 아니고서는 그리 그리지 못할거란 생각 했답니다...
첫댓글 영심의 분노에 대한 해석 탁월...열게에 답글적을라했는데 영 안되어서리..이곳에만 적고 가..이 바쁜 아침 좋은 선물 받은 느낌..아~~감동
셀러문님은 아무래도 <지환>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계신거 같아요..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 하시기도 하셨지만, 지환에대한 원망 분노 이런게 느껴지네요.. 애정의 또다른 분출이라고나 할까^^.. 저도 친정엄마와 모텔에서의 그 대화는 정말 배작가의 내공이 아니고서는 그리 그리지 못할거란 생각 했답니다...
감동이에요...
항상 감동입니다..............
지환의 속마음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지환은 그런사람같아요......불씨를 갖고 여전히 옆으로 피할줄 밖에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