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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만들어지는 말, 즉 신조어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척도가 된다. 사람이 태어나면 이름을 갖게 되듯, 세상에 없던 물건이 하나 만들어지면 그 이름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람이나 그 어떤 구체적 물건이 아닌 사회적인 현상에도 그 현상을 일컫는 새로운 말이 생긴다. 말은 원래 유기체처럼 생성ㆍ소멸하는 것이라 새로운 말이 생기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그것을 비난할 수는 더욱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새롭게 생겨나는 말들이 우리말이 아니고 영어로 파급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세계어가 되어버린 영어를 막아낼 방법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새롭게 생겨나는 말이 우리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진 버릴 순 없다. 최근 한류 열풍이 불면서 외국에서는 한국어 배우기 붐도 일고 있다는데 정작 국내에서 새롭게 생기는 말은 대부분 영어로 파급된다. 이것도 뭐, 국제화란 뜻인가.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에 ‘그루밍(Grooming)족’ 이란 게 있다. 이 또한 영어인데 어쨌든 시대상을 반영하는 말이다. ‘Grooming’은 차림새, 몸단장, (동물의)털 손질 등으로 번역된다. 그리고 ‘Groom’ 은 마부란 뜻이다. 즉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미용이나 패션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다. ‘족(族)’이라는 말이 붙었으니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상이 변하고 변해 씩씩한 남자 보다 예쁜 남자가 더 각광받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런 현상에 대한 세대차는 엄청나게 크지만 예쁜 남자가 대세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러니까 남자가 예뻐지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시대 흐름을 거역하면서 현대 사회에 살아남기가 지극히 어렵지 않은가. 그러니 남자가 미용이나 패션에 신경을 쓴다고 해서 나무라지 못할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인데, 특히 사랑의 대상을 구하거나 취직을 해야 하는 젊은 사람들에겐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자기의 외모를 건사하게 가꾼다는 것은 나쁜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심한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용품들을 갖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우리 사회가 많이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동양에선 중국 당나라 때 관리를 선출하던 네 가지 표준으로 삼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사람을 보는 기준이었다. 즉 체모(體貌)의 풍위(豊偉), 언사(言辭)의 변정(辯正), 해법(楷法)의 준미(遵美), 문리(文理)의 우장(優長)이었다. 곧 신수, 말씨, 문필, 판단력을 말한다. ‘신수(身手)’란 용모와 풍채를 말한다. 그리고 얼굴에 나타난 건강 색을 뜻한다. 이렇게 옛날에도 사람을 판단하는 첫째 요소로 용모와 풍채를 들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신언서판의 신은 남자의 경우 남자다움이었다. 이를테면 기상이 있고 든든하며 믿음직스러운 풍채였다. 그런데 요즘은 풍채란 말은 같아도 예쁘고 가늘며 여성스러움이 깃든 그런 풍채를 더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루밍족은 젊은 세대에 한한 것이 아니라 장년이나 심지어 노년에게까지 널리 퍼져있다. 이 세상을 사는 그 누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잘못 보이고 싶을까. 그러나 그루밍족이 많아져서 남자다운 남자가 없어진다는 건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그루밍족이 아닐까, 돌아보게 되는데 아니라고 부정하기가 힘드니, 이를 어쩌나! 손경찬 수필가ㆍ대구예총 예술소비운동공동본부장 |
첫댓글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라고...회장님은 그루밍족,
덩치는 크고 여린 그루밍족, 미용이나 패션에 관심많은 그루밍족, 꼭 맞아떨어지지 않는 그루밍족이... 맞지 싶습니다. 아닌가요?
자기자신이 부정하기 힘들다면 그거 맞는데요~ㅋ 하지만 자기것 챙기기보다는 남을 위해 봉사하고 늘
좋은일에 앞장서서 열심히 일하는 회장님! 그루밍족이라도 많이 밉지는 않내요~ㅋ
처음듣는 말인데 아직은 이해가 갈듯말듯 ...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인지라... 3초스캔으로 호감 비호감이 결정 되어버리는 세상이 무서버요.
이왕지사 내면이 충실한 그루밍족이면 더할나위 없겠죠. 회장님께서 굳이 부정하지 않으시는 걸로 추측컨데 아마 그럴거라 미루어 짐작하지 않을 수 없군요.
대한민국 꽃중년의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