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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118 (월)
- 조니 뎁과 가위, 시저에서 유래했다?
-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된 것들 ⑦ - 문화, 여행 (46)
많이 추워졌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스마트폰을 들지 않은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척 많이
보급되었는데 그래서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TV를 “바보상자”라 하여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TV 화면만 보라보아
머리가 아둔해진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하여
고질병이 있다는 말이 새로 생겼습니다.
즉 실어증(失語症 = 대화의 실종), 실소증(失笑症 = 뜬금없이 혼자 실실 웃음),
실사증(失寫症 = 손가락으로 누르기만 하지 직접 글을 쓰는 버릇을 잃어버림)
그리고 실례증(失禮症 = 주위에 아랑곳없이 실례되는 일들이 일상화 됨)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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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편의 “시저이야기”에서 잠시 말씀드렸지만, <가위=영어 : 시저스 - scissors>는
영어스펠링이 “Caesar"와는 아주 다르지만, 사람이름 <시저>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또 <가위>가 무척 재미있는 물건이어서 살펴보고 갑니다.
3. 가위 이야기
<가위> 이야기를 들어가기 전에 먼저 문제 두 가지...
(1) 가위는 가위인데 자르지 못하는 가위는? - (답 : 한가위)
(2) 다음은 무슨 뜻일까요?
“다정양순합(多情兩脣合) 유사양각개(有事兩脚開)”
- 평소에는 다정하게 양 입술을 포개고 있다가,
일만 생기면 양다리를 활짝 벌린다. -
(답) 괜히 19금(禁) 상상을 하지 마시고, 이는 <가위>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 저는 가보지 못했지만 중국 절강성(浙江省 - 저장성) 항주(杭州 - 항저우)에는
“가위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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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가위>라는 말
* 가위를 선물 받으면 뜻하지 않은 재물이나 권력, 또는 유산을 상속받거나
또는 집안에 경사스러운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 얼마 전에 공연하였던 인기 뮤지컬 “시저스 패밀리(Scissors Family)"는
미용실 사람들을 소재로 한 내용이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 영화 “가위손 (Scissorhands)”
- 한참 전인 1990년 제작된 미국영화 “가위손”이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습니다.
-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에드워드 가위손(Edward Scissorhands)”으로
“조니 뎁(Johnny Depp)”과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 “조니 뎁”은 후에 “찰리와 초콜릿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
그리고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시리즈"에서의
“잭 스패로우(Jack Sparrow) 선장”역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좋아하는 팬이 많은데,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합니다.
- “캐리비안의 해적”은 지금까지 총 4편(2003년-2006년-2007년-2011년)이
나왔는데, 2015년에 제5편이 또 나올 것이라고 합니다.
-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2013년 7월에 상영하였던 “론 레인저(The Lone Ranger)"는
“조니 뎁”이 가면을 쓴 사나이와 함께 등장하는 서부영화인데,
이는 제가 중학교 때 보았던 “론 레인저”의 리메이크로서 당초에는 TV Series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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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가위>의 뜻
(1) 옷감, 종이, 가죽, 머리털 등등을 자르는 기구로서,
일부 지방에서는 “가새”라고도 합니다.
(2) 위의 문제에서도 나온 “추석(秋夕)”이나 “중추절(仲秋節)”을 말합니다.
(3) 꿈에 나타나는 무서운 것 또는 무서운 내용의 꿈을 말하는데,
이때 놀라서 몸짓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을 “가위 눌리다”라고 합니다.
* “가위 눌리다”는 의학적으로 “수면마비(睡眠痲痺 = sleep paralysis)”라고 합니다.
(4) 운동경기 용어에서,
- 축구 : “가위차기=씨저스 킥(Scissors kick)"이라 하여 ”공중에 떠 있는 볼을
두 다리를 가위와 같이 교차하여 차는 것, 즉 점프할 때 한쪽 발을
먼저올리고 이어서 다른 쪽 발을 올려 공을 차는 일“을 말하는데,
이렇게 하여 골을 넣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음.
- 럭비 : “씨저스 패스(Scissors pass)"라 하여 “공격 선수들이 교차하는 순간에
볼을 패스하여 수비수를 따돌리는 일”을 말함.
- 육상 : "씨저스 점프(Scissors jump)"라 하여 “육상경기에서, 도약(跳躍)할 때에
두 다리를 가위처럼 움직이는 일”을 말함.
- 레슬링 : "씨저스 홀드(Scissors hold)"라 하여 “상대편의 머리나 몸통을
두 다리로 조르는 일”을 말함.
* 그런데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퇴출 대상이었다가 기사회생했는데, 만일의 경우
그렇게나 열심히 운동하던 우리나라 선수들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5) 가위질하다
(5-1) 가위로 자르거나 오리다.
- 아내는 헌 옷을 가위질해서 가방을 만들었다.
- 그는 천을 싹둑싹둑 가위질하며 옷을 재단하고 있었다.
(5-2) (비유적으로) 언론 기사나 영화 작품 따위를 검열(檢閱)하여
그 일부분을 삭제하다.
- 검열 당국은 지나치게 선정적인인 대목은 모두 가위질했다.
(6) 책이나 글을 만들 때,
- “Scissors-and-paste”라 하여 (독자적 연구 없이 남의 책에서 인용만 하여)
“가위와 풀로 편집만 하는 일“을 말하는데, 경멸이나 야유의 의미로 쓰입니다.
* 한편 이와 비슷한 의미의 우리말 표현으로 “베끼다”, “오려붙이다”
그리고 한자 표현으로 “표절(剽竊)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의 영어는 [명사-plagiarism], [동사-plagiarize]입니다.
* 표절(剽竊)
- 한참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표절”에 대한 문제로 아직도 몹시 시끄럽습니다.
- “표절”은 정치계, 경제계, 학계, 교육계, 체육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연예계에게까지 전반적으로 미쳐서 우리나라는 마치 “표절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 “표절(剽竊)”의 사전적 의미는 “타인의 시가(詩歌), 문장(文章) 등의 설(說),
또는 글귀를 가져다가 자기의 것으로 발표하는 일”입니다.
- 다른 사람이 어렵고 힘든 노력 끝에 세운 학설이나 그 사람의 글을 몰래 가져와
자기 것으로 삼는 일은, 마치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훔친 물건을 자기 물건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고 보입니다. 이는 분명 절도(竊盜) 행위입니다.
- 그래서 학계에서도 “표절”을 가장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하여 이를 엄격히 금하고
있는데, 이처럼 표절은 학자로서 가장 파렴치한 행위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 “표절”은 옛날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고려의 문호 이규보(李奎報)는
“아홉 가지 옳지 않은 글”을 열거하는 가운데 <졸도이금체(拙盜易擒體)>
즉 “졸렬한 도둑이 쉽게 붙잡히는 글“을 두 번째로 꼽았습니다.
- 이것은 옛사람의 글을 표절하다가 쉽게 탄로 나는 글이란 뜻입니다.
이규보도 표절하는 자를 "도둑"이라 했습니다.
- 중국 당나라 때의 송지문(宋之問)은 사위가 쓴 시가 마음에 들어 자기에게
달라고 했는데 사위가 끝내 거절하자, 사위를 몰래 죽이고 그 시를
자기 이름으로 발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것은 도둑이 아니라 살인강도라 해야 마땅하겠습니다.
(7) 가위-바위-보
- 우리가 말하는 <가위-바위-보>는
- 영어권에서는 일반적으로 <바위-가위-보>의 순서로 하여
<Rock-Scissors-Paper>라고 하는데,
어느 곳에서는 <Scissors-Paper-Stone>이라고도 합니다.
즉, 우리의 “보자기“에 해당하는 말이 ”종이“입니다.
- 중국에서는 <剪刀-石头-布> 즉, <지앤다오-쓰토우-뿌>라고 하는 곳도 있고
또는 <剪子-石头-布> 즉, <지앤쯔-쓰토우-뿌> 또는
<石头-剪子-布> 즉, <쓰토우-지앤쯔-뿌>라고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 여기서 <전도(剪刀) = 전자(剪子)>는 “가위”,
<석두(石头) = 석두(石頭)>는 “돌멩이, 바위”,
<포(布)>는 우리의 “보”에 해당하는데,
일반적으로 “布”는 면직물의 천을 말하고,
“포백(布帛 - 뿌보)”하면 “면직물과 견직물의 모든 종류의 천이나 직물의
총칭”이라고 합니다.
- 일본말은 잘 아시다시피 <장껜봉 = じゃんけんぽん>인데,
줄여서 <장껜(じゃんけん)>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 그런데 어느 분의 주장에 의하면 이 말은 중국어에서 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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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가위의 역사
- 지금까지 발견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가위는 양털을 깎는데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기원전 1,000년경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쇠 가위”라고 합니다.
- 그런데 그 이전의 시대인 “청동기시대”의 “청동가위”는 보기가 힘들어서
가위는 “철기시대”에 크게 발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특히 로마 시대의 유물로 가위가 많이 발견되었으며,
이 시대의 가위는 후에 중부 및 북유럽 등으로 전해졌으며,
또 이 시대의 가위는 남자의 무덤에 부장(副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수염을 깎는 데 쓰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 그리고 로마 시대의 유물에서 발견된 것 중에서 날이 짧고 튼튼하게 만들어진
가위는 철사나 튼튼한 실, 얇은 철판 등을 자르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분황사 석탑에서 발견된 신라시대 가위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모양이나 쓰임새가 중국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것으로 보아
가위는 중국에서 건너왔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 즉, 전 세계에서 발견된 유물을 비교해볼 때 가위는 서양에서 처음 만들어져
사용되다가 중국으로 그리고 우리나라로 전해졌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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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가위의 종류와 원리
* 요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사람들이 가장 크게 놀란 것 중의 하나가
음식점에서 칼 보다는 가위가 널리 이용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즉 우리나라 음식점에서의 가위는 만능(萬能)이라고 감탄하며,
돌아갈 때에 주방용가위를 많이들 사간다고 들었습니다.
(1) 가위의 종류
- 일반적으로 가위의 종류는 “재단(裁斷)용”, “문구 및 사무용”, “공작용”,
“주방용”, “의료용”, “정원의 전정(剪定) 및 전지(剪枝)용”,
“이용(理容) 및 미용(美容)용”, “철강용” 그리고 “엿장수용”
또 “게살 파먹는 용도”, “밤 까는 용도”, “고양이발톱 손질용” 등등
엄청 다양하게 많습니다.
(2) 가위의 원리
- 가위는 지렛대의 원리에 바탕을 둔 것으로 지레의 <작용점-받침점-힘점>의
상호관계에 의하여, <힘점이 작용점과 받침점 사이에 있는 원지점식(元支點式)>,
<지레의 받침점이 힘점과 작용점의 사이에 있는 중간(中間)지점식>,
<작용점이 힘점과 받침점 사이에 있는 선(先)지점식>의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됩니다.
- 따라서 이것을 응용한 가위도 3종으로 대별되는데,
- 즉, <원지점식>에 속하는 것으로서 손자수용 가위, 잎 따기 가위,
망(綱)베기 가위 등이 있고,
- <중간지점식>에 속하는 것으로는 재단가위, 꽃가위, 전정가위, 전지가위,
잔디가위, 양철가위, 버튼홀(Button-hole =단추구멍)가위, 의료가위,
이용(理容) 및 미용(美容)가위 등이 있으며,
- <선지점식>에 속하는 것으로는 눌러서 자르는 가위와 과일 따기용 가위 등이
있습니다.
* 무사(武士)들이나 생선회를 뜨는 요리사들이 칼을 자기 몸처럼 아끼는 것과 같이
미용사(美容師)들이나 이용사(理容師)들도 가위를 무척 소중히 여기는데,
특히 미용가위의 가격은 천차만별로서 몇 만 원짜리부터 몇 백만 원짜리 까지
있다고 합니다.
-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위는 품질이 좋아서 수출도 많이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 “미용사(美容師)”, “이용사(理容師)”에 “스승 사(師)”가 붙는데
나중에 <“사”자가 붙는 직업들>에서 관련 내용을 다시 살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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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가위의 한자표현
- <가위>의 한자표시로 우리가 쓰는 한자에 “협(鋏)”이라는 글자도 있지만,
- 중국에서는 이 글자를 쓰지 않고,
“전도(剪刀) = 지앤다오”, “전자(剪子) = 지앤쯔“, “교도(鉸刀) = 지아오다오”
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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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가위의 영어표현
- “가위”와 같이 “두개가 모여 하나의 짝을 이루는 것들”의 영어표현은
꼭 복수형으로 쓰는데, 학교 다닐 때 영어시험에 많이 나왔었습니다.
- 그래서 “가위”의 영어인 “scissors"는 꼭 복수형으로만 쓰이는데,
수량을 나타낼 때에는 “가위 한 개 = a pair of scissors",
“가위 두 개 = two pairs of scissors" 등으로 씁니다.
- 이렇게 표현 하는 것에는 또,
“바지(pants, trousers, bottoms)", ”반바지(shorts), "파자마(pajamas)",
“속옷(under pants, trunks)”, “바지멜빵(suspenders)", ”안경(glasses)",
“색안경(sun-glasses)", "장갑(gloves)", "벙어리장갑(mittens)", "양말(socks)",
“신발(shoes)", "운동화(sneakers)", "샌달(sandals)", ”발가락샌달(flip-flops)“,
”귀걸이(earings)", "젓가락(chopstics)",
그리고 "스케이트 계통(skates, roller skates, inline skates)" 등등이 있는데,
* 이 중에서 “일반적인 바지의 총칭”은 “pants", "반바지”는 “short pants, shorts"
"주로 남성용의 긴 바지“는 ”trousers", “속옷의 팬티, 속칭 빤쓰”는 “underpants,
drawers", ”주로 남성용의 사각 팬티“는 ”boxer shorts, boxers", “주로 남성용의
수영복”은 “swimming trunks, trunks" 등등으로 쓴다고 합니다.
- 이 이외에도 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옷 이름이 많은데,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옷의 명칭에는 콩글리시가 많다고 합니다.
- 여기에 또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갖추고 있는 공구(工具)들 중에서 손잡이가
두 개로 되어 있는 것들, 즉 “뻰치”와 이와 비슷한 것들인 “프라이어, 롱노스,
니퍼 등(pliers, pinchers, pincers, nippers, long nose = flat nose pliers)“,
“핀셋(pincettes)”, “족집게(tweezers)” 등등도 있습니다.
* “뻰치”는 원래 영어로 “pincers"인데 일본사람들이 ”뻰치“라고 하여
전해졌는데, 어찌해서 이런 발음이 나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 이밖에 또 영어에서 꼭 복수형으로 쓰는 말에는
“축하합니다. = Congratulations", 그리고
”성탄을 축하합니다. = Seasons Greetings, Christmas Greetings"
등등 무척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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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1) 배경
- <규중칠우쟁공기(閨中七友爭功記)>라고도 부르는 이 소설은 작자나 연대 미상의
가전체(假傳體 = 인간이 아닌 사물을 의인화하여 허구적으로 그린 작품) 소설로
우리말로 지어졌습니다.
- 이 작품은 2, 3종의 이본(異本)이 있으나, 서울대학교 가람문고에 소장된
≪망로각수기(忘老却愁記)≫에 실려 있는 작품이 가장 상세하고 정확하다고 합니다.
- 이 작품은 규방(閨房)의 부인이 침선(針線)에 사용하는 “자”, “바늘”, “가위”, “실,”
“골무”, “인두”, “다리미”의 일곱 가지를 의인화(擬人化)하여 인간 세상을 풍자한
것입니다.
(2) 등장인물 = 칠우(七友)
- 세요각시(細腰閣氏) : 바늘
- 척부인(尺夫人) : 자
- 교두각시(交頭閣氏) : 가위
- 울낭자(熨娘子) : 다리미
* “熨”은 “다리미”의 뜻일 때에는 “울”
“누르다”라는 뜻일 경우는 “위”라고 읽습니다.
* “울두(熨斗)” = “화두(火斗) = ”다리미“
- 청홍흑백각시(靑紅黑白閣氏) : 실
- 인화낭자(引火娘子) : 인두
- 감토할미 = 감투할미 : 골무
* 각시 : 아내, 새색시의 순 우리말
- “각씨(閣氏)”는 이를 한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 감토 = 감투 : “감두(坎頭)“ 또는 ”감두(甘頭)“라고 한자로 쓰기도 합니다.
(3) 본문
이른바 규중 칠우는 부인네 방 가운데 일곱 벗이니, 글하는 선비는 필묵(筆墨)과 종이,
벼루로 문방사우(文房四友)를 삼았나니 규중 녀잔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오.
그러므로 침선(針線=바느질) 돕는 것에 각각 명호(名號=이름)를 정하여 벗을 삼을 새,
바늘로 세요(細腰)각시라 하고, 자를 척(戚)부인이라 하고, 가위로 교두(咬頭)각시라 하고,
인두로 인화(引火)부인이라 하고, 다리미로 울낭자(熨娘子)라 하고,
실로 청홍흑백(靑紅黑白)각시라 하며, 골무로 감토(=감투) 할미라 하여, 칠우를 삼았다.
옛날 규중 부인인 주부인이 아침 세수를 마치고 바느질을 하다가 낮잠이 들었다.
일일은 칠우가 일제히 모여 한가지로 의논하여 각각 소임을 말하며,
각기 자기가 없으면 어떻게 옷을 짓겠느냐면서 서로의 공을 다투더니,
척 부인이 긴 허리를 재며 이르되,
"제우(諸友)는 들으라. 나는 세명지(가는 명주) 굵은 명지 백저포 세승포와
청홍녹라 자라 홍단을 다 내여 펼쳐 놓고 남녀의 옷을 마련할 새, 장단(長短-길고 짧음)
광협(廣狹-넓고 좁음)이며 수품(手品-솜씨) 제도(制度-격식)를 내 곧 아니면 어찌 이루리오.
이러므로 의지공(衣之功-옷 만드는 공)이 내 으뜸되리라."
교두 각시 양각(兩脚)을 빨리 놀려 내달아 이르되,
"척부인아, 그대 아모리 마련을 잘 한들 버혀 내지 아니하면
모양 제대로 되겠느냐. 내 공과 내 덕이니 네 공만 자랑마라."
세요 각시 가는 허리 구부리며 날랜 부리 두루혀 이르되,
"양우의 말이 불가하다. 진주 열 그릇이나 꿴 후에야
보배라 할 것이니, 재단(裁斷)에 능소능대 (能小能大)하다 하나 나 곧 아니면 작의(作衣)를 어찌 하리오.
세누비 미누비 저른 솔 긴 옷을 이룸이 나의 날래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뜨며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
척부인의 재어 내고 교두 각시 버혀 내다 하나, 내 아니면 공이 없으려든 두 벗이 무삼 공 자랑 하나뇨."
청홍 각시 얼골이 붉으락 프르락 하야 노하여 이르되,
"세요야, 네 공이 내 공이라. 자랑마라. 네 아모리 착한 체하나 한 솔 반 솔인들
내 아니면 네 어찌 성공하리오."
감토 할미 웃고 이르되,
"각시님 네, 웬만하면 자랑마소. 이 늙은이 수말 적기로 아가씨내 손 부리 아프지 아니하게
바느질 도와 드리나니, 옛 말에 닭의 입이 될지언정 소 뒤는 되지 말라 하였으니,
청홍 각시는 세요 뒤를 따라 다니며 무삼 말 하시나뇨. 실로 얼굴이 아깝도다.
나는 매양 세요의 귀에 찔리었으되 낯 가족이 두꺼워 견딜 만하고 아모 말도 아니 하노라."
인화 낭자가 이르되,
"그대들은 다투지 말라. 나도 잠깐 공을 말하리라. 미누비 세누비 누구로 하여 젓가락같이
고우며, 혼솔(홈질한 옷의 솔기)이 나 아니면 어찌 풀로 붙인 듯이 고우리요. 바느질 솜씨가
그다지 좋지 못하여 들락날락 바르지 못한 것도 나의 손바닥을 한번 씻으면 잘못한 흔적이
감추어져 세요의 공이 나로 하여금 광채 나니라."
울낭자 크나큰 입을 벌리고 너털웃음으로 이르되,
"인화야, 너와 나는 소임이 같다. 그러나 인화는 침선뿐이라. 나는 천만 가지 의복에 아니
참여하는 곳이 없고, 가증한 여자들은 하루에 할 일도 열흘이나 구기여 살이 주역주역한
것을 나의 광둔(廣臀-넓은 볼기)으로 한번 스치면 굵은 살 낱낱이 펴며 제도와 모양이
고와지고, 더욱이 여름이 되면 손님이 많고 바빠 하루도 한가자히 못한지라.
의복이 나 아니면 어찌 고우며 더욱 빨래하는 여자들이 게을러 풀 먹여 널어두고 잠만 자며
부딪혀 말린 것을 나의 광둔 아니면 어찌 곱게 하며 세상 남녀 어찌 반반한 것을 입으리오.
이러므로 옷 만드는 공이 내 제일이 되나니라."
이에 규중 부인이 깨어나서 이르되,
"칠우의 공으로 의복을 다스리나, 그 공이 사람의 쓰기에 있나니, 어찌 칠우의 공이라 하리오."
하고 말을 마치매 칠우를 밀치고 베개를 돋우어 잠을 깊이 드니,
척부인이 탄식하고 이르되,
"매정한 건 사람이요, 공 모르는 여자로다. 의복 마를 제는 먼저 찾고 다 이루면 자기
공이라 하고, 게으른 종 잠 깨우는 막대는 나 곧 아니면 못 칠 줄로 알고 내 허리 부러짐도
모르니 어찌 야속하고 노엽지 않으리오."
교두 각시 이어 가로되,
"그대 말이 가하다. 옷 말라 자를 때는 나 아니면 못 하려마는, 잘 드니 안 드느니 하고
내어 던지며 양각을 각기 잡아 흔들 제는 불쾌하고 노엽기 어찌 측량하리오. 세요 각시
잠깐이나 쉬랴 하고 달아나면 매양 내 탓만 여겨 내게 트집하니, 마치 내가 감춘 듯이
문고리에 거꾸로 달아놓고 좌우로 돌아보며 앞뒤로 시험하여 얻어 내기 몇 번인 줄 알리오.
그 공을 모르니 어찌 애원하지 않으리오."
세요 각시 한숨지으며 이르되,
"내 일찍이 무슨 일로 사람 손에 보채이며 요악지성(妖惡之聲)을 듣는고. 각골통한하며,
더욱 나의 약한 허리 휘두르며 날랜 부리 두루혀 힘껏 침선을 돕는 줄은 모르고 마음 맞지
않으면 나의 허리 부러뜨려 화로에 넣으니 어찌 통원하지 않으리오. 사람과는 극한 원수라.
갚을 길 없어 이따금 손톱 밑을 찔러 피를 내어 한을 풀면 조금 시원하나, 간흉한
감토 할미 밀어 내어 만류하니 더욱 애닯고 못 견디리로다."
인화가 눈물 지어 이르되,
"나는 무삼 죄로 포락지형(炮烙之刑 = 불에 달구어 지지는 형벌)을 입어 붉은 불 가운데
낯을 지지며 굳은 것을 깨치기는 나를 다 시키니 섧고 괴롭기 측량하지 못할레라."
울 낭자 근심스런 얼굴로 이르되,
"그대와 소임이 같고 욕되기 한가지라. 제 옷을 문지르고 멱을 잡아 들까부르며,
우겨 누르니 황천이 덮치는 듯 심신이 아득하여 나의 목이 따로 날 적이 몇 번인 줄 알리오."
칠우 이렇듯 담론하여 회포를 이르더니, 자던 여자 문득 깨쳐 칠우에게 말하기를
"칠우는 내 허물을 그토록 말하느냐."
감토 할미 머리를 조아리며 이르되,
"젊은 것들이 망녕되어 생각이 없는지라. 저희들이 재주 있으나 공이 많음을 자랑하여
원망을 하여 대니 마땅히 곤장을 칠 만하되, 평소의 깊은 정과 저희 조그만 공을 생각하여
용서하심이 옳을까 하나이다."
여자 답하여 이르기를,
"할미 말을 좇아 용서하리니, 내 손부리가 성한 것이 다 할미 공이라. 꿰어 차고 다니며
은혜를 잊지 아니하리니, 비단주머니를 만들어 그 가운데 넣고 몸에서 떠나지 않게 하리라."하니,
할미는 머리를 조아려 사례를 표하고 칠우는 부끄러워하며 물러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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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위와 각종 공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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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를 재미있게 읽으셨는지요?
이 글은 <조침문(弔針文)>과 연계하여 읽으시면 더 재미있는데,
<조침문(弔針文)>은 언젠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유명사가 보통명사화된 것들”은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몇 번은 더 올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가새란 말을 평안도에서 널리 사용되는데 열쇠를 쇳대라고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에 평안도 사투리인 가새나 쇳대란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말이라는 것이 참 생명이 길고 이렇게 이어가는구나 하고 느낀적이 있었습니다. 가위에 대한 해박하고도 박식한 강의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고향에서도 가새라고 하는데 이 말은 꽤나 넓은 지방에서 사용되는군요. 또 쇳대라는 말은 지금도 여러 지방에서 쓰고 있으니까 더욱 그렇습니다. 가끔 문득 문득 우리말의 어원에 대하여 생각해 보곤 하는데 어느 말은 금방 알 수가 있는데 어느 말은 도무지 어떻게 해서 그 말이 나왔는지 알 수도 없고 아리송한 적이 많습니다. 지방마다 지역마다 또 나라마다 제각기 다른 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학장님, 가새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당나라 송지문이 도둑질 하려고 한 시는 유정지의 백두대비홍(白頭代悲翁0이란 시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합니다. 그런데 송지문은 관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뇌물을 받았다고 하여 말년이 비참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요즘은 글 뿐만 아니라 노래나 음률이나 그리고 춤(안무)까지도 베끼는 세상인데 이제는 더 나아가서 얼굴과 신체 일부분의 모습도 베끼고 있으니 앞으로는 우리나라 여자들은 모두 김태희 등 몇몇 유명한 미인들의 얼굴모습에 누구누구의 신체모습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나오는 탤런트나 배우들은 모습이 비슷비슷한 느낌입니다. 이름에도 유행하는 것이 있어서 요즘 여자이름은 ~~~서가 유행한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