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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노 비스콘티의 <레오파드>는 마르크스주의자가 만든 위대한 영화다. <레오파드>는 이탈리아 역사의 중요한 시기를 한 남자 — 시칠리아 왕조 가문의 귀족인 살리자 왕자 — 의 얘기를 통해 보여 준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860년에 이탈리아는 말로만 통일 국가였다. 오늘날의 이탈리아 영토는 수십 개의 소국들로 나뉘어져 있었고 통일된 정치나 시민사회, 심지어는 언어도 없었다. 유럽에서 가장 반동적인 왕조의 통치를 받던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후진적 지역이기도 했다.
△<레오파드> 루키노 비스콘티, 키노필름, DVD
시칠리아와 현대적이고 산업화된 이탈리아 북부 — 특히 당시 통일 움직임을 주도하던 피에드몽 — 와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살리나는 자신이 대표하는 옛 세계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사실은 영화 초반부에 바로 드러난다. 살리나 가족은 저택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이때 소동이 벌어진다. 저택 안에서 한 병사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그는 시칠리아에 상륙한 가리발디 군의 병사였다. 가리발디의 군대는 나폴리에 근거지를 둔 봉건 왕조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 가리발디는 이탈리아 민족주의의 영웅이었다. 가리발디는 화려하고 대담한 인물로 빈민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고 추종자가 많았다. 가리발디의 항쟁은 처음에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귀족들조차 분열했다. 살리나가 아끼는 조카 탄크레디는 살리나에게 자신이 가리발디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한다. 탄크레디는 온건한 통일을 꾀하는 피에드몽 왕조를 지원하는 것이 공화국보다는 낫지 않냐고 반문한다.
탄크레디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모든 것이 변해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아저씨?” 이 말은 이 영화에서 묘사되는 살리나 왕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다.
결국 시칠리아 귀족들은 새 지배계급인 북부의 신흥 부르주아지와 타협했다. <레오파드>는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고, 가리발디와 그 지지자들로 상징되는 혁명의 급진주의가 새로운 사회의 제도 속으로 어떻게 흡수되는지 보여 준다.
이 과정을 상징하는 것은 죽음이다. 영화 초반부 죽은 가리발디 병사의 모습에서부터 총살형을 집행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한 신부가 마지막 의례를 치르기 위해 걸어가는 모습까지 영화 곳곳에 ‘죽음’이 배치돼 있다. 마지막에 가리발디의 저항군들은 부르주아지의 버림을 받고 총살당한다.
감독인 루키노 비스콘티는 귀족 가문 출신으로 나중에 공산주의자가 됐다. 그는 쥐세페 디 람페두사의 동명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람페두사도 귀족 가문 출신으로 자기 조상의 얘기에 근거해 그 소설을 썼다.
<레오파드>는 우리가 한 개인의 운명과 삶을 이해하고 동정하게 해 준다. 동시에, 이 영화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적 격변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 준다. <레오파드>는 위대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