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희망버스를 탔다.
희망으로 가는 버스는 누런 벼들이 익어가는 들판을 지나
붉은 사과가 익는 언덕을 지나
노란 감들이 주렁주렁 달린 마을을 지나
자꾸만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희망을 꿈구는 것은 참으로 고단한 것이어서
목이 마르고,졸음이 오고
아침을 굶고 온 덕에 배는 꼬르르 거리고
희망버스를 탄 사람들을 둘러보니
가난하고 못나고 그 흔한 아웃도어 옷도 아닌
농사짓던 그 얼굴로
투쟁하던 그 옷으로
아이들 가르치던 그 몸짓으로
그냥 온 못난 선생들 두물머리 농부들 푼돈들이란 이름의 문화패
참 조합이 잘 맞는다.
못난 얼굴들은 서로 보기만해도 흥겹다 했는가!
밀양 상동역에 도착했다.
거기서 바로 송전탑 투쟁으로 거두지 못한 대추농장에 투입되었다.
태풍에 떨어진 대추가 바닥에서 썩고 있다.
우리가 트럭을 타고 간 곳은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농장이다.
대추밭이다.
높은 산위에 마을이 있다. 대추는 1kg에 만원이다.
바닥에 대추가 즐비하다.
가끔씩 대추를 먹으면서 대추를 줍는다.
대추가 달고 맛있다.
어떤 사람은 크고 잘익은 것을 먹고
어떤 사람은 못나고 찌글거린 것을 먹는다.
맛에는 차이가 없는데
농부의 맘을 헤아린 사람은 좀 찌질한 것을 먹는다는 것이다.
주인와서 먹을 만큼 먹으라고 하는데, 다 건조장에 들어가 건조시킨다고 한다.
그러니 찌질한 것,다 가루로 만든다고 한다.
정말 대추가 크고 달다.
혼자서 들기 힘든 정도의 박스로 30여박스를 주었나보다.
그랬는데도 대추반 절반이 남았다. 시간이 있다면 더줍고 올것을
그만 날이 저물어 대추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서 일을 마첬다.
모두들 다람쥐처럼 잘도 줍는다.
저녁에는 문화제에 참여했다.
농성장에서 주는 국밥한그릇 먹고
밤이되어 좀 추운 날씨인데,
사람이 많이 모였다.
상동역광장이다.
무슨 리 무슨리 돌아가면서 나와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어찌나 이야기를 잘하시는지 모른다.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시다.
로맨스 조와 푼돈들은 우리와 같이 희망버스를 탄 문화패로 문화행사를 주로 맡아했다.
다음날 농성장을 방문했다.
미추라는동네인데 70대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투쟁경과를 말씀해주셨다.
70대 할아버지가 이마을 청년회장이라신다.
정말 정정하신데, 막내라서 이런 저런일을 도맡아 하신다고 한다.
다음은 청도 각북면 농성장에 갔다. 여기는 철탑이 세워지고 있다.
우리가 갔을때도 철탑의 날개를 달고 있었다.
여기는 많은 할머니들이 농성장을 지키고 계셨다.
철 탑이 세워질 자리에 갔다.
길옆 100여미터 올라가니 철탑이 세워질 자리라고 한다.
이곳을 지켜내려고 한다.
이곳만 지켜내도 전선즐 맬 수 없다는게 농성장의 주장이다.
도시것들이 와서 무슨 힘이 될것인가 싶었는데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 하신다.
자기들 이야기 들어주는게 고맙다고 한다.
이야기를 쉴새없이 하신다.
그동안 이야기 하고싶어 죽겠는데 누가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군수도 차를 타고 쑥 지나가고
면장도 차를 타고 쑥 지나가고
군위원도 쑥 지나가고
그런데 이렇게 멀리와서 이야기를 들어주다니 들어주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