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약발이
필요해?! 이곳은 N골프장. 재계에서도 알아준다는 A회장과 B회장의 라운드가 부킹돼 있다. 둘은 협력관계이자
라이벌이라 골프를 칠 때에도 겉으론 봐주는 척 여유부리지만 속으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한 홀 한 홀
라이벌을 이겨먹는 재미 때문에 매번 내기골프를 친다. 그런데 오늘 B회장이 이상하다. 드라이버가 훅이 나더니 평소보다
플레이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회장님,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 잘 안 되세요?” “아, 그러게 말이야. 집중이
잘 안 되네∼ 어제 잠도 푹 잤는데 말야. 이번 내기에서 이겨야 되는데.” 이후로도 B회장의 공은 잘 안 맞아 결국 A회장이
완승했다. 한 참 후, 나는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됐다. 라이벌에게 지기 싫은 A회장이 직원을 매수했다는 사실이었다. 음료수에
몽롱해지는 약을 넣었다고 한다. 절대 밖으로 나가선 안 되는 얘기다. ‘그래서 그 회장님이 집중이 잘 안 된다고….’ 그래도
80타는 치셨으니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얼마나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으면 약발이 안 들었나 보다. 내일 그 회장님들의
라운드가 있다. 이번에는 그 분들의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해 내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겠다.
대출 받아 내기해 집에서 쫓겨나 연예인 A씨가 80년대 초 저명인사들과의
라운드 때다. A씨는 머리를 올리러 갔을 때인데 장관 B씨가 라운드 중 엄청난 내기골프를 제안했다.“A씨 볼 잘 치시네∼ 나랑 내기 하나
합시다. 내가 골프를 시작하고 3개월만에 80타를 깼어요. A씨도 나만큼 치겠네. 근데 말이지 골프는 내기를 해야지 실력이 빨리 늘어 어때
스코어도 줄이고 나랑 내기할까?”라고 B장관이 A씨에게 제안했다. “3개월 후 80타를 깨면 내가 아파트를 한 채 사주리다. 그렇다고 A씨가
80타를 깨지 못한다해서 내가 집을 한 채 받을 수는 없고 내기는 내기니 근사한 저녁이나 한끼 사시오”B장관의 제안에 A씨는 솔깃해졌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A씨는 “네 합시다. B장관님 그 말을 번복하지나 마십시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당장
집으로 간 A씨는‘골프연습장 이용권부터 사고 프로도 구해 레슨도 받고 매일 라운드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내에게 말을 하려니 차마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내에게 내기를 해서 연습을 해야 하니 돈을 달라고…”그럴 순 없었다. “그래 열심히 연습해서 아파트를 한 채
안겨주면서 상황얘기를 해야지”A씨는 상상을 했다. 좋아하는 아내의 얼굴을 생각하며 대출을 받기로 결심하고 집문서를 가지고 은행으로 가 80년대
당시 천만원을 대출 받았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중에 곱절로 그래 곱절이 뭐야 아파트가 한 채인데…”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3개월 뒤로 미루고 열심히 연습에만 매진하기로 했다. 연예활동을 해서 3개월만에 어떻게 아파트 한 채를 살수 있단 말인가…. 그래 열심히
연습해서 싱글이 되는 쪽이 A씨에게는 더 쉬운 일이었다. 대출 받은 천만원으로 A씨는 일주일에 3번씩 필드를 나가고 헤드프로에게 티칭을
받으며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 길고도 짧은 3개월이지나 운명의 날이 돌아왔고 A씨는 비장한 마음으로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A씨 쫌 늘었습니까?”B장관의 말에 A씨는 “장관님 아파트는 전망 좋은 곳으로 주십시오”라며 경쾌한 타음으로 가볍게 티샷을 했다.
“굿∼샷”이 멀리서 메아리쳐 되돌아와 A씨의 사기를 북돋았다. 아웃코스를 돌고 그늘 집에 앉아 B장관이 “A씨 정말 많이 늘었는데요 내가 섣불리
너무 과한 내기를 했나?”고 후회 섞긴 말을 하자. B씨가 “장부일언 중천금”이라고 B장관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고 인코스로 나가자 이게
왠일인가? A씨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세 번째 홀에서 OB가 나가 그 다음부터는 컨트롤이 스스로 되지 않는 듯 실수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확인했다. 이런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어찌 이런 일이!!! A씨가 81타를 친
것이다. 이것 참 뭐라고 해야할지…. 동반자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A씨는 죽상을 하고 있는데 동반자중 한 명이 “근데 실력이
상당하네요, 얼마나 연습하셨어요?”라며 웃자, A씨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내의 화난 인상만이 떠올랐다. “대단해∼ 대단해”동반자들의 칭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A씨는 대출 건에 관해서 어떻게 아내에게 말을 해야할지, 절벽에 서있을 때 심정이 이런 거구나 깜깜하기만 했다. A씨는 뒤풀이
19홀도 가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보 실은 내가 B장관과 함께 내기를 했는데… 그래서 밑져봐야
본전이잖아 그래서 내가 실은 대출을 받아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말없이 하드케이스를 꺼내더니 짐을 싸고 있었다. “여보
여보…”A씨의 아내는 말없이 남편의 짐을 다 꾸리고는 대문 밖으로 가방을 내다 놓았다. “당신 마음대로 살아요.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단 한마디만 내쏘고서는 아내는 대문을 닫아버렸다.
대재벌의 내기골프 고 이병철 삼성회장은 항상 내기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그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주일에 세 번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수, 금, 일요일마다 라운드를 했다. 이 회장은 당시 국무총리,
대법원장, 국회부의장, 변호사, 경기도지사 등 각계고위 인사들의 골프모임인‘수요회’에서 플레이를 즐겼는데 그는 플레이 때마다 반드시 타당
천원짜리 내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가 내기골프를 즐긴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대충 적당히 하는 골프가 아닌 플레이의 묘미를 돋우면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골프를 하기 위한 것”이었단다. 플레이에서 단돈 몇 천원이라도 따는 날이면 얼굴 한가득 웃음을 머금고 기뻐했다고
한다. 당대 수백억대의 대한민국 최고 부호가 말이다. 그는 이미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돈을 버는지 골프는 어떻게 쳐야 재미있게 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기에 변질된 우정 C와 D는 소위 말하는 불알
친구. 시간이 지나 어느덧 30대 초반의 그들은 각자 사는 게 바빠 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어 갔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쉬운 C는 D가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알고, 골프로 다시 우정을 돈독해지길 바랬다. “어∼ 우리 언제 한 번 봐야지! 너 골프 친다고 했지? 마침 부킹해 놓은
걸 취소할까 했는데 같이 가자.” 그동안 닦은 실력도 보여주고자 D는 흔쾌히 동의했고 둘은 골프장에서 만났다. 1홀을 돌고, 2홀을
돌고…. “이야∼ 너 왜 그리 바빴나 했더니 골프 실력이 상당한데? 한 수 가르쳐 줘라.” “너도 잘 하는데 뭘, 간만에 이렇게 보는
것도 좋다. 자주 나오자!” 공교롭게 둘은 구력도 비슷했고, 실력도 비슷해 더욱 재밌는 라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점심 내기를 한
것은 당연했다. 17홀쯤 C는 티샷한 공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데 반해, D의 공은 무성한 러프에 빠지고 말았다. “아….” 그런데
D의 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벌타를 먹고 새로 쳐야 하는데, 비등한 스코어로 오다가 벌타를 받기 싫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같이 찾아보자.” 한 참을 뒤져보아도 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순간, C의 눈에 D의 공이 띄였다. 욕심이 생긴 C는 선뜻 D에게
말하지 못하고 고민한다. 초조하게 볼을 찾고 있는 D를 보며, 생각하며…. ‘이 볼만 아니면 내가 이기는 건데…’라고 생각하며 발로 볼을
꾸욱 눌러 밟고 말았다. 그런데! “볼 찾았다, 여기!” C가 눌러 밟은 공은 분명 D의 공이었다. 그런데 못 찾아야할 D의 공이
생겼다. “어, 그래 잘 됐다. 그럼 빨리 쳐.” 그렇게 마지막까지 홀아웃을 하고 내기에는 C가 이기게 됐다. 그렇지만 C는 내내
찝찝하다. ‘오랜만에 본 불알친구가 날 속였다’. 자신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D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둘은 비겁한 승부욕으로 인해 우정에 금이 갔다.
내기를 조절하는 것도 능력 F 프로는 연습장을 경영하는 티칭 프로다.
실력도 수준급이라 회원들과 라운드에 자주 가게 된다. F 프로는 “보통 내기골프를 치게 되죠. 작게도 하고, 크게도 하고. 내기가 없으면 재미가
없거든요”하고 실토한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내기골프를 지양하고 있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 내기를 하지 않는 골퍼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F 프로는 ‘타당 만원이 보통’이라며 ‘내기를 해야 실력도 늡니다. 내기에 지게 되면 오자마자 다음에 이기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죠. 내기에 이기게 되면 그 다음부터 그 사람은 자만에 빠지게 되죠. 그것을 잘 이겨나가는 것도 골프죠’라고 말한다. 대신 정도껏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것이 곧 자기관리라고도 말한다. 많이 따지도 않고 많이 잃지도 않게 관리를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F
프로는 ‘내기골프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딴 돈은 다 풀고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액수에 상관없이 내기에 지게 되면 기분이 좋지 않으므로
딴 사람이 명심하고 기분 좋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내기골프에 너무 빠지면 당한다 그런가 하면
내기골프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 주위에서는 흔히 ‘골프장 갔다오면 차가 그랜저로 바뀌는 사람’이 그러한데, 이들은 특정한 직업 없이 골프 실력
하나로 생계를 꾸린다. 심한 정도는 집 한 채 내기도 한다고 하니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일도 가끔 일어나는가 보다.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G사장은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밝힌다. “딱 보면 압니다. 괜히 슬쩍 둘러보고는 처음엔 조용히 치다가 라운드 가자고
회원들에게 접근해 몇 번은 잃어주다가 나중에는 크게 한 번에 따가고 그 다음부터 발길을 끊죠.” 주로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오랫동안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해 머릿속으로 스토리를 짜게 된다. 자연스럽게 접근해 몇 번에 걸쳐 라운드로 친목까지 쌓을 정도니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고 한다. 서로의 동의 하에 한 내기니 크게 당해도 신고도 못하고 끙끙 앓을 수밖에 방도가 없다. 그러니 전국적으로 그
피해는 산출하기에도 엄청난 금액이고, 산출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 사람을 잡는다는 엄두도 못 낸다. 혹자의 얘기를 듣자니, 그런 사람들은
왠만해선 알아볼 수가 없고, 연습장 전체적으로 친분을 두텁게 쌓아놓는 것이 대부분이니 의심을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 정도라고
한다. 재미로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승부욕을 불사르다가는 집안을 말아먹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자.
내기골프로 돈 번 공무원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청의 공무원인 조모 과장(48·사무관)이 3,800만원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공무원은 뇌물수수 방법이 기가 차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뇌물이 아닌 내기골프로 번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던 것. 그는 검찰 조사에서 1억
3천여 만원이 든 차명계좌가 드러나자 그렇게 진술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직책과 그가 라운드 한 상대들을 보면 그의 이런 주장이 얼마나 영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시청에서 건축 인·허가와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었고 그가 골프를 함께 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건설업체와
설계·감리사들이었다. 수사를 맡은 강지식 검사는 “이는 분명 내기골프를 빙자한 뇌물수수다. 조모 과장의 골프 상대가 건설업체 임직원들과
관계자들로 순수한 내기골프로 볼 수가 없다. 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어떻게 자신의 사업에 관련한 인·허가권을 쥔 공무원에게 내기골프로 돈을 딸
생각을 할 수 있겠냐”며 “조씨가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건축 인허가를 기한 내에 처리하지 않는 등 방치함으로써 뇌물을 주도록
적극 유도했다”라고 말했다.
근소한 차로 미련 갖게 유혹 평소 골프에 대한 일가견을 가진 K.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내기골프에서도 이길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나야 내기골프에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자신이 버벅거리면서 상대방에게
내기골프를 청했다간 지고 말 것이다. K는 상대방과 스크래치로 붙었다. 물론 초반에는 실수를 하면서 상대에 대한 탐색전을 한다. 상대의 실력을
파악한 뒤부터는 자신의 트릭이 들어간다. 몇 라운드가 예상된다면 첫 라운드에선 근소한 차로 져준다 그러면서 미끼를 당기는 것이다. 상대방은 그
유혹에 넘어가 또 내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또 어쩔 때는 첫라운드 때 한 두 차이로 이겨버린다. 물론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법. 고의성이
엿보이면 실패작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미련의 근을 놓지 못해 오기로 달려든다 그렇게 지속되면서 야금야금 돈을 빼먹는 것이다. K는 상대에 따라
실력을 맞추는 고무줄핸디캡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많은 타수로 이기면 내기가 되지 않으니까 1∼2타 차로 이기거나 져서 상대방이 미련을
갖고 포기하지 않도록 해 나중엔 왕창 돈을 욹어먹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 결국 발각되어 구속됐던 사례도 있었다.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약발이
필요해?! 이곳은 N골프장. 재계에서도 알아준다는 A회장과 B회장의 라운드가 부킹돼 있다. 둘은 협력관계이자
라이벌이라 골프를 칠 때에도 겉으론 봐주는 척 여유부리지만 속으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한 홀 한 홀
라이벌을 이겨먹는 재미 때문에 매번 내기골프를 친다. 그런데 오늘 B회장이 이상하다. 드라이버가 훅이 나더니 평소보다
플레이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회장님,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 잘 안 되세요?” “아, 그러게 말이야. 집중이
잘 안 되네∼ 어제 잠도 푹 잤는데 말야. 이번 내기에서 이겨야 되는데.” 이후로도 B회장의 공은 잘 안 맞아 결국 A회장이
완승했다. 한 참 후, 나는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됐다. 라이벌에게 지기 싫은 A회장이 직원을 매수했다는 사실이었다. 음료수에
몽롱해지는 약을 넣었다고 한다. 절대 밖으로 나가선 안 되는 얘기다. ‘그래서 그 회장님이 집중이 잘 안 된다고….’ 그래도
80타는 치셨으니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얼마나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으면 약발이 안 들었나 보다. 내일 그 회장님들의
라운드가 있다. 이번에는 그 분들의 정정당당한 승부를 위해 내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겠다.
대출 받아 내기해 집에서 쫓겨나 연예인 A씨가 80년대 초 저명인사들과의
라운드 때다. A씨는 머리를 올리러 갔을 때인데 장관 B씨가 라운드 중 엄청난 내기골프를 제안했다.“A씨 볼 잘 치시네∼ 나랑 내기 하나
합시다. 내가 골프를 시작하고 3개월만에 80타를 깼어요. A씨도 나만큼 치겠네. 근데 말이지 골프는 내기를 해야지 실력이 빨리 늘어 어때
스코어도 줄이고 나랑 내기할까?”라고 B장관이 A씨에게 제안했다. “3개월 후 80타를 깨면 내가 아파트를 한 채 사주리다. 그렇다고 A씨가
80타를 깨지 못한다해서 내가 집을 한 채 받을 수는 없고 내기는 내기니 근사한 저녁이나 한끼 사시오”B장관의 제안에 A씨는 솔깃해졌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A씨는 “네 합시다. B장관님 그 말을 번복하지나 마십시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고, 당장
집으로 간 A씨는‘골프연습장 이용권부터 사고 프로도 구해 레슨도 받고 매일 라운드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내에게 말을 하려니 차마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내에게 내기를 해서 연습을 해야 하니 돈을 달라고…”그럴 순 없었다. “그래 열심히 연습해서 아파트를 한 채
안겨주면서 상황얘기를 해야지”A씨는 상상을 했다. 좋아하는 아내의 얼굴을 생각하며 대출을 받기로 결심하고 집문서를 가지고 은행으로 가 80년대
당시 천만원을 대출 받았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나중에 곱절로 그래 곱절이 뭐야 아파트가 한 채인데…”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3개월 뒤로 미루고 열심히 연습에만 매진하기로 했다. 연예활동을 해서 3개월만에 어떻게 아파트 한 채를 살수 있단 말인가…. 그래 열심히
연습해서 싱글이 되는 쪽이 A씨에게는 더 쉬운 일이었다. 대출 받은 천만원으로 A씨는 일주일에 3번씩 필드를 나가고 헤드프로에게 티칭을
받으며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 길고도 짧은 3개월이지나 운명의 날이 돌아왔고 A씨는 비장한 마음으로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A씨 쫌 늘었습니까?”B장관의 말에 A씨는 “장관님 아파트는 전망 좋은 곳으로 주십시오”라며 경쾌한 타음으로 가볍게 티샷을 했다.
“굿∼샷”이 멀리서 메아리쳐 되돌아와 A씨의 사기를 북돋았다. 아웃코스를 돌고 그늘 집에 앉아 B장관이 “A씨 정말 많이 늘었는데요 내가 섣불리
너무 과한 내기를 했나?”고 후회 섞긴 말을 하자. B씨가 “장부일언 중천금”이라고 B장관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고 인코스로 나가자 이게
왠일인가? A씨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세 번째 홀에서 OB가 나가 그 다음부터는 컨트롤이 스스로 되지 않는 듯 실수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라운드를 마치고 스코어카드를 확인했다. 이런이런 세상에 이런 일이!! 어찌 이런 일이!!! A씨가 81타를 친
것이다. 이것 참 뭐라고 해야할지…. 동반자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A씨는 죽상을 하고 있는데 동반자중 한 명이 “근데 실력이
상당하네요, 얼마나 연습하셨어요?”라며 웃자, A씨의 머릿속에는 온통 아내의 화난 인상만이 떠올랐다. “대단해∼ 대단해”동반자들의 칭찬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A씨는 대출 건에 관해서 어떻게 아내에게 말을 해야할지, 절벽에 서있을 때 심정이 이런 거구나 깜깜하기만 했다. A씨는 뒤풀이
19홀도 가지 않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보 실은 내가 B장관과 함께 내기를 했는데… 그래서 밑져봐야
본전이잖아 그래서 내가 실은 대출을 받아서…”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말없이 하드케이스를 꺼내더니 짐을 싸고 있었다. “여보
여보…”A씨의 아내는 말없이 남편의 짐을 다 꾸리고는 대문 밖으로 가방을 내다 놓았다. “당신 마음대로 살아요.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단 한마디만 내쏘고서는 아내는 대문을 닫아버렸다.
대재벌의 내기골프 고 이병철 삼성회장은 항상 내기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그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주일에 세 번 안양베네스트 골프장에서 수, 금, 일요일마다 라운드를 했다. 이 회장은 당시 국무총리,
대법원장, 국회부의장, 변호사, 경기도지사 등 각계고위 인사들의 골프모임인‘수요회’에서 플레이를 즐겼는데 그는 플레이 때마다 반드시 타당
천원짜리 내기를 즐겼다고 한다. 그가 내기골프를 즐긴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대충 적당히 하는 골프가 아닌 플레이의 묘미를 돋우면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 골프를 하기 위한 것”이었단다. 플레이에서 단돈 몇 천원이라도 따는 날이면 얼굴 한가득 웃음을 머금고 기뻐했다고
한다. 당대 수백억대의 대한민국 최고 부호가 말이다. 그는 이미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돈을 버는지 골프는 어떻게 쳐야 재미있게 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기에 변질된 우정 C와 D는 소위 말하는 불알
친구. 시간이 지나 어느덧 30대 초반의 그들은 각자 사는 게 바빠 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어 갔다. 그 사실이 못내 아쉬운 C는 D가 골프를
친다는 사실을 알고, 골프로 다시 우정을 돈독해지길 바랬다. “어∼ 우리 언제 한 번 봐야지! 너 골프 친다고 했지? 마침 부킹해 놓은
걸 취소할까 했는데 같이 가자.” 그동안 닦은 실력도 보여주고자 D는 흔쾌히 동의했고 둘은 골프장에서 만났다. 1홀을 돌고, 2홀을
돌고…. “이야∼ 너 왜 그리 바빴나 했더니 골프 실력이 상당한데? 한 수 가르쳐 줘라.” “너도 잘 하는데 뭘, 간만에 이렇게 보는
것도 좋다. 자주 나오자!” 공교롭게 둘은 구력도 비슷했고, 실력도 비슷해 더욱 재밌는 라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점심 내기를 한
것은 당연했다. 17홀쯤 C는 티샷한 공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킨데 반해, D의 공은 무성한 러프에 빠지고 말았다. “아….” 그런데
D의 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벌타를 먹고 새로 쳐야 하는데, 비등한 스코어로 오다가 벌타를 받기 싫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같이 찾아보자.” 한 참을 뒤져보아도 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순간, C의 눈에 D의 공이 띄였다. 욕심이 생긴 C는 선뜻 D에게
말하지 못하고 고민한다. 초조하게 볼을 찾고 있는 D를 보며, 생각하며…. ‘이 볼만 아니면 내가 이기는 건데…’라고 생각하며 발로 볼을
꾸욱 눌러 밟고 말았다. 그런데! “볼 찾았다, 여기!” C가 눌러 밟은 공은 분명 D의 공이었다. 그런데 못 찾아야할 D의 공이
생겼다. “어, 그래 잘 됐다. 그럼 빨리 쳐.” 그렇게 마지막까지 홀아웃을 하고 내기에는 C가 이기게 됐다. 그렇지만 C는 내내
찝찝하다. ‘오랜만에 본 불알친구가 날 속였다’. 자신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D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둘은 비겁한 승부욕으로 인해 우정에 금이 갔다.
내기를 조절하는 것도 능력 F 프로는 연습장을 경영하는 티칭 프로다.
실력도 수준급이라 회원들과 라운드에 자주 가게 된다. F 프로는 “보통 내기골프를 치게 되죠. 작게도 하고, 크게도 하고. 내기가 없으면 재미가
없거든요”하고 실토한다.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내기골프를 지양하고 있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 내기를 하지 않는 골퍼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F 프로는 ‘타당 만원이 보통’이라며 ‘내기를 해야 실력도 늡니다. 내기에 지게 되면 오자마자 다음에 이기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죠. 내기에 이기게 되면 그 다음부터 그 사람은 자만에 빠지게 되죠. 그것을 잘 이겨나가는 것도 골프죠’라고 말한다. 대신 정도껏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그것이 곧 자기관리라고도 말한다. 많이 따지도 않고 많이 잃지도 않게 관리를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 F
프로는 ‘내기골프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딴 돈은 다 풀고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액수에 상관없이 내기에 지게 되면 기분이 좋지 않으므로
딴 사람이 명심하고 기분 좋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내기골프에 너무 빠지면 당한다 그런가 하면
내기골프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다. 주위에서는 흔히 ‘골프장 갔다오면 차가 그랜저로 바뀌는 사람’이 그러한데, 이들은 특정한 직업 없이 골프 실력
하나로 생계를 꾸린다. 심한 정도는 집 한 채 내기도 한다고 하니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일도 가끔 일어나는가 보다.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는 G사장은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밝힌다. “딱 보면 압니다. 괜히 슬쩍 둘러보고는 처음엔 조용히 치다가 라운드 가자고
회원들에게 접근해 몇 번은 잃어주다가 나중에는 크게 한 번에 따가고 그 다음부터 발길을 끊죠.” 주로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오랫동안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해 머릿속으로 스토리를 짜게 된다. 자연스럽게 접근해 몇 번에 걸쳐 라운드로 친목까지 쌓을 정도니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고 한다. 서로의 동의 하에 한 내기니 크게 당해도 신고도 못하고 끙끙 앓을 수밖에 방도가 없다. 그러니 전국적으로 그
피해는 산출하기에도 엄청난 금액이고, 산출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 사람을 잡는다는 엄두도 못 낸다. 혹자의 얘기를 듣자니, 그런 사람들은
왠만해선 알아볼 수가 없고, 연습장 전체적으로 친분을 두텁게 쌓아놓는 것이 대부분이니 의심을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 정도라고
한다. 재미로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승부욕을 불사르다가는 집안을 말아먹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자.
내기골프로 돈 번 공무원 지난해
12월, 경기도 고양시청의 공무원인 조모 과장(48·사무관)이 3,800만원을 받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공무원은 뇌물수수 방법이 기가 차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뇌물이 아닌 내기골프로 번 돈”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던 것. 그는 검찰 조사에서 1억
3천여 만원이 든 차명계좌가 드러나자 그렇게 진술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직책과 그가 라운드 한 상대들을 보면 그의 이런 주장이 얼마나 영악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는 시청에서 건축 인·허가와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었고 그가 골프를 함께 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건설업체와
설계·감리사들이었다. 수사를 맡은 강지식 검사는 “이는 분명 내기골프를 빙자한 뇌물수수다. 조모 과장의 골프 상대가 건설업체 임직원들과
관계자들로 순수한 내기골프로 볼 수가 없다. 제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어떻게 자신의 사업에 관련한 인·허가권을 쥔 공무원에게 내기골프로 돈을 딸
생각을 할 수 있겠냐”며 “조씨가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건축 인허가를 기한 내에 처리하지 않는 등 방치함으로써 뇌물을 주도록
적극 유도했다”라고 말했다.
근소한 차로 미련 갖게 유혹 평소 골프에 대한 일가견을 가진 K.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내기골프에서도 이길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나야 내기골프에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자신이 버벅거리면서 상대방에게
내기골프를 청했다간 지고 말 것이다. K는 상대방과 스크래치로 붙었다. 물론 초반에는 실수를 하면서 상대에 대한 탐색전을 한다. 상대의 실력을
파악한 뒤부터는 자신의 트릭이 들어간다. 몇 라운드가 예상된다면 첫 라운드에선 근소한 차로 져준다 그러면서 미끼를 당기는 것이다. 상대방은 그
유혹에 넘어가 또 내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또 어쩔 때는 첫라운드 때 한 두 차이로 이겨버린다. 물론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법. 고의성이
엿보이면 실패작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미련의 근을 놓지 못해 오기로 달려든다 그렇게 지속되면서 야금야금 돈을 빼먹는 것이다. K는 상대에 따라
실력을 맞추는 고무줄핸디캡을 갖고 있다. 처음부터 많은 타수로 이기면 내기가 되지 않으니까 1∼2타 차로 이기거나 져서 상대방이 미련을
갖고 포기하지 않도록 해 나중엔 왕창 돈을 욹어먹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다 결국 발각되어 구속됐던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