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 날,,, 벌써 달력 한장이 스프링고리 뒤로 사라지며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구리~판교 간 고속도로에서 경부 고속도로로 길를 바꾼 우리는 안성에서 다시 안성~평택 간
고속로를 거쳐 서해안 고속도로를 얼마간을 달려 행담도 휴계소에서 굴칼국수 한그릇으로
허기를 메우고, 차는 어느 덧 서산 시내를 지나 서산시 부석면 부석사에 다다른다,,,
전통 사찰음식 전래로 유명한 부석사는 경북 영주 소재의 부석사와 사찰名도 같고 사찰의
유래도 '돌이 떠있다'는 유사함을 지니고 있는 사찰로 때마침 점심 공양 시간이라 부석사 공양간의
참맛도 볼 수 있었다,,,여느 사찰과는 다르게 예닐곱 가지의 간이 딱~ 맞는 맛깔난 반찬으로
점심 공양을 마치고 간월암 옆 방파제에 "키티"의 고삐를 매어두고, 간월암으로 발길을 옮긴다,,,
서산 간척공사로 인하여 섬 이였던 간월도는 육지가 되어 버리고, 그나마 섬안의 섬이였던
간월암만이 하루 두번씩 중생들에게 바닷길을 열어주신다,,,바닷물에 잠겨있던 바닥이 세상으로
모습을 들어내면 작은 암자는 속세인의 물결로 넘쳐난다,,,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암자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파 물길을 끌어 들이지만 그것도 잠시, 두어평 남직한 스치로폴 땟목을 타고
암자로 들어오는 속세인을 감당할 길이 없는 간월암은 그냥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만 있다,,,간월암(看月庵)이 달을 보며 하루의 노고를 달래 볼때 까지,,,
방파제에 서서 물이 차오르는 간월암을 바라보며 한평의 땅이라도 넓여 보려는 인간의 욕심에
반하여 자연의 순리를 그대로 따르고자 하는 저 작은 암자가 달마의 뒷모습 처럼 신비롭게만
느껴짐은 내 아직 달마의 禪觀을 제대로 알지 못함일 것이다,,,달마의 앞모습을 보며 그게 나의
모습임을 깨우칠 그날이 오려나 오지 안으려나!!!!
남북으러 길게 늘어진 안면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여러 백사장을 둘러보고 꽃지해수욕장 백사장
에서 썰물 때 할미마위 할배바위까지 나가서 따 온 굴과 해삼에 멍게를 곁드려 겨울 해변가에서의
바닷맛을 음미해 본다,,,안면도 남쪽 끝 영목항에서 바삐 떠나는 연안 여객선에 무작정 몸을 실은
집사람과 나는 텅 빈 여객선 여기저기를 마치 제 집인냥 활보하며 겨울 바다 특유의 내음에 취해도
본다,,,혼자 남겨진 애마 "키티'는 배멀미라도 하는 듯이 더 하얗게 질려있고, 대천항으로 가는
뱃머리엔 찬 바닷 바람 만이 마중을 나온다,,,배 후미로 삼단 같은 머리를 풀어 헤치며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포말의 각도가 넓어지고 겨울의 파란 창공으로 흩어지는 엔진에서 내뿜는 연기의 각도가
수직에 가까워 질때 저 멀리 대천항의 모습이 노을 빛에 곱게 물들어 간다,,,
한곳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인 비인만의 마량포구로 차는 달려가고
가던중 무창포해수욕장의 이정표가 거대한 지남철 처럼 나를 끌어 당긴다,,,35년쯤 전,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겁없이 떠나온 이곳 무창포를 반백의 나이에 다시 찾아 온다,,,주마등 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옛 추억을 검푸른 바다물에 희석시키고 도착한 춘장대엔 이젠 어둠과 파도 소리
만이 우릴 반긴다,,,
어둠을 벗 삼아, 바람을 벗 삼아 달리는 차창 밖으로 거대한 서천 화력발전소의 위용이 들어난다
마치 세렝게티 평원의 어둠 속에서 으르렁데는 숫사자의 포호 처럼 웅웅거리는 발전소 터빈 소리는
나의 영역에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의 포호소리로 느켜진다,,, 그 경고를 무시하고 발전소 벽을 따라
도착한 동백정 주차장엔 가로등만이 홀로 졸고있고 세쌍의 부부 여행객이 지키는이 없는 요금소를
지나 저만치에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있다,,,카메라 후레쉬의 번쩍임에 찰라 처럼 지나가는
동백정의 모습은 어두운 공간과 나의 망막에 잔상으로 남겨진다,,,
C字를 엎어 놓은 모양의 가장 끄트머리,,,마량포구 방파제 그중에서도 제일 끝,,,불을 밝힌 어선을
배경으로 집사람과 나는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오늘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보름이 이틀 지났것만 여전히 둥근 달은, 곤륜산 옥을 쪼아 만든 옥빗을 밤하늘에 던져버린 황진이의
반달을 잠시 밀어내고 저리도 흥에겨워 두둥실 떠있고,,,달빛은 가끔씩 몰려드는 밤안개를 비집고 들어와선
月光소나타의 피아노 선율을 귓가에 묻혀놓고 나몰라라 제 온 곳으로 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