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강림 대축일 강론>(5.28.일)
1. 오늘 성령강림 대축일을 맞아, 성령의 은혜가 여러분에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성령강림 이후에 사도들이 본격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오늘을 “교회의 생일”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기도 전후에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고 말하며 성호경을 긋습니다. 그런데 성부는 창조주 하느님을, 성자는 예수님을 가리킨다고 알지만, 성령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옛날에는 ‘성신’이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성령세미나, 성령쇄신운동 등을 통해 ‘성령’이란 표현을 듣게 되었고, 새 성서에도 ‘성령’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성신’과 ‘성령’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분입니다. 하지만 ‘성령’으로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성령은 바람, 불혀, 입김, 물, 비둘기 등으로 성서에 표현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점입니다. 또 성령은 우리를 인도해주시는 협조자이고 위로자이십니다. 우리가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어제 제대회원들이 하루종일 다육이 재상품화 하려고 수고했는데 이렇게 본당활성화를 위해 일하고 싶은 것, 잘못을 저지른 후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은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증거입니다.
2. 성령의 역할에 대해 일깨워주는 실화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1988년 12월 7일, 터키 옆에 위치한 작은 나라 아르메니아에 진도 7.2의 끔찍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 때문에 아르메니아는 치명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초등학교 건물도 지진에 무너졌고, 학생들도 모두 파묻히고 말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한 아버지가 아들을 구하려고 학교로 달려왔습니다. 그는 잔해로 뒤덮인 건물 앞에 망연하게 서 있다가 언젠가 아들에게 했던 약속을 기억했습니다.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빠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는 주저하지 않고 거의 희망이 없어 보이는 수색을 시작했고, 어린 아들이 공부하던 교실이 무너져 있는 곳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무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파헤친 지 38시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가 어느 파편을 옆으로 치울 때,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순간, 그는 아들의 이름을 크게 몇 번 불렀습니다.
그러자 아들의 말이 들렸습니다. “아빠, 나 여기 있어!” 아들의 말이 계속되었습니다. “아빠, 내가 다른 애들에게 계속 말했어. 우리 아빠가 살아 있다면 우리를 구해줄 거라고. 아빠가 약속했잖아.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있는 곳엔 언제나 아빠가 있을 거라고. 그래서 아빠가 우리를 여기서 꺼내줄 거니까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어.”
그와 마찬가지로 하느님 아버지도 우리에게 이렇게 약속하셨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언제나 너를 위해 그곳에 있을 것이다.” 하느님이 이렇게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구해주시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에, 주님께 대한 믿음을 더 굳건하게 가져야겠습니다.
3. 몇 가지 질문하겠습니다. 해당되는 사항이 있으면 손들면 됩니다.
“지옥(地獄)에 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세요.”
“그러면 천국에 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천국이 좋은가 봅니다. 그러면 지금 천국에 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세요.”
“아무래도 천국보다 지금이 더 낫다는 말이네요. 그러니 지금 행복하게 잘 삽시다.”
어쩌면 천국보다 나은 곳이 바로 지금입니다. 지금 병 중에 있고, 임종을 앞두고 있다면 하루빨리 천국에 가고 싶겠지만, 세상에서의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도 저세상보다 낫다는 겁니다. 어차피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면 불평불만 말고,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불평불만이 많으면 지금 이곳이 지옥이고, 감사하는 마음이 많으면 그곳이 천국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가 있는 데서 기쁘게 잘 살면 그곳이 천국이고, 괴롭고 힘들게 살면 그곳이 지옥이라는 뜻입니다. 이 세상에서 엉망으로 살면서 천국만 찾지 말고, 기쁘게 잘 살면서 이곳을 천국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
4. 어떤 신부님의 사순특강이 있었는데, 특강이 끝난 후, 큰 감동을 받은 신자가 신부님을 찾아가서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 신부님은 성령이 충만한데, 자기에게는 신앙생활이 아무런 감흥이 없고, 성령의 힘을 느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신부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자매님 댁에 아주 유명한 스포츠 스타,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가 왔다고 생각해봅시다. 아주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극진하게 대접할 겁니다. 맛있는 음식도 준비하고, 집도 깨끗이 청소하겠지만 음식을 함께 나누고 얘기하고, 차를 마셔도 자매님이 기대하는 김연아 선수의 최고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김연아 선수의 최고 모습을 보려면 스케이트장에 가야 합니다. 자매님은 성령의 힘을 느끼길 원한다고 했죠? 그렇다면 성령이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가셔야 합니다. 성령은 예수님 계신 곳에 함께 계십니다. 예수님은 약하고 작고 가난하고 외면당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그곳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가면 성령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를 천국의 길로 이끌어주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성령이 눈에 안 보인다고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눈에 안 보이는 공기 덕분에 숨 쉴 수 있고, 하느님이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시는 덕분에 숨 쉴 수 있는 것처럼, 성령 덕분에 올바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7가지 은혜는 슬기, 통달, 의견, 굳셈, 지식, 효경, 두려워함이고,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23) 여러분이 뽑은 성령칠은을 잘 성장시킬 수 있도록 애쓰면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갈라 5,25)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