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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산(玄城山, 거무산, 960m)
暮從碧山下(저물녘에 푸른 산에서 내려오는데)
山月隨人歸(산속의 달이 나를 따라 오네)
卻顧所來徑(문득 지나온 길 돌아보니)
蒼蒼橫翠微(푸르고 푸른 안개 산허리를 둘렀네)
--- 이백(李白, 701~762), 「종남산을 내려와 곡사산인의 집에 들러 밤새워 술을 마시며(下終
南山過斛斯山人宿置酒)」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2월 4일(토), 오전에는 흐리고 강풍, 오후에는 갬
▶ 산행인원 : 13명
▶ 산행시간 : 10시간 47분(휴식, 중식과 이동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4.8㎞(1부 10.0㎞, 2부 4.8㎞)
▶ 교 통 편 : 25인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16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4 : 50 ~ 05 : 20 - 거창군 북상면 창선리(昌善里) 산수교, 산행시작
06 : 40 - 820m봉
07 : 29 - △966.8m봉
08 : 21 - 1,191m봉
09 : 11 - 주능선(1,200m 고지) 진입
09 : 40 - 금원산(金猿山, △1,352.5m)
10 : 40 - 1,144m봉, ┣자 능선 분기, 직진은 현성산 가는 길, 오른쪽 지능선으로 감
11 : 44 - 지재미 쉼터
12 : 20 ~ 13 : 11 - 금원산 자연휴양림, 미폭(米瀑), 1부 산행종료, 중식, 이동
13 : 11 - 거창군 위천면 강천리(薑川里) 거창석재 입구, 민가, 2부 산행시작
14 : 20 - 납제고개
14 : 32 - 976m봉, 영진도엽의 현성산(玄城山)
14 : 57 - 필봉(筆峰, △928.1m)
15 : 18 - 두 번째 감투바위(875m), ┣자 능선 분기, 오른쪽 덕거 방향으로 내림
15 : 52 - 707m봉(챙이바위),
16 : 07 - 2부 산행 시작지점 도착, 산행종료
17 : 05 ~ 18 : 47 - 함양 안의, 목욕, 석식
21 : 49 - 서울 강동구 상일동 도착
1. 왼쪽이 현성산, 오른쪽은 연화봉(西門家바위)
▶ 금원산(金猿山, △1,352.5m)
새벽 04시. 남덕유산 들머리인 영각사 앞 공터는 대형버스 2대에서 내린 안내산악회 등산객
들로 부산하다. 도로 제설은 여기까지다. 우리 차가 남령을 넘을 수 있을까? 남령 가는 길은
눈밭이다. 더구나 눈발까지 흩날린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현성산 들머리인 북상면 창선리는
저 남령 넘으면 바로인데 ….
되돌아간다. 함양 안의로 빙 돌아서 위천(渭川) 지나 북상으로 가야한다. 시내나 들녘에는 눈
구경하기가 어려운데 산골로 들어가면 월백 설백 천지백(月白 雪白 天地白)이다. 04시 50분.
주은자연휴양림 가기 전 37번 국도 산수교 앞이다. 산수교는 재설하려는지 임시 가교다. 기
상! 도착하자마자 산행채비 갖춘다. 식사는 각자 알아서 요령껏 해결한다.
임시 가교 건너고 위천 지류로 다가간다. 수심이 깊고 위험하니 수영이나 물놀이를 하지 말라
는 경고문을 붙여놓았다. 지류를 건넌다. 지류는 꽁꽁 얼었다. 눈이 살짝 덮여있어 자칫하면
꽈당 하고 넘어진다. 너덜지대 잠깐 지나고 산기슭 덤불 숲 뚫는다. 곧 산죽 성긴 사면으로 이
어진다. 상당히 가파르다.
사면은 점차 살이 붙어 옅은 능선으로 변한다. 바람이 아까부터 세게 분다. 거대한 해일이 이
는 듯 쏴 하고 거듭 밀려온다. 산이라도 뽑을 것 같은 기세로 나뭇가지 끝 훑는 그 굉음에 지
레 납작하니 엎드린다. 숲 사이로 하늘이 열린 틈인 줄 알았다. 석주가 흰 촛대모양의 큰 바위
다. 이 세찬 바람에 감히 홀로 맞선 장한 모습이다.
바위 오른쪽 밑을 돌아 오른다. 무덤 나오고 산죽은 사라졌다. 나지막한 봉우리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인다. 820m봉까지 넘어야 할 봉우리는 7개나 된다. 어둠 속 한 발자국의 시행착오
도 없이 일로(一路) 전진한다. 암릉이 나온다. 짧은 리지다. 선두가 직등 하느라 주춤하는 사
이 오른쪽 사면 지른 내가 선두가 된다. 리지에서 낙족불입(落足不入) 이는 가은 님 뿐이다.
820m봉을 넘고 헤드램프 소등한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바람에 휘둘려 바쁘다. 끝이 보이
지 않는 설벽이 나온다. 거의 수직사면으로 고도 100m다. 심호흡하고 덤빈다. 습설이라 앞사
람 발자국 따르기보다는 새로이 발자국 찍는 것이 낫다. 산개하여 오른다. 이 비탈 사면에 쓸
려 내리기라도 하면 내 걸릴 나무를 미리 보아두고 오른다.
2. 설사면 등로, 맨 뒤는 산그림애 님
2-1. 등로
3. 앞은 가은 님, 뒤의 웃는 얼굴 보이는 이는 하늘재, 하늘재 님은 아마 설악산이 아닌 산은
시시한가 보다.
4. 맨 뒤는 해마 님, 그 앞은 자연 님
5. 앞은 대간거사 님, 눈의 깊이는 대간거사 님의 스틱으로도 알 수 있다. 오른쪽은 백작 님
6. 금원산 주능선 진입
7. 금원산 가는 길
8. 금원산 정상
9. 제임스 님
능선에 서면 바람이 매섭게 몰이한다. △966.8m봉. 인식표가 있지만 삼각점을 눈 쓸어 기어
이 판독하고야 만다. 거창 401, 1981, 재설. 약간 내렸다가 길게 오른다. 능선에는 바람에 쓸
린 눈이 커니스(cornice) 모양으로 쌓여있어 지나기 아주 고약하다. 이런 데는 눈이 허벅지까
지 찬다. 섣불리 앞으로 나아가려다 발이 빠지지 않아 그대로 엎어진다.
그런 능선을 피해 사면으로 가자해도 눈이 만만치 않거니와 잡목이 울창하여 이중고를 겪어
야 한다. 1,191m봉 오르고 나뭇가지에는 상고대가 움트기 시작한다. 수망령에서 오르는 주능
선도 조용하다. 우리가 눈길 새길 낸다. 눈이 깊다. 관목 숲 위로 머리 내밀어도 사방이 침침
하다. 여느 때는 황석산, 거망산, 월봉산, 남덕유산이 파노라마로 찬란한 조망인데 오늘은 지
척도 캄캄하다.
금원산 정상. 정상 표지석 주위에서 잠시 서성이다 물러난다. 일단 현성산 쪽으로 방향 잡는
다. 산행표지기가 안내하는 등로가 별 소용없다. 눈 또한 등로 따라 무더기로 모여 있어서다.
바람 피할 쉴 곳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능선의 커니스를 돌파하여 사면에 웅크린다. 나는 엊그
제 어금니 임프란트 골조공사를 한 터라 한산 소곡주도 못 마시니 메아리 님의 특제 과메기
맛을 모르겠다.
암릉을 우회하여 쭉쭉 내리고 1,144m봉이다. 이대로 현성산을 넘기에는 가망 없다. 점심 먹
고 나서 현성산을 오르기로 하고 주등로 벗어나 오른쪽 지능선으로 빠진다. 간벌한 산죽 숲이
라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능선 갈아타고 임도로 내려선다. 산굽이 도는 임도 버리고 생
사면 치고 내린다. 지재미골이다. 지장암(地藏庵)이 있던 골짜기라는 뜻이라며 지잠동(芝岑
洞)이라고도 한다.
‘지재미 쉼터’라는 허름한 집을 지난다. 백구 두 마리가 사람이 그리운지 멀뚱히 바라보다 이
내 꼬리 흔든다. 콘크리트 포장한 대로가 나온다.
가섭암지 마애삼존석불이 대로에서 50m 떨어져 있다. 보물 제530호라고 한다. 그래서 보러
간다. 거대한 바위 사이 계단 오르면 석굴이 나오고 동쪽 석벽에 불상을 새겨놓았다. 고려 때
의 일. 중앙은 아미타여래, 오른쪽은 관음보살, 왼쪽은 지장보살로 보인다고 한다.
문(門)바위가 바로 앞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바위로 가장 크다고 한다. 거무튀튀한 것이
웅장하다. 문바위 지나고 얼음계곡, 얼음 산, 얼음조각, 얼음성, 얼음 썰매장 등이 모여 있는
얼음공원이 나온다. 금원산 자연휴양림이다. 가족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다. 입장료는 어
른 1인당 1,000원. 매표소를 지난다.
우리 차는 미폭(米瀑) 앞에 와 있다. 와폭인 미폭은 얼음으로 덮여있다. 미폭 아래 양지바른
무덤가 잔디밭에다 점심자리 편다. 망자(亡者)에게도 술과 밥을 권한다.
11. 가섭암지(迦葉庵址) 마애삼존불상 알현하러 가는 길
12. 가섭암지 마애삼존불상(보물 제530호), 중앙은 아미타여래, 오른쪽은 관음보살, 왼쪽은
지장보살로 보인다고 한다.
13. 문바위, 수천 년 세월동안 호신암(護身岩), 가섭암(迦葉岩), 금달암(金達岩), 두문암(杜門
岩), 지우암(知雨岩), 기도암(祈禱岩), 용의 여의주 등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한다.
14. 금원산 자연휴양림, 얼음궁전
15. 금원산 자연휴양림, 얼음 작품
16. 금원산 산릉, 현성산 가는 길에서
▶ 영진도엽의 현성산(玄城山, 976m), 필봉(筆峰, △928.1m)
이 미폭에서도 현성산을 오른다. 산행표지기가 즐비하니 그리로 안내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뻔한 길을 따르기에는 조금 멋쩍다. 현성산 동쪽 사면으로 이동한다. 지도에 ‘거창석재’라고
나와 있는 산골짜기 깊숙이 들어간다. 거창석재는 지도에만 있는가 보다. 석재 실어 나르던
도로는 멀쩡하다. 민가 한 채가 나오고 눈 쌓인 가파른 도로라 차는 더 갈 수 없다.
민가 주인이 반긴다. 우리가 현성산을 간다고 하자 등로를 자세히 안내한다. 다만 이리로는
길이 없어 갈 수 없다고 말린다. 그래도 한사코 가겠다고 하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걱정
스런 표정이다. 가다가 정 못 가겠으면 돌아오겠다고 하여 민가 주인을 안심시킨다. 2부 산행
인원 6명. 과반수가 빠진다. 금원산 오르면서 러셀 하느라 너무 힘을 쓴 탓이다.
20분간을 도로 따라 오르고 왼쪽의 산골짝 소로로 든다. 여기가 대체 어디쯤일까? 산등성이
오르면서 수시로 지도를 수정한다. 슬랩이 나와 긴장하였으나 그뿐, 숲길이 이어진다. 줄곧
오른다. 수직으로 가파른 설사면은 현성산 산릉의 동쪽 사면이다. 아무 인적 없다. 나뭇가지
붙들어 철봉하듯 오른다.
드디어 능선. 납제고개 위다. 암릉이 나온다. 외길이다. 앞만 보고 살금살금 긴다. 영진도엽상
의 현성산. Y자 능선 분기봉인 960m봉(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967m으로 표시되어 있
다)을 오른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을까? 이정표에 현성산은 남쪽으로 1.0㎞ 떨어
져있다. 그 전위봉은 연화봉이고, 이 눈길에 암릉 길인 거기를 갔다 오기는 무리다.
필봉으로 향한다. 필봉(筆峰)은 필봉(筆鋒)일 것. 그러나 멀리서 바라보이는 필봉은 몽당붓보
다 더 무디다. 등로의 눈은 지치기 알맞다. 줄달음하여 내린다. 슬랩 오르고 되똑한 바위, 필
봉이다. 필봉(筆鋒)의 모습이다. 정점은 서너 사람 서기 비좁다. 사방 조망이 훤하다. 남덕유
산은 아직도 박무에 가렸다. 정점 비껴 있는 삼각점은 무풍 315.
필봉 내리는 슬랩은 짜릿하다. 테라스로 살살 트래버스 하여 내린다. 이 주변의 봉우리들은
모두 큼지막한 기암의 감투를 쓰고 있다. 암릉을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우회하여 지나고 뚝
떨어진 875m봉도 감투를 썼다. ┣자 능선 분기봉인 875m봉에서 오른쪽 707m봉으로 뻗은 지
능선을 타려면 우선 골로 내려야 한다.
너른 헬기장 지나고 부드러운 솔숲 길을 한참 간다. 오른쪽으로 고개 돌리면 설산인 연화봉과
현성산이 배광(背光)으로 더욱 위압적이다. 정족(鼎足) 모양의 입석을 지나고 거대한 암군(岩
群)이 나온다. 707m봉이다. 챙이바위라고 한다. ‘챙이’는 ‘키’의 경상도 방언이다. 암문(巖門)
인 통천문을 지나고 반침니 내린다.
다시 솔숲 길이다. 오늘이 입춘. 입춘 냄새가 물씬 나는 길이다. 나는 듯 내려 정확히 2부 산
행 시작지점인 민가 앞마당이다. 얼른 하이파이브 하고 근처에 있는 수승대(搜勝臺) 구경하
러 간다.
17. 연화봉(서문가바위), 중국의 5대 복성 중 하나로 감음현(지금의 안의)을 식읍으로 받아 입
향한 서문씨(西門氏)의 전설이 얽힌 서문가(西門家)바위라고 한다
18. 필봉
19. 멀리는 금원산
20. 왼쪽이 현성산
21. 뒤가 현성산, 앞은 연화봉(서문가바위)
22. 현성산
23. 현성산 자락
24. 수승대 송림. 나는 수승대에서 볼만한 것 중 으뜸으로 강 한가운데에 있는 이 송림을 들겠
다. 이 송림만을 본다 해도 여기까지 오는 교통비는 물론 수승대 입장료 1,000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런 아름다운 송림을 보고나면 이후 기억이 날 때마다 기분이 쇄락해진다.
25. 수승대 송림
26. 수승대 거북바위. 수승대의 대표적인 명물이다. 그러나 암벽마다 빼곡히 새긴 이름 석 자
와 시구는 눈에 거슬린다. 더구나 거북등 격인 암반에 근래 쌓은 석축은 흉물이다.
첫댓글 56회 이세진선배님
와~~~ 대단합니다...
사진속 눈꽃산행 너무나 부럽습니다
제가 선배님따라 함께 다녀온 느낌입니다...
매주 멋진 사진, 산행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승대 송림은 압권입니다..가끔 소나무숲 사진을 봅니다...그 사진들 배경이 여긴가봅니다..
정말 부러운 산행,,,,,,그리고사진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