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소설을 읽거나 역사영화를 볼 때마다 내용이 얼마만큼이 사실이고 그리고 얼마만큼이 허구로 꾸며졌는가를 알아보는 버릇이 있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불란서 파리의 어느 극장무대에서 생긴 일이었다. 잠을 자는 역을 하는 배우가 잠을 잔척하고 들어 누어있어야 하는 데, 그만 잠을 자고 말았다. 다음날 신문에, 무대에서 잠을 자고 있는 배우의 연기가 좋지 않았다고 평했다. 다시 말하면 잠을 잔척하고 들어 누어있는 연기가 더 좋았었다는 것이었다. 역사소설이나 전기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생겼었던 일을 사실 그대로 적어놓는 것보다는, 허구로, 이야기를 꾸며내서 적어낸 것이 더 재미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구암 허준>을 관람하면서, 무엇이 실제(實際)이고 그리고 뭐가 허구일까 하고 구글에서 위키백과를 들쳐보았다. 많은 부분이 허구라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거짓으로 꾸며진 내용이라고 하지만, 재미있게 꾸며졌기에 흥미진지하게 관람했다.
허준은 1537년? 1539년? 혹은 1546년?에 태어났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어느 것이 맞는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1615년도에 죽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드라마 내용:
<구암 허준>은 135회에 걸려 2013년도에 문화방송에서 인기리에 상영되었다. 드라마에서는, 허준이의 아버지는 병마절도사로서 양반이었지만 어머니는 관기(官妓: 관철에 딸렸던 기생)로서 첩이었다. 허준이는 상놈의 자식이기에 과거에 시험을 볼 자격이 없었다. 그는 자라서 건달, 소위 깡패가 되었다. 투전판에서 돈을 푸(잃)게 되면, 나중에 돈을 딴 놈을 두들겨 패서 잃은 돈을 다시 찾아오기도 했었다. 마을에 병든 양반이 귀양을 왔다. 허준이가 도와주었지만 양반은 병으로 죽었다. 양반의 딸 다희하고 눈이 맞아 사랑하게 되었다. 국경을 넘나들면서 중국인들하고 밀매를 하다가 체포되었다. 아버지가 그 당시 평안도 용천군의 군수로 있었기에 아버지가 허준이를 도망시켰다. 허준이는 양반집 딸 다희하고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경상도 산음으로 피신했다.
유의태 의원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유의원 집에서 먼저 들어와서 의술을 배우고 있는 4명의 도제(徒弟)들이 있었다. 도제들이 하는 일이란 먼저 약제(藥劑)를 달이기 위한 물을 길러오는 것이었고 그리고 지리산에 가서 약초를 캐오는 것이었다. 도제들은 허준이를 미워했다. 허준이가 하는 일을 방해했다. 허준이를 괴롭혔다. 허준이가 물지게를 지고 물을 길러오면 허준이를 넘어뜨려 물통이의 물이 쏟아지게 했다. 약초를 캐러갈 때 호랑이가 있는 위험한 곳으로 가게끔 했다. 화가 잔뜩 난 허준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4명의 도제들을 주먹으로 치고, 때리고, 발로 차서 보복을 했다.
유의태 의원이 허준이의 난폭한 행동을 목격했다. 유의원의 아내, 오씨는 허준이를 쫓아내야 한다고 우겨댔다. 하지만, 유의원은, “옛날 중국 땅에 장유라는 건달패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싸움에 이골이 난 장유가, 싸우는 그 재주로 의술을 배웠단다. 그리고 천하에 명의가 되었다. 네 놈도 의원을 만들지 않으면 재주를 잘못 써 사람이나 죽이고 살겠구나.” 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는 허준이로 하여금 유의원 집에서 계속 의술을 배우게끔 했다. 아무도 허준이를 도와주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예진이라는 의녀는 조용하게 허준이를 도와주었다. 허준이에게 책을 주면서 읽어보라고도 했다.
유의원은 가난한 환자들에게는 무료로 치료해주고 돌보아주는 심의(心醫)였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 오씨는 달랐다. 오씨는 남편이 돈을 잘 벌지 못한다고 화를 냈고, 그리고 일꾼들에게 치료비를 내지 못하는 가난한 병자들을 내쫓아내버리게 했다. 가난한 환자를 내쫓고 있는 것을 본 유의원은 왠일이냐고 물었다. 유의원은, “병자를 위해 목숨까지 거는 게 의원의 도리거든 중환자를 버리라고 내 그리 가르쳤느냐? 이 환자를 어서 빨리 병사로 옮겨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치료해주었다. 그래서 수많은 환자들이 유의원한테 치료받기 위해 모여들었다.
유의원한테 치료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어떤 환자는 치료를 빨리 받게끔 순서를 앞당겨달라고 허준이에게 뒷돈을 주었다.
허준이는 거절했다. 환자는 그래도 뒷돈을 허준이의 손에 집어주면서 앞당겨달라고 우겨대고 허준이는 안 된다고 거절을 하면서 승강이질을 하고 있던 차 유의원이 웬일이냐고 물었다. 허준이를 미워하는 일꾼 도제들이 유의원에게 허준이가 환자들에게 뒷돈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거짓 증언을 해주었다. 물론 허준이는 그게 아니라고 변명을 했었지만, 유의원은 허준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
유의원은, “너 같은 놈들을 내가 잘 알고 있지. 그따위 안이한 생각으로 여기서 몇 년간 굴러먹다가 그저 의원이랍시고 병자의 생명을 미끼로 돈푼이나 끌어보자는 수작이겠지. 생명의 귀함을 모르는 바에는 아예 장사치가 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무지한 장사치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네놈은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자격이 없다.”고 말을 하고서는 허준이를 쫓아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허준이는 빌고 또 빌었다. 약초 캐는 일에서 다시 물을 퍼다 나르는 일꾼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허준이는 낮에는 유의원 집에서 약초를 달이는 물을 갖다 날랐다. 그리고 밤이면 지리산에서 동물을 잡아서 부술 (시체해부)을 하는 안광희 선생을 찾아가 의술을 배웠다. 안선생은 예전에 궁중에서 근무했었던 의원이었다. 이조시대에는 인간 시체해부가 허락되지 않았었다. 안선생은 지리산으로 와서 동물을 잡아다가 동물의 내장을 해부(解剖)하면서 의술을 익히고 있었다. 안선생은 허준이에게, “병을 치료하자면 먼저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병자의 마음속에 있는 의심과 헛된 잡념 과오를 없애버리고 몸을 내버려 두어야 한다. 마음을 하늘로 삼아 하늘과 부합시키면 마음이 편해지고 성품이 화평하여 병을 낫게 한다.”고 가르쳤다.
한편 동네에서는 돈 없고 가난한 병자들이 허준이 집으로 와서 치료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허준이는 거절할 수가 없어서 무료로 다들 치료해주었다. 병자를 치료해주고 있다는 말이 유의원 귀에 들어갔다. 유의원은, “네놈이 의원이냐?”하고 따졌다. 허준이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유의원은 소리쳤다, “네놈이 의원도 아니면서 어찌 병자를 볼 수가 있단 말인가? 네놈이 사람의 목숨을 우습게 여기지 않았다면 어찌 그런 오만을 떨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면서 유의원은 허준이가 적어놓은 병자 일지를 읽어보고서 허준이의 의술실력을 인정해주었다. 유의원은 허준이가 가난한 병자들을,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병자들을 긍휼하게 치료해주는 그 정신에 감동을 받았다. 유의원은 허준이에게, “내가 너를 믿는 것은 너의 의술이 아니라 환자를 긍휼이 치료해주는 바로 너의 심술(心術)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허준이로 하여금 다시 환자를 보게끔 해주었다. 그 후부터 허준이는 병자들을 유의원 집에서 치료를 받도록 알선해주었다.
유의원은 허준이게 말해주었다. “병들어 앓은 이를 불쌍히 여기고 동정하는 긍휼의 마음, 진심으로 병자를 긍휼이 여기는 마음가짐이 있을 때 비로소 심의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 진실로 바라고 기다리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심의뿐이다” 허준이는 유의원에게 약속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소인이 스승님의 베풀어주신 은혜를 잠시나마 배반하거든 저를 벌해주십시오. 의원이 되는 것을 괴로워하거나, 병자를 구하는 것을 게을리 하거나, 약과 침을 빙자하여 돈이나 명예를 탐하거든 저를 버리십시오.” 그 후 허준이는 열심히 병자들을 치료해주었다.
유의원은 삼족대사의 입을 통해서 여러 부류의 의원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도 없이 병명만으로 약만 짓는 의원, 비싼 약만 팔 궁리를 하는 의원, 병자의 고통보다 병자의 행색만 보고 가난한 이를 외면하는 의원, 아프지도 않는 이에게 병이 있다고 속이고 약만 팔아먹는 의원이 있다. 이런 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긍휼이라고 말했다. 긍휼이란 앓고 있는 병자를 불쌍히 여기고 동정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런 의원을 심의(心醫)라고 불렀다. 의원이라면 평생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말이라고 했다.
허준이는 의관(醫官)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그리고 가난한 병자들을 정성껏 치료해주었다. 어떤 간신들은 자기네들하고 손을 잡고 그리고 자기네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출세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허준이로 하여금 간신배들하고 손을 잡고 같이 일을 하도록 부추겼다. 하지만 허준이는, “저에게는 병자가 우선입니다. 권세보다는 병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더 소중합니다. 저더러 병자와 권세 중 어느 것 하나를 택하라고 하신다면 백번을 물어도 저는 병자를 택할 것이고 의관의로서 제 소임을 다 할 것입니다”하고 단호하게 대답해주었다. 허준이는 출세나 권세를 얻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높은 고관을 치료해줌으로 해서 명예나 출세를 구하지 않았다. 병자가 가난하건 부자건, 병자가 지위가 높던 혹은 지위가 낮건 상관하지 않았다. 병자라면 어느 병자이든 모든 병자들을 정성으로 치료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있으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의술을 향상해갔다. 좌의정 정의철 대감은, “의원이 성심으로 병자를 보면 출세는 자연히 뒤 따라 오는 법이다. 병자를 두고 사심을 품지 말고 다들 허준을 본받아서 의원의 소임을 다 해주기 바란다.”고 다른 의원들에게 충고해주었다.
허준이는 임진왜란 때 선조가 평양 그리고 의주까지 몽진(피난)했을 때 같이 따라갔다. 말년에는 정1품까지 올랐다. 그리고 상놈에서 양반이 되었다. 선조의 명을 받아서 <동의보감>을 편찬하기 시작했다.
선조가 죽었다. 어의 허준이가 선조를 죽음으로부터 살려내지 못했다고 해서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간신들은 허준이를 참형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광해군은 허준이를 좋아했다. 죽이지 않고 귀향을 보냈다. 귀향 가서도 계속 의서를 편찬했다. 15년에 걸쳐, 광해군 2년에 <동의보감>을 완성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