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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루의 사패산 산행기
【 1 】사패산(賜牌山)과 한북정맥
국립공원 북한산 최북단에 거대한 암봉 우뚝한 사패산이 있다. 원도봉산 너머에 있어 서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산이
지만, 양주 일원에서 보면 눈부신 화강암이 마치 거대한 한송이 부용화(芙容花)가 피어난 듯 보여지는 산이다. 높이는 5
52m에 불과하나 사패서릉 송추북릉 범골능선을 거느리고, 서쪽의 원각사계곡과 동쪽의 범골계곡.회룡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을 품은 산이다. 사패산 이름의 유래는 조선14대 임금인 선조대왕(1552~1608)이 정휘옹주(貞徽翁主)를 출가시키며
그 부마인 유정량에게 하사한 데서 이름한다하나, 전해오는 옛 이름은 삿갓산이라 한다. 가끔 이 산을 찾는 편인데, 갈
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이 산이름 때문이다. 임진왜란으로 도성을 버리고 의주로의 몽진까지 다녀 왔으면
국력신장에 더욱 매진해야 하였거늘, 오히려 그 치욕스런 몽진(蒙塵)길에 얻은 옹주에게 이 산까지 하사 하였으니 그 편
협함이 안타까워서이고, 건너편 능선 회룡바위의 회룡(回龍)이 바로 태조 이성계를 일컷는 이름임을 알고 있었으리라 생
각되기 때문이다. 회룡사는 일찌기 신라 의상대사가 세운 법성사 였는데. 여말(麗末)에 무학대사가 찾아들어 이성계와
같이 새로운 왕조를 세우기 위한 기도를 올린 곳이라 하여 조선 건국 후에 회룡사로 불리어 졌다.
의정부시 호원동과 양주군 장흥면을 경계하는 사패산은 그 능선을 따라 한강과 임진강의 물길을 가른다. 바로 한북정맥
마루금이 지나기 때문이다. 한북정맥(漢北正脈)은 백두대간(百頭大幹)추가령(楸哥嶺)에서 분기(分岐)하여 파주 교하면
의 한강에 이르기 까지 한강과 임진강의 수계를 가르는 230km의 산맥이다. 휴전선을 넘어 온 남한 쪽 한북정맥은 적근
산 광덕산 운악산을 거쳐 서울의 북한산에다 화룡점정을 찍고는 상장능선을 타고 다시 노고산으로 건너 가는데, 의정부
시 북서쪽을 굽돌아 뻗어온 정맥이 북한산을 솟구치기 전에 일으킨 첫번 째 산이 바로 사패산이다. 송추와 의정부 경계
의 울대리고개 도로를 건너 선 한북정맥은 사패산을 지나 원도봉 포대능선 도봉산주능선 우이령을 건너고, 북한산 영봉
아래 왕관봉(550m)에서 고개를 돌려 상장봉과 상장능선을 내려 솔고개를 건너간다. 수계를 가르며 마루금을 잇다보니
한북정맥 주 능선이 북한산 정상에 이르지 않고 왕관봉을 돌아 지나가지만, 북한산은 엄연히 한북정맥의 화룡점정(畵龍
點睛)이며 한강 북쪽의 제일의 명산이다.
【 2 】사패산과 송추북릉 종주산행기
2014, 05, 25, 일요일. 오후부터 30mm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예정된 사패산 산행을 일찍 다녀 오리라 새벽길 나서
회룡계곡에 이르니, 아침 8시 이른 아침이라 탐방로에 사람이 없다. 수령 400여 년의 천변 회화나무 노거수(老巨樹)가
시멘트로 상처를 감싼채 단아하게 서서 탐방객을 맞아준다. 수격(樹格)을 보니 필시 이곳은 일찌기 선비가의 울안이었
던 것 같다. 회룡사에 이르는 탐방로를 따라 아까시아 떨어진 하얀 꽃들이 눈처럼 쌓였는데, 꽃은 졌어도 아까시아는 여
전히 진한 향을 피워 댄다. 그 모습에서 선 대인께서 생전에 양봉 몇통을 치시며 봄날 아까시아 나무 아래에서의 꿀따
던 모습이 떠올라 애써 화설(花雪)을 피해 걷는다. 잔뜩 흐려 바람 잔 아침 계곡에 회룡폭포의 낙수소리는 더욱 촬촬거
린다. 여러번 사패산을 다녔어도 회룡계곡을 오르기는 처음인데, 회룡사 경내에 들어서니 아침시간인데도 절마당에 비
구니스님 두엇 분이 바삐 오간다. 회룡사에는 대웅전 아래에 열화당이, 그 바로 아래에 해우소가 있다. 절 입구의 첫 와
당(瓦堂)이 해우소라서 비구니스님들의 아침 해우(解憂)길에 만난다. 잠시 눈길을 돌려 수세(樹勢)가 좋은 칠간(七幹)
느티나무에 눈길주며 잠시 멈칫 거린 후 해우를 마친 스님께 윤허를 얻어 경내를 돌아본다.
회룡계곡은 그 규모는 작아도 어느 동천(洞天) 못지 않은 가경이다. 하상(河上)의 느럭반석을 타고 내린 물길이 다듬은
소(沼) 담(潭)이 백옥쟁반같이 하얗게 반들거린다. 그 물길가에 자리한 목각 공방 주인장은 움막 담벽에 수 백권의 장서
를 진열해 놓고는 다시, 길다란 원목에 "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설레입니다"라는 서각을 가로눕혀 놓고 오가는
길손을 맞는다. 공방 담벽에는 주인장이 손수 만든 동박새와 직박구리가 살 수 있는 예쁜 나무판자 새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 새들의 마을을 만들었다. 그는 나를 기다리느라 마음 설레이었다 하였으나, 내가 그의 그 모습을 보며 오히려 마음
설레어 한참을 머물러 보면서, 그 공방과 개울을 함께 일러 "조락동천공방(鳥樂洞天工房)" 이란 이름을 지어보고 발길
을 돌린다.
사패능선 회룡바위는 마치 고인돌 처럼 기반암 위 두 지점에 무등타고 허공에 뜨있는 큰 바위라서 곁에서 보면 굴러 떨
어질까 현기증이 인다. 천길 떨어지는 좁은 가장자리를 조심스레 돌며 바위지붕 아래로 펼쳐지는 도봉산과 건너 수락산
불암산을 담아본다. 북쪽 능선으로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사패산이 핏기 없는 소녀의 하얀 얼굴 모습으로 맞아준다.사
패산 정상의 화강암으로 된 거대한 기반암은 천(千)의 얼굴을 가진 바위산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한송이의 부용화이고
몽울진 하얀 모란이며, 잘 익은 흰 복숭아(天桃)이다. 보는 방향따라 그 모습 천변(千變)인데, 정작 그 정상에 오르면
살짝 기운듯한 너럭바위가 엄청 드넓어, 인자한 어머니의 품안처럼 아늑하다. 억겁의 풍화가 빚은 풍화혈(風化穴)이 요
(凹)형 나마(gnamma)를, 절리를 따라 풍화와 침식이 더욱 발달한 빗살 수로를 타고 내린 측면엔 푸른 소나무들이 절
반의 뿌리를 허공에 드러낸 채 악바리로 붙어 푸르고, 옆돌아 수직 단애(斷崖)엔 간간이 패인 타포니(taponi)가 억겁의
세월을 담았노라고 웅변한다.
흐린 하늘이어도 사패산에서의 사방 조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북쪽엔 양주 불곡산이, 동쪽엔 수락산과 불암산이 아슴
거리고, 남쪽은 건너편 송추남능선 위로 원도봉에서 이어지는 포대능선과 도봉주능선이 오봉산으로 천봉(天峰)되어 흐
른다. 그리고 더 멀리 남서쪽으로는 상장능선이 아슴아슴 솔고개로 내려선다. 마침 사패산을 찾아 포천에서 온 유산풍
류(遊山風流) 회원 마리아님을 만나, 그의 안내로 입산이 금지된 송추북능선을 타고 송추유원지로 하산길을 잡는다.
송추북능선은 아직도 비탐방로다. 사패능선에서 서쪽으로 갈래쳐 남쪽 송추계곡과 북쪽 원각사계곡을 가르며 송추 유
원지 입구까지 길게 이어지는 능선은 사패산의 또 다른 이름다움을 일깨우게하는 능선이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그 어
디 능선이나 다 그러하듯, 이 능선 또한 수 많은 기반암(基盤岩)이 능선을 따라 물멍져 이어지고 그 절리(節理) 마다엔
명품송이 붙어 송암비경(松岩秘境)을 연출한다. 이 능선에서 보면 사패산의 아름다운 그림은 제대로 볼 수 있고, 송추
계곡 건너 송추 남능선도 더욱 살갑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종주길 곳곳에 위험구간이 있어서 초심자는 절대 혼자 가서는
안 될 구간이다. 이런 위험구간이 많아서 비탐방로로 묶어놓은 것 같다. 어렵사리 종주를 마치며 총추계곡으로 내려선
다. 처음 걸어본 송추남릉이 눈을 감아도 아른거린다.
- 송추남능선에서 바라본 사패산
사패산 산행 구간 표시
-회룡역-회룡사- 회룡계곡 -사패능선- 사패산-사패능선- 송추북능선 종주-송추유원지.
-회룡계곡 입구
사진上, 회룡계곡과 계곡입구의 수령 420여 년 된 회화나무(나무둘레 4.6m)
- 회룡계곡 공방의 목각품(上)과 회룡사, 그리고 회룡사 칠간(七幹)느티나무.
- 회룡계곡 회룡폭포
- 회룡사
서기 681년 신라 의상(義湘) 대사가 창건하여 법성사(法性寺)라 하였으나, 고려 우왕 때인 1384년 무학대사가 중창을 한 뒤
이성계와 같이 3년 동안 창업성취를 위한 기도를 하고 조선을 건국하고 난 후 회룡사(回龍寺)라 했다 전해진다.
- 회룡계곡 노.교.소.담(路.橋.沼.潭) 풍경
- 사패능선 회룡바위에서 바라본 원도봉과 도봉산 및 회룡계곡에서 바라본 회룡바위 풍경(사진 하좌)
-한북정맥 마루금 사패능선 오솔길
- 북한산 국립공원 내의 한북정맥. 녹색 마루금 좌로 내리는 물은 바로 임진강으로 흘러간다.-
-사패산과 송이바위(우)
- 사패산 소나무-1
-사패산 소나무-2
-사패산 소나무-3
-사패산 소나무-4
-사패산 정상과 풍화혈
- 사패산 정상 쌍소나무와 범골능선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송추
- 원각사 계곡과 송추북릉(좌) 그리고 사패서능선(바위아래 능선)
- 사패산 바위능선의 한북정맥과 울대리 고개. 고개건너 챌봉
- 사패산에서 바라보는 의정부 시가지와 양주 불곡산
-사패산과 원도봉을 잇는 사패능선(한북정맥 마루금). 좌측 멀리 수락산과 불암산
-사패산에서 바라본 멀리 원도봉과 포대능선, 도봉주능선 오봉산 / 바로 앞은 사패능선에서 갈래치는 송추북릉
-송추북릉에서 바라본 사패산
-송추북능에서 바라본 원각사 계곡
-송추북릉
- 송추북릉 바위 소나무길
-송추북릉 풍경
- 송추북릉 풍경
-송추북릉 풍경
- 송추북릉에서 지나왔던 사패산을 보며
- 송추북릉 암반 절리의 소나무-1
-송추북릉 소나무-2
- 함께한 유산풍류 마리아님
- 송추계곡-1
- 송추계곡-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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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패산 절경 넘 아름답습니다
마리아님 사진으로 뵙겠네요 반갑습니다 언제 정기 산행때 뵙기를 청합니다 사패산 풍경 즐감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