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수도권 인기 주거지인 판교·광교신도시 분양전환형 공공 임대 아파트에 수십 명씩 거주하며 수억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LH 직원들은 특히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평형이 있는 특정 단지에 많이 몰려 있었다.
25일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교신도시 내 10년 공공 임대 아파트에 LH 직원 79명이 거주 중이다. 광교마을 40단지(30명)와 45단지(33명) 두 곳에만 63명이 몰려 있다. LH는 광교신도시에 10년 공공 임대 단지 7곳을 공급했는데, 40단지와 45단지에만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평형이 있다. 2011년 입주자 모집 당시 전용 85㎡ 이하는 소유 부동산(2억1550만원), 자동차(2683만원) 미만의 자산 조건에 맞는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전용 85㎡ 초과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이라면 그 같은 조건 없이 1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었다.
광교 공공임대 단지 - 경기도 수원 광교마을 40단지 공공임대 아파트의 전경. 이 아파트는 다른 지역 공공임대에 비해 유독 많은 LH 임직원들이 살고 있는 데다,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 전환 가격이 수억원 저렴해 LH 내부적으로 투자 정보가 공유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이처럼 문턱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40단지와 45단지 모두 85㎡ 초과 평형만 1순위 청약에서 일부 미달됐다. 미달된 물량은 차순위에게 배정되는데, 청약통장이 있고 납입금액 요건을 갖췄다면 다(多)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었다.
2006년 공급된 성남 판교신도시 10년 공공 임대 3곳에도 15명의 LH 직원이 사는데, 중대형 평형이 있는 산운마을 13단지(11명)와 백현마을 2단지(3명)에 몰려 있다. 3월 초 민변·참여연대가 밝힌 광명·시흥 땅 투기 의심자 중 한 명인 LH 직원 김모(56)씨의 주소도 산운마을 13단지 전용 101㎡(38평형)였다. 이 아파트 역시 중대형 평형 일부만 미달됐다.
이 단지들에 거주하는 LH 직원들은 수억원대 시세 차익을 볼 전망이다.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현재 분양 전환 중인 판교 산운마을 13단지 전용 101㎡의 분양가는 9억6000만원 정도로 최근 실거래가(15억4000만원)보다 6억원쯤 저렴하다. 광교 40단지와 45단지 역시 40~50평대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4억~6억원 정도 낮다. 인근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평당 분양가는 50평대가 30평대보다 300만원 정도 낮은데 40~50평대에 LH 직원이 많이 산다고 알려져 주민들 사이에 뒷말이 있다”고 했다.
중대형 10년 공공 임대는 2012년 파주 운정신도시를 끝으로 공급이 끊겼고, 지금은 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무주택자만 신청 가능하다. 판교와 광교는 1주택자나 다주택자까지 공공 임대 아파트로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공공 임대 모집 정보는 일반에 공개되며, LH는 관련법상 입주 자격 등을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