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나이티드제약 : 강덕영 대표이사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10년을 일하다 1987년에 창업에 나섰다. 해외시장을 위주로 기반을 닦아 현재 세계 40여 개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매출 1,400억 원의 제약회사로 키워냈다. 몇 년 전부터는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 이미 3개 제품을 내놓았다.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차근차근 커 가겠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대표이사(67세)의 얘기다. editor 이영주 기자 yrlee1109@naver.com
어떤 업종이든 영업사원에서 출발해 CEO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제약업계도 마찬가지다. 영업사원 출신이 제약사를 차리는 경우는 더러 있지만 중소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견 기업 중에서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하 유나이티드제약) 강덕영 대표이사가 거의 유일한 케이스다. 또한 그는 대부분2세, 3세 경영에 접어든 국내 제약업계에서 몇 안 되는 창업주 경영인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ROTC 장교 출신으로 다국적 제약사인 산도스 한국지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그러다 1982년에 연합메디컬상사라는 수입 의약품 도매상을 차려 사업에 뛰어들었고, 1987년 유나이티드제약을 창업했다.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중견 제약기업을 일궈내다
“꼬박 10년을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내 사업을 해보겠다’고 항암제를 수입, 판매하는 도매상을 차렸지요.회사 이름도 도매상 시절의 ‘연합’을 영문으로 고친 거예요. 외국에서는 ‘유나이티드’가 잘 먹히더라고요…. 하하.”
창업하고 보니 국내 제약시장은 이미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이었다. 블루오션 개념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설명회 때 ‘눈만 반짝거리는’ 고객들을 보고 속으로 겁에 질렸던 기억, 페루 지방도로를 달리다 돌이 떨어져 죽을 뻔했던 기억도 갖고 있다.
“샘플 가방 하나 들고 전 세계 안 돌아다닌 곳이 없습니다. 1992년 필리핀을 시작으로 페루, 브라질 등 하나씩 하나씩 수출시장을 개척해서 30개국 넘게 거래처를 뚫었어요. 벌써 20년도 넘은 얘기네요.” 경험과 인프라가 부족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든든한 지원군도 만났다. 이스라엘 다국적기업에 근무하던 슈바르츠 박사와의 인연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노령인 그의 뒤를 이어 딸과 거래하며 모든 원료를 구매할 정도다.
강 대표는 “사업 초기에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는 현재까지도 대부분 관계15를 이어오고 있다”면서 “비결은 신용을 지키면서 서로 성장하는 상생의 관계를 유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성장의 기회를 잡은 것은IMF 때였습니다. 수출이 잘돼서 달러를 좀 많이 갖고 있었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갑자기 이익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 덕분에 국내 공장도 지었고 1999년 베트남 진출을 시작으로 미국, 이집트 등에도 현지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제약회사가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다. 업계에서는 ‘미쳤다’고 손가락질했지만 강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재 베트남 공장만 안정적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 공장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강 대표의 해외 진출 의지는 꿋꿋하다. 이들 지역 외에 중국과 미얀마, 필리핀에는 해외 지사를 운영 중이다.
항암제와 비타민제를 중심으로 수출에 나서면서 2001년 제약업계 최초로 1,000만 달러 수출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2,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베트남·필리핀·미얀마 등 아세안 지역과 중동, 북아프리카 등지의 40여 개 나라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시장 진입 장벽 중 하나인 CGMP 실사에 대비해 세종시 전동면에 신공장을 준공했다. 또 교차 오염을 방지하고 항암제의 품질 향상을 위해 세종시 연서면에 항암제 공장을 분리, 준공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의 살 길은 개량신약”
유나이티드제약은 매출액 중 R&D 비중이 12.5%에 달할 만큼 기술 개발에도 관심이 높다. 이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준이다. R&D 가운데서도 강 대표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개량신약이다.
“개량신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이에요. 그 전에는 제네릭(일반의약품)을 인도에 많이 팔았는데 몇 년 지나니 자기네들이 다 만들더군요. 인도에서도 만들고 중국에서도 만들고, 그러니 세계시장에서 가격이 반값으로 뚝 떨어졌죠. 안 되겠다 싶어서 신약 개발에 들어갔는데 시간도 엄청나게 걸리고 돈도 몇 백억 원이나 들었죠. 그런데 일껏 만들고 나니 미국에서 더 좋은 신약을 내놓는 겁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개량신약이에요.”
기존 제품의 제형이나 효능을 개선해 내놓는 개량신약은 개발 기간이 신약보다 짧고 개발 비용도 적게 든다. “제약업계가 살 길은 개량신약밖에 없다”는 주장도 이런 이유에서다. 강 대표는 “다국적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수조 원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은 해외에 이미 탄탄한 마케팅 기반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마케팅이 약한 국내 제약업체는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로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 제약업체들이 정부의 제도적 보호막 안에서 제네릭 위주의 사업 구조로 수익을 내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결국 살 길은 신약 창출인데, 좁은 국내 시장이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특허로 차별화된 제품만이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희 회사 매출 규모나 R&D 역량으로 볼 때는 개량신약이 가장 적합한 테마라고 생각한 거지요.”
유나이티드제약은 이미 3개의 개량신약을 내놓았다. 2010년 ‘클란자CR정(서방형 소염진통제)’, 2012년‘클라빅신듀오캡슐(항혈전 복합제)’에 이어 지난해 ‘실로스탄CR정(순환 개선제)’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 중 클란자 시리즈는 매출 100억 원대를 돌파했고, 실로스탄CR은 지난해 50억 원대에 이어 올해는 100억 원을 바라본다. 잘 만든 개량신약 하나가 혁신신약 부럽지 않을 정도로 회사의 효자 품목이 되고 있는 셈이다. 내년부터는 개량신약으로 해외 매출도 일궈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들 제품은 모두 해외에서 임상실험 중으로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중국에서만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 직원과 스톡옵션을 나눠 갖다
강 대표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성경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물론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다. 영업사원들에게도 2차 영업을 허용하지 않는다. “영업을 술로 하나, 신용으로 해야지요. 몇 년 전인가, 룸살롱에 간 내역이 올라왔기에 결재를 안 했어요. 집에서 그런 걸 좋아하겠느냐고 되물었죠. 그랬더니 다시는 그런 곳에 안 가더라고요.(웃음)”
깐깐해 보이지만 성장의 과실을 직원과 함께 나누기 위해 부서별로 다양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진행 중이다.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2008년 55만 주, 2011년 50만 주)을 부여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스톡옵션 제도를 이어갈 예정이란다. “지금까지 경영하면서 언제가 가장 어려웠느냐”고 물었더니 “요즘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빚은 30%에 불과해 내실은 튼튼하지만 정부 규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는 설명이다. 2012년 전면적인 보험 약가 인하 이후 제약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유나이티드제약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별한 대응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올해 저희 회사 경영 방침으로 ‘튼튼 경영’을 내세운 것도 보다 멀리 보고 내실을 기하기 위한 목적이에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불요불급한 경비를 줄여 재무구조를 튼튼하게 하고 차별화된 개량신약을 출시해 매출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높이는 동시에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야지요.”
유나이티드제약은 올해 매출을 1,400억 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강 대표는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게 회사의 체질을 강화하고 내실을 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수출 비중은 약 15%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올해는 수출 부문이 20% 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미국 시장의 항암제 진출은 상호 협의가 끝나 미국 CGMP 기준에 맞는 신공장을 세종시에 건립, 추진 중이다.
욕심 없는 경영과 CSR이 이루는 하모니
강 대표가 또 한 가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CSR(CorporateSocial Responsibility)이다. 2009년 20억 원가량을 출연해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지난 연초에는 강남구에 빌딩
을 매입해 유나이티드영재음악원을 개설했다. 음악 영재를 키우는 한편 클래식만 연주하는 뮤직 카페를2층에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를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해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은 저소득계층을 돕는 데 쓸 계획이다. 또 2002년부터 매년 중국의 조선족 동포를 위해 ‘조선족 어린이 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조선족 학생들로 구성된 ‘유나이티드 합창단’도 지원하고 있다. CSR 관련 카탈로그에 게재된 건물 사진이 정말 멋있다고 했더니 “본사는 초라하지만 공장도 잘 지어놓았고, 문화재단도 멋있고…” 하며 강 대표는 소탈하게 웃었다.
“이라크에도 많이 팔았는데 돈이 안 들어오네….” 지나가는 말투의 걱정에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묻자“조만간에 들어오겠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견 무심하기까지 한 강 대표의 대답에서 ‘별다른 욕심이 없다’던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이 같은 욕심 없는 경영이 유나이티드제약을 27년간 무탈하게 이끌어온 원동력은 아닐까.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이사
1947년 서울 출생
1969년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 졸업
2003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1971~1982년 동화약품 영업부 근무
1982년 연합메디칼상사 설립
1987년~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이사
2009년~ 유나이티드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