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할 줄도 모르면서 쉽게 분노하곤 했다. 여전히 어떤 대안을 내놔야 할 줄도 모르면서 손과 발을 내디딘다. 앞장선 몸을 따라 생각이 버겁게 따라온다. 시민으로서 마주한 모든 참사에서 그러했다. 분노는 한없이 무력했다.
이날 유가족께 들은 이태원 참사는 아무도 넘기지 않은 책의 마지막 장 같았다. 종이 한 장이 그렇게 무거웠던가. 사실을 알려야 하는 언론조차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사실이라면 왜 존재할까. 얼마나 더 많은 피와 눈물을 역사에 써야 겨우 법 한 줄을 바꿀까. 나(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고통을 구경할 뿐이다.
2022년 10월29일. 2주기가 지났다. 이름 없는 액자들이 별들의 집에 있었다. 조심스레 액자 속 159명의 반짝임을 하나하나 살폈다. 여전히 구경하듯 가만히 서서 두 다리를 편히 뻗었다. 마음을 어디에 내려놔야 할 줄도 모르면서 속으로 국화꽃을 내려놓았다.
“여기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그래도 사람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에요. 저도 죄책감에 딸아이 사진을 6개월 동안 쳐다도 못 봤습니다.” 이날 만난 아버님의 설명이었다.
참사 직후 내가 마주한 타인의 고통을 어쩔 줄 몰라 하던 때가 있었다. 사회의 염증이 내 염증처럼 다가오곤 했다. 어쩌면 내 상처를 마주 보는 게 가장 빠르고 편했을 거다.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기록. 그 누구도 결론짓지 않고, 또는 그럴 수 없는 기억. 역시 대안을 내놓을 줄 몰라 반복되는 참회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