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수시 동국대에 최초합한 조형운이라고 합니다. 합격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솔직히 머리가 많이 멍했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나왔을 때, 잘했고 못했고 따질 새도 없이 피곤한 상태였었거든요. 준비작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초고를 작성했던 탓에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고요.
저는 2023년 12월 겨울 특강때부터 고도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글을 쓰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예고 문창과를 진학했지만, 2년 내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혹은 내가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따지면서 글을 쓰는 것 자체에 버거움을 느끼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수업을 들으며 내가 2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계속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받아들이고 나니 생각보다 후련했습니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었을 때, 원장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여전히 기억에 남습니다. '입시에서는 재능이 필요없다. 너희는 가장 기본을 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 말이 제가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자책감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습니다. 또한 늘 쓸데없는 생각에 묶여 진도를 빼지 못한 제게 선생님께서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인물과 그의 욕망에 집중하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동국대학교 시험 전날까지 그에 대한 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지만, 시험장에서 시제를 받아 봤을 때 그 말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마땅한 준비작이 없었습니다. 틀뿐인 인물들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커다란 원고지를 앞에 두고 볼펜을 쥐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틀만 만들어놓은 인물들 중에, 가장 나와 닮아있는 인물은 누구일까. 십 분 내내 그것만을 생각하다 마침내 인물을 하나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른 후 저는 실패를 겪은 후 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게 된 복서를 중심 인물로 짜고, 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쓰는 편지였다고 생각합니다. 한 줄 한 줄 써내려가다보니 점점 솔직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를 담은 인물을 써라, 그 인물과 인물이 가진 욕망에 집중하라. 평소보다 그 말을 더 이해한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기 15분 정도 전에 저는 초고를 완성했고,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위주로 고친 후 제출했습니다. 그렇게 마냥 후련하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은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솔직히 엄청나게 열심히 했냐라고 물으면 그렇다고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는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속도가 단번에 느려지는 사람인 탓에 과제를 제때 제출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그 과제를 완성하려다 수업에 늦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 스스로를 알기에 많이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포기라는 선택지는 고려해본 적이 없습니다. 여전히 글쓰기를 사랑하고, 문학이 없는 삶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글쓰기는 제 인생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이 후기를 보시는 분들이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여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머뭇거리고 멈춰섰던 저를 이곳까지 이끌어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