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화목한(화요일과 목요일에 열리는) 전시장이 문을 엽니다.
내가 월• 수• 금요일은 낮에 한 번씩 밖에 나갈 일이 있어서, 일터에 하루 내 있는 화• 목요일에 연다고 화목한 전시입니다.
이근수가 무슨 그림을 그리며 사는지 궁금하시면 보러오세요.”
이렇게 늘어난 일터를 전시장으로 만들어 열 준비를 마쳤는데, 알리기도 전에 ‘고별전’이 되겠습니다.
집주인이 사정이 생겨 집을 팔겠답니다.
그래서 아직 열지 않은 ‘화목한 전시’를 접을까 하다가 스무 해 가까이 산 이곳을 떠나는 ‘고별전’이란 이름을 덧붙여 열어야겠습니다.
뒤에 내 그림을 다 펼쳐 보일 수 있는 넓은 일터가 생기지 않으면, 이게 마지막 전시일지도 모릅니다.
엊그제 집 판다는 말이 나와서 전시가 끝나는 날은 아직 모릅니다.
집이 팔리고 내가 일터를 비워야 하는 날이 잡히면, 그때 전시 마침표를 찍겠지요.
여는 시는 열 시, 닫는 시는 여섯 시(10:00~18:00).
밤에도 미리 약속하면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주마다 한 번씩 밤에 운동 경기하러 나가는 날이 있으니, 전화하시고 보러오세요.
빨간 숫자 쉬는 날에도 내가 일터에 있으면 그림을 볼 수 있겠고, 화목한 전시 날에도 느닷없이 밖에 나갈 일 생기면 문이 닫힐 수 있으니, 전화하시고 보러오세요.
말없이 오셔서 닫힌 문, 자물쇠 부여잡고 ‘열려라 참깨’를 백 번 외쳐도 음성 인식 장치가 없는 문은 까딱 안 할 테니, 걸음 내딛기 전에 비밀
번호(010-9476-7011)를 눌러 미리 문을 열어놓고 오세요.
* 화목한 전시.
-주마다 화• 목요일에 열림. (공휴일은 쉽니다) 10:00~18:00.
-전주시 완산구 경기전길 87 님바래기.
-010-9476-7011
** 전시장에 실내화가 여섯 켤레 있어서 한 번에 다섯 사람까지만 들어와 보실 수 있습니다.
*** 관광지인 한옥 마을 안에 있는 내 일터에 유사 한복, 교복, 교련복을 빌려 입고 다니다가 들어온 이가 아직 없었으나, 이제 전시장을 열었으니 혹 들어올까 싶어 알립니다. 제 옷 입은 사람만 들입니다.
화목 花木은 꽃나무입니다.
꽃나무에 꽃이 피면 둘레가 온통 밝아지고, 해마다 꽃피는 철이 다가오면, 꽃 나들이 나갈 꿈에 설렙니다.
과일나무꽃을 보면 꽃 지나 맺을 열매 생각에 군침이 돌아요.
또한 화목 火木은 땔감입니다.
불붙은 나무는 어둠을 밝히는 횃불로도 타오르고, 모닥불로 피어오르면 둘레로 사람을 모으고, 아궁이에 지핀 불은 언 몸을 녹이고 따뜻하게 재워줍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열려서 ‘화목한’ 이름을 붙인 전시장이 꽃나무(花木)로 피고, 때론 땔감(火木)으로 불붙어 보러 온 마음 한자리 환하고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 열리지도 않고 마지막이 된 ‘고별전’이 주는 특혜.
-해 돋는 이른 아침에도 미리 약속하시면 문 열어드립니다.
고별전으로 여는 화목한 전시는 2024년 7월 4일부터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