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BBC와 CNN을 보며 심각도가 보통이 아님을 알고, 같이 방에 모여 아침을 먹으며, 일단 공항으로 가는게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개진했는데, 반반으로 나뉜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시내관광을 하자고 결론하고 비가 내리는 중에도 우의들을 입고 걸어서 의회 건물등 시내를 관광하였다. 조금더 가면 또 뭐가 있다고 해서 그리로 가는데, 스타벅스가 보인다. 모두 반가와 일단 커피를 한잔씩들 하잔다. 그래서 들어가서 WiFi도 연결하고 커피들을 마시고 있는데, 경찰이 들어와서 우리를 심문하기 시작한다. 가게의 점원 아가씨가 그래도 영어가 좀 되어 통역도 하고, 폰으로 통역도 하면서 질문과 대답이 어렵게 계속되었는데, 경찰 왈, 우리모두 detention center에 가서 23일까지 있어야 하고 따르지 않으면 범법자로 취급하겠단다. 나는 기가 막혀서 팀장에게 바톤을 넘겼다. 우리 팀장이 나서서 해결을 했는데, 결국 경찰이 이가게를 당장 나가라고 했다. 누군가가 신고를 한 것 같다. 나중에 팀장에게 어떻게 말했기에 풀어주었냐고 물었더니,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면 우리를 놓아주라고 강하게 말했단다. 잘 하셨네, 역시! 나와서 모두 맥이 풀려 숙소로 돌아가겠다는데, 팀장님은 혼자서라도 더 관광을 하겠다고 하신다. 강한 것이 항상 좋은 것 만은 아닌것 같다. 우리가 집에 돌아갈 자신이 없다고 말하니까 결국 포기하신다.
돌아오는 길에 우발적으로, 지난번 먹었던 한국음식점에서 점심먹고 가지고 의견일치, 역시 손님없는 비원에서 느긋하게 점심먹고, 가게 부부의 이민사를 듣는 재미도 있었다. 교민이 약1만5천, 한국식품점은 많지만 영세하단다. 이렇게 강한 인플레이션 속에 어떻게 사시느냐고 했더니, 이민초기에는 자고 나면 0 이 하나 더 붙는 물가에 도저히 적응이 안되어 떠난 교민도 많았단다. 하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재고로 있는 현물들의 값어치가 항상 올라가니 그것도 적응하면 괜찮게 살길이 있단다. 고정된 생각이 문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3월18월 수요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으로 무조건 나가다.
BBC와 CNN을 계속 보고 있는데,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고 유럽 일부국가는 도시간 통행도 폐쇄하고 어기는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 이제는, 이미 지불한 숙박을 포기, 나 혼자라도 공항에 가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왠만한것 다 버리고, 짐을 귀국모드로 깐출하게 싸 짊어지고, 동행3사람을 뒤로하고 꼭 White Taxi를 타야한다는 팀장의 말을 뒤로한체, 무조건 택시를 잡아 흥정을 하니 공항까지 미화로 $30로 가겠단다. 주머니에는 미화 현찰 딸랑 60불과 아르헨티나 400 페르소가 있다. 약40분 걸려 국제선 터미날에 도착하니 10시가 채 안되었다. Latam checkin counter로 갔더니, ticket sales counter로 가란다. 줄이 길다. 사람들이 뚝뚝 떨어져 서있다. 소위 social distance이다. 내일가는 스케줄인데 자리가 있으면 어떤편이라도 가겠다고 했더니, 한참을 알아보고 뒤 사무실 까지 다녀오더니 오늘 비행기는 JFK(뉴욕)까지 밖에 안된단다. 일단 미국땅에 발을 붙힐 일이니 무조건 그것이라도 가겠다고 했다. 변경확답후 체크인 카운터로 왔더니, 시간이 6시간도 더 남았는데도 받아준다. 그런데 LAX boarding pass까지 주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문제인지는 모르고, 뜻밖에 너무 고마워 인사하고 배낭을 짐칸에 넣었다. 맨손에 홀가분도 하고 시간도 많고 해서, 어디 인터넷이나 전화라도 할데가 없나하고 공항을 이쪽끝에서 저쪽끝까지 샅샅히 살피고 안내에도 두어번 물어도 그럴 길이 없다. 공항 위쪽 대기공간에는 젊은 여행객들이 아예 침낭 깔고 자고 있을정도로 상황이 쉽지않은 모양이다. 검색과 출국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들어갔다. 시간이 길게 걸렸지만, 마음은 별꼴이어서, 남아돌아가는게 시간인 나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공해인 Gate Area로 나와도 내 접속상황은 마찬가지. 돈을 주고라도 항공사들 라운지에 들어가려해도 문을 닫았다. 면세점도, 음식점의 반이상이 셔터 내렸고, gate들이 거의 텅텅비었다. 지구촌이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가? 공중전화에 신용카드를 쓸수 있다고 해서 노력했으나, 설명대로 되지를 않아서 다시 읽고, 읽으며 4-5번을 Try해도 헛수고. 결국 포기하고 왔다갔다 하는데 저기 나름 훤칠하게 생긴 동양 남자가 배낭을 메고 오늘 것이 보인다. 아마도 한국사람 같은데, 슬~ 뒤따라 걸으며 배낭을 보니 태극마크 태그를 달았다. 옳다구나 하고 말을 것었더니, Maryland에 사는 한국교민이다. 자기도 일행과 함께 우리와 비슷한 상황들을 겪었는데, 지금 헤어져서 다른 비행기를 타고 간단다. 하여 내 전화기가 망가져서 그런다고 하고 전화기로 이메일 한통만 쓰면 안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그 사람 이름으로 보내는 이메일 제목에다가 내이름을 적고 아내와 아들에게 하루 일찍 들어가며, 미국가서 전화하겠다고 하고, 아르헨티나에 남겨둔 일행에게도 이메일 보내서 내가 오늘 비행기 탄다고 알려주라고 했다. 휴~ 요사이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사람이 반신불구 내지는 데이터 거지가 된다. 드디어 배가 고프다. 남은 400페소에 거의 맞아 떨어지는 요그루트 셀러드와 마실 음료수를 사서 허기를 메우고 남은 20페소는 팁통에 넣었다. 살아남는데 도움이 될것으로 여겨지는 비타민 C를 부지런히 챙겨먹었다.
Bye 아르헨티나! 녹음 짙은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기울어져 가는 석양에 아름답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특별한 느낌이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를 거쳐 가는데, 한참뒤에 문득 창밖을 보니, 비행기가 안데스산맥을 넘어가는데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안데스가 정말 기가 막히다. 일부러 창가에 자리를 달라하기를 정말 잘했다. 붉은 석양과 삼각 피라미드 같은 봉우리들이, 꼭대기에 눈을 이고, 석양의 빛을 받아 태고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문득, 파일러트는 정면으로 파노라믹한 정경을 즐기며 일하고 있겠구나, 이런 맛에 파일럿 직업의 매력이 있겠다 싶다. 석양의 안데스 산맥을 꼭 추천하고 싶다. 꿈에도 못 잊을 장관이다. 비행기의 은빛 날개도 한몫을 하고, 지평선위의 붉게 타는 태양, 선홍의 자줏빛 서쪽하늘, 희끗희끗 눈봉우리 사이 계곡에 흘러내리는 물길. 화성에 온듯한 환상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