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란 무엇인가?
아픈 사람이 아픈 날 하루 쉬는 것이다.
그런데 20년에 접어드는 내 교직 생활에서 병가를 쓴 건 딱 두 번 뿐이다. 한 번은 임신 초기 입덧으로 고생하면서 3일, 그리고 2015년 하루다.
이번에 좀 길게 아팠는데 하루도 쉬지 못했다. 교사는 아프더라도 교실에서 아파야 한다고, 누구한테 우리반 애들을 맡기고 쉴 수 있냐고, 선배들이 그랬다. 다만, 수업 마치고 나서 병조퇴를 쓴다. 그러니까 아프더라도 일단 출근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용한 병조퇴 시간이 8시간이 되면 병가 하루로 합산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병가 사용일이라는 것은 하루를 온전히 쉰 날을 의미하는 것인지, 병조퇴 시간을 합산한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주변에 합당한 이유없이 병가(하루쉼)를 쓰는 분들은 없다. 다만, 암 투병, 교통사고 등 중증 질환으로 병가를 쓰시는 분들은 거의 학교에 한 분 정도는 있다. 그 분들은 일년에 사용할 수 있는 병가 일수 60일을 다 쓰시고 그 다음에 질병휴직에 들어간다. 그런 다음 그 다음해에 복직 신청하고, 다시 또 병가 60일을 쓰고 바로 질병휴직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런 분들이 사용하는 병가 일수가 이렇게 많다는 거다. 중증 질환으로 60일 정도의 병가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 사용하는 병가를 그냥 무차별적 수치로 환산하여 만들어낸 통계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분들은 이 통계에서 어이없게도 60명의 병가를 혼자 사용한 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해마다 병가 60일을 다 채워서 쓰려고 하는 그 교사들은 어떤 분들인가? 바로 내 옆의 동료다. 누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가, 병가는 아프면 쓰라고 법적으로 보장한 제도다. 그런데 아파도 못쓰는 이들이 태반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기사를 썼을 것이고(몰랐다면 폐간하고), 진보교육감 약진에 대한 반격의 틀을 짜는 것인 아닌가 싶은 어이없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기사 내용이 완벽하게 '승진'했다는 교장들의 관점이다.
(쓰고나니 하나를 빼먹었다. 담임 교체 요구에 따른 병가 사용. 중고등학교는 흔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초등은 흔하다. 일단 학부모 민원이 과/강하게 발생하면 담임교사는 병가를 쓰거나/쓰게 한다. 일단 그렇게 “격리”시키는 게 보편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