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문>
프로그레시브락에서 이탈리아풍과 기타리스트 Dodi Battaglia
프로그레시브락, 또는 아트락이라고 부르는 이 음악장르는 60,7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붐을 일으켰던 젊은이들의 음악으로 말 그대로 '진보적'인
락음악입니다. 당시 미국 음악을 무작정 따라 내뱉던 대중음악이 얼마나 진부했고 통속적이며 일률적이었던
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음악뿐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당시 프로그레시브 음악을 하던 젊은이들은 전통을 빙자한 형식적이고, 그래서
역겨운 당시의 상업적인 음악의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그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감정과 맑은 눈으로만 볼 수 있는 세상의 진실을 표현하고
그것을 표출하려고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래서는
안되고, 이래야만 된다'는 기존 대중음악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때까지의 대중음악의 룰과 같이 여겨졌던 것들을 어겨야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암묵적으로 정해진
한 곡의 일반적인 연주시간을 무시하거나, 통속적인 사랑에 갇힌 음악의 주제도 다양화했고, 연주의 형식 또한 다양화해서 새로운 전자악기를 사용하거나 지금까지 대중음악에 없었던 클래식 악기를 차용하고, 기승전결의 형식도 쓸모 없게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보컬의
반주에만 그쳤던 연주를 필요에 따라 보컬보다 우선으로 두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성의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형식 창조하는 것은 전위음악이나 전위미술과 같은 맥락입니다.
당시
이렇게 유럽 전역에 불었던 그러한 진보적 락의 공통적 특징은 역시 스타일로서의 음악적 변혁이 주를 이루고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도 유독 이탈리아의 프로그레시브락은 다른 지역과 살짝 다른 그들 만의 색을 띠고 있었는데 마치 인문학의 재래 같은 르네상스예술처럼 인간적인, 더 나아가 인간의 사랑에 대한 감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를테면 진보적 사랑에 대한 탐구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느낌을 통속적인 소설로 쓴다면 다음과 같은 것이 나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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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략...
안젤리카는
밤새도록 프란체스코와 함께 물레방아간에 있었다. 동이 트기 한 시간 전 안젤리카는 아직 희뿌연 여명에
의지하여 어두운 새벽길을 걸어서 집에 도착하였고 소리 나지 않으면서도 사뿐하게 담장을 넘어서 들어왔다. 집안식구들과
가축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었지만 얼굴이 길죽하고 메마른 개 '모두뇨'만이 그녀를 향해 조용하게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그녀는 능숙하게
창문을 넘어 자기 방으로 들어가 온 몸에 뭍은 지푸라기를 털어내고 침대로 들어가 자는 척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밤새 프란체스코와의 은밀한 장면을 그림책을 보듯 한 장 한 장 머릿속으로 넘기다가 진짜로 잠에 들었다.
그녀가
잠든 지 한 시간도 안되어 수탉이 울었고 그 동물성 자명종은 온 가족의 눈을 뜨게 하였다.
청소하는
소리와 가축 들에게 여물을 주는 소리가 났고 부엌으로부터 나오는 음식냄새가 나즈막히 깔린 아침 공기를 타고 퍼져갔다. 그녀는 더이상 잠 잘 수 없었다. 그리고 대충 옷을 입고 엄마를
돕기 위해 부엌으로 내려갔다.
"얘, 너 얼굴이 왜 그 모양이니? 잠을 못 잤니?"
엄마가 이렇게 묻자, 그녀는 뜨끔했지만
"네, 고양이들 때문에
잠을 설쳐서 그래요"
라면 앞뒤가 맞지도 않는 말로 대충 얼버무렸다.
"
너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지? 그냥 다시 올라가서 목욕하고 있어라, 엄마가 얼굴 맛사지 해 줄테니까"
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가 말했다.
오늘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시의회 의원 가족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 날 이였다. 그리고 그 자리는 나와
시의원의 아들과의 혼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시의원의
아들 안토니오는 그녀와 어린시절 소꿉친구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녀는 그를 잘 알고있다. 안토니오는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 받을 외아들 이였고 아버지에 이어 정계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불행하게도 아버지를
닮아서 얼굴이 둥글고 통통했으며 유독 죽은 깨가 많은 난잡한 얼굴이다. 또한 몸매도 아버지처럼 벌써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또한 민첩함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늘 둔한 생각을 머리에 채우고 다니는 아저씨
같은 젊은이였다. 그녀는 특히 그의 통통한 손가락 등에 난 길다랗고 검은 털을 볼 때 마다 소름이 돋았다.
반면
프란체스코는 가난한 농가의 다섯 남매 중 세 번째 아들이어서 다소 미래가 밝다고는 할 수 없는 청년이었지만 음악과 문학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학교에서는 늘 작문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다. 또한 그가 만든 음악은 언제나 심금을 울리는 미묘한
정서가 풍부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만든 음악을 들을 때 마다 늘 눈물이 글썽거렸고 그렇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프란체스코는
늘 옷과 머리에 지푸라기 같은 것이 묻어 있었지만 그 지푸라기들 안쪽의 두 눈은 언제나 이곳이 아닌 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에메랄드그린 빛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안젤리카는 프란체스코의 그 여명과 같은 눈이 가장 마음에 들었고 그 두 눈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프란체스코
역시 안젤리카를 깊이 사랑했으며 그의 마음과 정신 속에는 그녀가 이미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프란체스코가
만든 음악이나 글은 대부분 그 주제가 안젤리카 이거나 안젤리카를 위한 것이었다.
그들은
프란체스코가 노래를 만들고 거기에 그녀가 노랫말을 넣는 것을 즐겨 했는데 그렇게 탄생한 노래를 그들이 함께 부를 때는 그들이 있던 물레방아간은
황금빛으로 변했으며 겨울에도 다채로운 꽃들이 피어나는 것 이였다. 그것은 그들에게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최고의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런 풍경들은 그들의 마음속에 그림책의 그림처럼 한 장 한
장씩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프란체스코의 가문과 가난은 안젤리카의 부모에게는 그저 저주받은 미천함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닥쳐 올 거대한 해일처럼 무겁고
경직된 현실은 언제나 그들을 엄습하며 떨어지지 않았다.
프란체스코는 지난 밤에도 안젤리카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신체의 피는 얼마든지 흘릴 수 있지만 마음과 감성의 피를 흘려야 하는 이런 비참하고 암울한 마을에서 우리는
과연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하며 분노에 떨었다. 그리고 안젤리카도 그와 함께 떨며 울었다.
그러나
연약할 수밖에 없는 이 시골의 소녀에게 그러한 희망은 열 수조차 없는 그림 속 창이었고 그녀는 그런 그림책 속에 갇혀서 아직 날개가 자라지 못한
어린 새에 불과하였다.
그리하여
그녀는 결국 부모를 통해 현실로 들어갔고 프란체스코는 홀로 남아서 분노와 혁명을 노래하게 되었다. 그의
음악은 파괴적이었지만 그 속에는 못 다한 사랑의 가슴 저린 외침이 들어있었다.
중략...
- - -
이렇게
프란체스코가 만든 음악이 바로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락의 기원이자 중심일 것입니다.
즉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락은 보수적인 사회 관습과 그것에 갇쳐있는 순수한 사랑의 암울함을 벗어나려는 순박한 외침
같은 것이며 어쩌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비장하게 찬양하므로서 보수적인 사랑법에 대해 반항하고, 지고한
정신과 사랑이 천박한 부르주아 사회의 현실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밝히고 호소하는, 사랑의 변혁을 위한
행진곡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독특한 향기를 지닌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락은 대표적으로 '뉴트롤스'를 비롯해 여러 그룹이 있을 텐데 그 중에서 그룹 'I Pooh(이뿌)"와 기타리스트 'Dodi Battaglia(도디 바탈랴)'를 소개합니다. 정보를 소개한다기 보다는 느낌을 소개합니다.
I Pooh는
1966년에 모여서 2016 년까지 반세기 동안 활동한 그룹입니다. Dodi Battaglia(도디 바탈랴)는 1968년에 이뿌에 들어와서 그들이 해산된 이후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들의 음악만을 들었지만 영상으로 그들의 모습을 본 것은 도비 바탈랴의 실황중계를 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노인을
물씬 풍기는 말라빠진 작은 체구와 그에 비해 커진 얼굴, 염색을 했겠지만 느껴지는 몇 가닥 안되고 그나마
점점 좁아지는 힘없는 모발, 전형적인 노인형 주름살, 그리고
메말라 갈라진 푸석푸석해진 목소리...
그가
기타 솔로를 하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아마 이런 것들만 보였고 곧 잊혀 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연주를 시작하면서 부터는 그런 나의 비좁고 옹색한 시각을 어딘 가에 빨리 쑤셔 넣어서 감춰버리고 싶은 극도의 창피함 때문에 옴 몸에서는 노폐물의
썩은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래 전 음악이지만 최신의 음악이었고 완성되기 직전의 알차고 윤기 나는 붉은 열매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노익장이란 선입견을 저변에 깔고 입장했지만 곧 그것 또한 어리석게 늙은 나의 낡은 편견이라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을
보면서 '도디 바탈랴'는 지금까지 한 잎 두 잎 혹은 우수수
낙엽을 떨구며 메말라가는 겨울 나무처럼 그저 세월에 순응하여 늙어만 온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힘껏 물가로 뿌리를 뻗어 나가고 있었으며 푸른 하늘을 향하여 지금도 가지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새로운 시대의 시류에 영합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의 것을 보석처럼 가공하여 완성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가 그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유행 만을 따랐다면 유행의 빠른 변화처럼 빨리 흘러가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그런 흐름에서 빠져나와 자신만의 물길을 만들고 그 물길을 커다란 강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안한
젊은이들에게는 희망이란 이름의 안식처가 있지만 언제까지 그곳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안정된 노인들의 앞길에는 절망이란 이름의 어두운 내리막길 만이 남아
있을 지 모릅니다. 그러나 세월의 순응을 거슬러 완성을 다듬고 있는 노인들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것은 새로운 희망의 생산이며 그러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젊은이들을 위한 희망도 함께 생산해 내고 있었습니다.
'도디
바탈랴'의 음악에서 그것을 느꼈을 때 문득 아직도 희고 팽팽한 그의 손가락이 나의 처진 눈 속으로 들어와
망막에 맺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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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o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