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강헌모
제 53회 대통령배 고교야구가 청주에서 열렸다. 개막경기가 있는 날 나는 청주 야구장을 찾았다.
대통령배 고교야구는 1967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고등학교 졸업할 때쯤에 하늘로 치솟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그런 고교야구가 이제는 프로야구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학생 야구 중에 권위 있는 대회가 여럿 있으니 선수들은 스포츠 정신을 잘 살려서 멋진 경기를 쏟아내면 좋겠다. 추억의 야구가 되살아나도록 말이다.
개막경기로 청주고와 부천고가 대결하였다. 첫 안타는 부천고에서 나왔다. 하얀 공이 투수너머로 잘 뻗어 나가 보기 좋았다. 그게 야구의 묘미다. 어느 선수가 2루타를 쳤는데, 2루에 있던 선수가 3루로 진루하다가 아웃 당하였다. 걸음이 늦어서 그렇게 되었다. 양쪽고교는 초반에 점수 없이 팽팽했다. 3회 초에서도 부천고가 또 안타를 만들어 내었다. 노 아웃에 주자 1, 2루가 되었다. 타자가 번트를 댔는데, 공이 방망이를 맞고 뒤로 흘러나갔다. 번트 대던 타자가 자세를 바꿔 강공 자세로 오는 공을 쳤지만 플라이 아웃으로 불러났다. 다음 타자도, 또 다른 타자도 아웃으로 물러나서 1,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해 아쉬웠다.
나는 웬 지 모르게 부천고를 응원하는 게 아닐까. 청주고는 청주관객들이 많고, 부천고는 적어서 그런 경향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의도적이 아닌데도 부천고로 관심이 쏠렸다.
청주고 주자가 3회 말에 1루에서 2루로 도루를 하다가 아웃되었다. 2루 주심은 여성이다. 야구에서 여성주심이 있는 걸 처음 보았다. 부천고가 또 안타를 치고 4회 초에 첫 타자가 진루하였다. ‘딱’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투수 옆으로 공이 뻗어나갔다.
부천고 두 번 째 타자는 볼넷으로 진루하여 무사에 주자 1, 2루가 되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점수를 내기 쉬운 찬스다. 청주고교 투수가 바뀌었다. 관중석에서 멋지게 보이는 긴 카메라를 가진 여성과 남성이 야구경기를 찍곤 하였다.
부천고에서 어느 타자가 친 공이 중간 플라이 아웃되었다. 청주고 투수가 던진 공이 부천고 타자에 맞아 데드볼로 진루하여 투 아웃에 말루가 되었다. 마지막 타자가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아웃되어 아쉽다. 이번에도 점수를 못 내었다.
날씨가 흐려서 스코어판에 들어온 숫자와 영문자와 한글이 선명하게 보였다. 날이 어두워짐에 따라 전광판이 4개 들어와 대낮같이 환했다.
지금 야구하는 고교생들이 차후에 프로야구단으로 진출하고 외국으로 진출하기도 할 테다. 기대가 된다. 훌륭한 선수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1980년대에 고교야구경기를 TV에서만 나는 보았다. 그러다가 실제로 경기장에서 야구를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 그런 기회가 주어져 내가 살고 있는 청주에서 열린다니 반가웠다. 관중이 객석에 꽉 찼더라면 야구의 흥이 더 나겠지만 그런대로 지정석에 있는 관중이라도 열심히 응원하며 함성을 높이니 지루하지 않은 관람이었다.
청주고에서 6회 말, 볼넷으로 무사 1루에 진루했다. 이번에 청주고에서 점수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될까. 궁금하다. 관심이 쏠린다.
야구는 아무래도 점수가 나야지 신이 나지 않을까. 그게 관중에게 안겨주는 선물이지 싶다.
안타를 내지 못한 팀이 오히려 점수를 낼 수 있는 게 야구라고도 생각 든다. 번번이 안타를 친 팀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상대편에서 점수내기 쉬운 상황도 되기 마련이다.
개막경기에서 신나는 점수와 홈런이 나오지 못한 경기가 이어졌어도 한창 큰 꿈을 품고 성장할 고교야구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8회 초이다. 청주고 투수가 잘못 던진 공이 투수 뒤로 가는 바람에 부천고의 2루에 있던 주자가 3루까지 갔다. 부천고에서 드디어 점수를 냈다. ‘딱’하는 안타 1방에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그러자 부천고의 응원단은 환호하였다. 나도 덩달아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얼마나 기다렸던 선취점인가.
청주고에서도 8회 말에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무산되어 안타깝다. 청주고는 야구에서 알아주는 학교인데, 오늘 저조한 경기를 한 것 같다.
이제 9회만을 남겨두었다. 부천고의 타자가 날카로운 1루 베이스 뒤로 가는 공을 때려냈다. 멋졌다. 1:0으로 앞서가는 부천고이다. 9회 초에 더 이상 점수를 내지 못하고, 청주고의 마지막 회만을 남겨 놓았다. 9회 말 첫 타자가 3루타를 쳤다. 청주고에서는 두 번 째 나온 안타이다. 관중은 환호했다.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1:1이 되었다. “야구 재미있게 되었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야구는 9회 말까지 가봐야 한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청주고 1아웃에 2루 주자가 되었다. 해서 안타 한 방이면 경기는 끝난다. 결국 안타를 뽑아내어 청주고는 부천고에 역전시켰다. 청주고의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얼싸안고 좋아하는 모습니다. 마치 드라마 같다. 마지막에 역전을 시킨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고 각본에 짜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청주고 야구 선수다운 매력이라 할까.
오늘 대통령배 고교야구 개막경기를 보면서 부천고는 안타를 내면서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지 못할 때가 있었다. 안타를 9개나 쳤는데, 1점밖에 못 내었다. 효율적인 야구를 하지 못했다. 반면에 청주고는 안타 3개로 2점을 냈다. 적은 안타수로 역전을 시킨 거다. 부천고에서 안타 9개이면 점수를 더 낼 수 있는 상황이고, 청주고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 1방의 안타가 3루 장타를 내었기에 적은 안타수로 이기는 경기를 했던 거다. 양쪽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 하는 모습을 보았다. 모든 경기에는 승패가 갈리기 마련이다. 패자와 승자 모두 아낌없는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야구선수들은 타석에 들어가면 떨릴 것 같다. 한편으로는 담담하기도 해서 꼭 안타를 내야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을 거다. 사실 안타를 치고 진루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더 없는 기쁨이겠다. 한 번 진루해서 한 바퀴를 돌아 홈을 밟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또 한 번의 홈런으로 홈을 밟아보라. 얼마나 새롭겠는가. 그러면 그들에게 더 없는 영광이겠다. 그럴 때 비로소 야구선수로서의 보람을 느낄 거다.
나는 야구경기를 보면서 쉽게 판단하였다. 부천고에서 첫 안타를 낸 후 규칙적으로 타자가 진루하는 모습을 보며 부천고가 승리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헌데, 내 판단은 빗나갔고 뒤진 경기를 하던 청주고가 9회 말에 극적으로 역전시킨 것을 보니 야구는 9회 말까지 끝나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안타가 저조한 경기로 이어지며 점수를 못 내던 상황에서 막판에 재미나는 경기를 해서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낼 수 있게 해서 야구다운 묘미를 맛 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19. 7. 25.
첫댓글 무슨 경기든 끝날때까지는 끝난게 아니지요.
부천고, 청주고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구경하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네, 그렇지요?
감사합니다.